尹대통령 '변화' 직접 주문…통일부 역할 어떻게 달라질까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통일부의 역할 변화를 직접 주문하면서 앞으로 들어설 '2기 통일부'가 어떤 모습으로 탈바꿈할지 주목된다.
윤 대통령은 2일 김영호 장관 후보자 등 통일부 인사와 관련해 "그동안 통일부는 마치 대북지원부와 같은 역할을 해왔다"며 "그래서는 안 된다. 이제는 통일부가 달라질 때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통일부는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에 입각한 통일이라는 헌법 정신에 따른 통일부 본연의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이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주 부분 개각에서 통일부 장관과 차관을 모두 외부 인사로 기용해 통일부의 역할이 지금까지와는 달라야 한다는 의중을 드러낸 바 있다.
나아가 직접 '통일부 변화'를 언급한 만큼 앞으로 새 통일부 수장 취임과 함께 대대적인 인적·조직 개편이 뒤따를 것으로 관측된다.
김영호 장관 후보자도 지난달 30일 취재진과 만나 "통일부의 역할은 변화가 있어야 한다"면서 "(통일부가) 앞으로 원칙이 있는 대단히 가치지향적인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윤 대통령과 김 후보자의 언급을 보면 윤석열 정부는 근래 통일부가 여러 업무 가운데 남북 경제협력이나 대북 인도적 지원, 사회문화 교류 등 '남북 교류협력'에 지나친 무게중심을 뒀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관련 법령에 따르면 통일부의 업무 분야는 크게 ▲ 통일 및 남북대화ㆍ교류ㆍ협력ㆍ인도지원에 관한 정책 수립 ▲북한 정세분석 ▲ 통일교육ㆍ홍보로 나뉜다.
구체적으로는 통일정책, 남북회담, 남북교류협력, 인도적 문제 해결,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 북한정보 수집·분석, 통일교육, 남북 간 출입관리 등이 있는데, 진보·보수 정권을 막론하고 통일부의 업무는 대체로 남북대화·교류가 중심이었다.
한반도 정세나 정부 정책 기조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었지만, 대북 압박의 시기에도 통일부의 대화·교류 임무는 일정 수준 중시돼 왔다.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와 각종 남북관계 관련 법률은 남북 관계를 국가 간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로 규정하고 있고, 이런 인식이 우리 대북 정책의 근간이 됐던 것이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대북 정책의 '정상화' 기조하에, 특수관계로서의 남북 관계보다는 국제사회의 보편적 원칙을 토대로 관계를 설정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전환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북한이 대화에 호응하기보다는 강한 도발을 거듭해왔다는 점에서 대화·교류 기대감이 극도로 낮아진 상황도 고려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런 만큼 향후 통일부의 업무는 북한 정보 수집·분석과 북한 인권·납북자 문제 대응 등을 중심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북한 도발 대응이나 대북 제재 추진에 있어서 적극적인 역할을 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북한이탈주민 정착 지원이나 통일정책 교육 등 국내의 정책적 사안에도 더 힘을 쏟을 것으로 관측된다.
윤 대통령이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에 입각한 통일'을 공언한 것도 보편적 원칙에 기반한 주도적이고 공세적인 역할을 당부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윤석열 정부는 흡수통일은 지향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는 최근 정부가 남북 관계 재정립을 추구하고, 인권 이슈를 고리로 북한을 압박하려 노력해온 것의 연장선에 있는 것이기도 하다.
사실 통일부의 이런 변화는 최근 신임 장·차관을 모두 외부에서 발탁했을 당시부터 예상됐던 것이다.
특히 차관을 외교부 출신 인사로 영입한 것을 두고 통일부의 조직 정체성을 완전히 바꾸라는 요구일 수 있으며,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의 '통폐합' 위기에 못지않은 커다란 변화에 직면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었다.
통일부 안팎에서는 정부가 국정 기조에 맞는 나름의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평가 속에 급격한 변화는 정책 연속성 차원에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 남북관계 전문가는 "정부마다 나름의 정책적 지향은 있을 수 있다"면서도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관리하는 대화의 통로로서 통일부의 역할이 있는 만큼 균형적인 접근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hapy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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