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 커진 한반도 정세···“강경 일변도 통일장관, 유연한 대응 못해”
윤석열 대통령이 극우 성향의 대북 강경론자인 김영호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를 차기 통일부 장관에 내정하는 등 강경한 대북 원칙론을 고수하고 있다. 북한의 대화 재개 가능성 등 최근 불확실성이 커지는 한반도 주변 정세에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 내정자는 지난달 28일 내정된 이후 줄곧 “원칙 있는 대북관계”를 강조하고 있다. 북한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앞세워 북한의 변화를 압박하고, 북한 핵 위협과 도발적 군사행동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기존 남북 합의를 재검토할 수 있다는 내용이 골자다. 김 내정자가 그간 언론 기고와 유튜브 방송 등에서 남북관계를 적대적으로 규정하고 북핵 문제 해결책으로 “북한 전체주의 체제 파괴”를 주장한 연장선상이다.
김 내정자 지명은 윤석열 정부의 대북 ‘강 대 강’ 기조가 더욱 강화될 것임을 시사한다. 대통령실이 2일 통일부가 그간 ‘대북 지원부’처럼 역할했다는 윤 대통령의 지적을 공개한 것도 같은 취지로 풀이된다.
정부가 대북 강경 일변도로 나아가고 있지만 최근 한반도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국제정세는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으로 미·중 패권경쟁이 다소 완화될 가능성을 보이고 있고,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 용병조직 바그너 그룹의 반란으로 러시아의 전쟁 수행력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시아 정세를 규정하던 ‘신냉전’ 구도에 변수가 생기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여전히 핵 무력 고도화에 천착하면서도 일부 변화된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 성사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일본과의 대화에 여지를 열어둔 것이 대표적이다. 오는 9월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 참석 추진과 북·중, 북·러 국경봉쇄 완화 등 외부와 접촉면을 늘리려 시도하고 있다. 김병대 통일부 통일정책실장은 지난달 29일 연합뉴스·통일부 개최 심포지엄에서 “북한이 지난 2~3년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북한이 대화로 나오려는 조짐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김 내정자 지명은 정세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공간을 축소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남북관계 전문가는 이날 기자와 통화에서 “정세의 불확실성을 보면 대북 정책에서 신중하거나 유화적 태도까지 염두에 둔 인사가 적절하다”며 “강경 일변도의 극우적 발상을 지닌 인물을 통일부 장관에 앉히면 정세 대응의 탄력성을 잃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내정자 지명을 계기로 통일부의 남북 대화·교류·협력 기능 축소가 추진되고 있지만 향후 남북 대화 가능성을 대비하는 데 소홀하면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북한과의 대화가 당장은 쉽지 않아도 (향후) 남북 대화 국면으로 분명히 갈 것”이라며 “대화가 시작되면 한국이 남북관계를 어떻게 능동적으로 끌고 갈지 철저하고 정교하게 준비하는 작업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도 남한을 적으로 대하며 모든 대화·통신·접촉을 거부하고 있는 만큼 정부의 대북정책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부정적 평가도 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통화에서 “북한이 윤석열 정부에 최고 수준의 적대감을 가진 상황에서 윤 대통령은 남북 대화나 교류·협력 재개에 관심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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