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극한대립…野 '대통령 총격' 김재규 발언 인용까지
[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야당 의원들 주도로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되고, 노란봉투법은 법사위를 우회해 본회의에 직회부되고,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결의안 역시 야당 단독으로 통과시킨 이후 여야 간 대립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은 2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대통령이 전 정부를 향해 '반국가세력'이라고 하더니, 여당 대표마저 그에 편승해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망언으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고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의 전날 발언을 겨냥했다.
김 대표는 전날 울산시당 워크숍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민주당이 불치의 질병에 걸린 것 같다"며 "마약에 도취해 오로지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해 국민적 참사마저도 정쟁의 도구로 악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민주당의 법안·결의안 일방처리를 비판하는 취지로 이같이 말했다.
조 사무총장은 이에 "김 대표에게 엄중한 사과를 촉구한다"며 "이태원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을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했다고 야당을 향해 '마약에 도취됐다'고 하는 게 여당 대표 입에서 나올 말이냐"고 했다. 그는 "피맺힌 간절함을 부디 외면하지 말아 달라는 유가족의 절규에 비수를 꽂고,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하라는 국민 요구에 돌을 던진 것"이라며 "김기현 대표님 정신 차리시라"고도 했다.
조 총장은 또 윤석열 정부 6.29 개각에 대해 "이번 개각은 한마디로 '극우 개각', '극우 유튜버 개각'"이라며 "통일부 장관 후보자에 구시대적 냉전주의와 적대적 대북관에 매몰된 사람을 지명하고, 국민권익위원장에 권력에 기댄 BBK 정치검사 지명하고, 5급 이상 국가공무원 교육을 책임질 인재개발원장에 온갖 망언을 일삼던 극우 유튜버를 임명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개각은 국민통합을 포기하고 기어이 극우 정권의 길을 가겠다는 선언"이라며 "윤 대통령께서 '태극기 부대' 수장을 자처한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조 총장은 말했다.
국민의힘에서는 김영호 후보자 인선 등 개각 논란에 대해 김기현 대표가 나서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소신과 철학을 누구든지 확고히 피력할 수 있는 것"이라며 "대한민국 정체성에 대한 소신이 있는 분이 행정을 맡아야 하는 것"이라고 적극 엄호를 펴고 있다.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와 관련해서도 민주당이 국민의힘의 '노량진 수산시장 수조 바닷물 먹방'을 조롱하고, 국민의힘은 민주당 소속 김영주 국회부의장의 '일본 여행계획 문자' 사건을 들춰내 망신을 주는 등 진흙탕 설전이 벌어졌다.
조 총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우려가 가시화되고 있다. 오는 4일 IAEA 최종 보고서가 발표될 예정"이라면서 "(이런 가운데) 우리 정부는 마치 오염수 홍보대사인 양 행동하고 있다. 매일 아침 일본을 대변하는 '1일 1변명 브리핑'으로 국민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조 총장은 이어 "국민의힘은 국민 걱정과 불안을 '괴담' 치부하며 정부 나팔수 역할을 하고 있다"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철회 촉구 결의안을 거부하더니 합의된 청문회까지 파기하면서 정권 홍위병 본색을 드러냈다"고 했다.
이는 지난달 30일 민주당이 후쿠시마 오염수 철회 촉구 결의안을 일방 처리하자,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즉각 "후쿠시마 청문회와 관련된 양당 합의는 파기된 것"이라며 "(민주당은) 더이상 청문회 주장을 해선 안 된다"고 한 것을 겨냥한 것이다.
조 총장은 특히 국민의힘 의원들이 노량진 수산시장을 찾아 수조에 담긴 바닷물을 마시며 안전성을 강조한 일(☞관련 기사 : 與의원들, 노량진서 수조물 떠마셔)을 언급하며 "급기야 수조 속 바닷물까지 마시는 쇼를 하고 있다. '횟집 먹방'에 이어 '바닷물 먹방까지', 이런 코미디가 어디 있느냐. 국민들 보기 부끄럽지 않느냐"고 맹비난을 가했다.
민주당은 전날인 이달 1일에는 이재명 대표 등 지도부가 앞장서 서울 시청역 앞에서 열린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규탄 범국민대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에서는 이를 놓고 민주당이 "민생은 내팽개치고 오로지 정쟁하는 데만 몰입하고 있다"(김기현 대표, 전날 울산시당 워크숍 후)라고 맞비난에 나섰다. 김 대표는 "민주당이 이런 식으로 장외집회에 매달리면서 민생을 내팽개치면 국민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예령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전날 민주당의 범국민대회 참석에 대해 "분노와 증오의 선전 선동", "길바닥에 앉아 괴담 정치에 열을 올린 단합대회"라고 비난했다. 김 대변인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규탄대회라 간판을 달아놓고 실제로는 막말 선전대회를 펼치며 '개딸' 결집에 혈안이었고, 온갖 괴담을 모아 현 정부가 비이성적이고 반상식적이라며 비난만 늘어놓았다"고 했다.
김 대변인은 "규탄대회라는 이름을 빌려 궁지에 몰린 이재명 대표와 그를 위시한 문제 인사들이 사법 리스크 물 흐리기, 정부를 성토하기 위한 집회에 나선 모양새"라며 "개딸들에게 자신의 불법 리스크에 대한 방탄막을 세워달라는 절규"라고 일축했다.
전주혜 원내대변인도 이날 논평에서 "연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반대집회를 열고서 선동할 때는 언제고, 오염수 방류 철회 결의안을 채택하는 날 일본 북해도 여행 계획을 세운 민주당 소속 김영주 국회부의장의 문자는 민주당의 민낯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며 "겉으로는 국민들을 위하는 척 하지만 실상은 자신들의 이익에만 골몰하고 있는 모습, 이게 바로 민주당의 본모습"이라고 했다.
전날 김 부의장이 국회 본회의에서 여행사 직원으로 추정되는 인물로부터 일본 훗카이도 여행 관련 정보가 담긴 문자메시지를 받는 장면이 한 매체 카메라에 찍혀 보도된 일을 들춰낸 것이다.
전 원내대변인은 "또다시 시작된 민주당의 선동정치는 고스란히 수산업자와 횟집·젓갈집 상인들에게 피해가 전가되고 있다"면서 "윤 대통령의 '반국가세력' 발언을 두고 민주당이 발끈하는 모습을 보니 제 발이 저린가 보다. 국민의힘은 이런 민주당의 반국가적 선동행위에 단호히 맞설 것"이라고까지 했다.
전 원내대변인은 또 지난달 30일 본회의에서의 민주당의 일방적 법안 처리에 대해서는 "또다시 협치를 무시한 채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을 숫자만 믿고 밀어붙인다면 필리버스터와 권한쟁의심판으로 막아설 것"이라며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반드시 지켜낼 것"이라고 하기도 했다.
여야 간의 비난전 수위는 이처럼 위험수위를 넘나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29일에는 서해선 전철 개통식에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여당 의원들과 여당 대표만 초청을 받고 야당은 지역구 의원 4명만을 초청한 잃을 비판하는 원내대변인 논평을 내면서, 논평 제목과 본문에 "윤석열 대통령님, 정치를 좀 대국적으로 하십시오"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1979년 10.26 사태 당시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이 박정희 대통령에게 권총을 쏘기 직전에 한 말을 연상시킨다.
[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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