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이낙연 회동 언제?…당사자는 침묵, 물밑 신경전만 가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의 회동을 둘러싸고 지지부진한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다. 당사자인 두 사람은 회동에 대해 말을 아끼고, 측근들이 물밑에서 기 싸움을 벌이는 모양새다. 친명계(친이재명계)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이 단결된 모습을 보이기 위해 하루빨리 회동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친낙계(친이낙연계)에서는 두 사람의 신뢰 회복이 먼저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2일 민주당에 따르면 이 전 대표는 지난 6월 30일부터 전남·광주지역을 돌며 호남 민심을 청취했다. 이르면 이번주초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아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할 예정이다. 사실상 정치활동을 재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전 대표는 이날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역을 참배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민주당을 향한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이 전 대표는 "민주당이 진정한 혁신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되찾고, 국민께 희망을 드릴 수 있는 그런 정당이 되기를 바란다"면서 "혁신의 핵심은 도덕성 회복과 당내 민주주의 활성화다. 그런 혁신을 통해 민주당의 가치를 회복하고 국민의 신뢰를 얻어 필요한 역할을 하는 정당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역민들께서 몹시 절망하고 화가 나 있는 것으로 느꼈다"며 "정부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고 기대를 걸었던 민주당에 대해서도 많이 실망하고 계시는 것 같다"고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낙연 전 대표가 사실상 정치활동을 재개한 만큼 민주당을 이끌고 있는 이재명 대표와의 회동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앞서 이재명 대표는 이 낙연 전 대표 귀국 후 전화로 안부를 묻고 만남을 제안했다. 이에 이낙연 전 대표도 호응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양측의 회동 성사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이재명 대표가 만남을 제안한 지 일주일이 넘게 흐른 상황에서 양측 모두 공개적 발언은 삼가고 있다. 이낙연 전 대표 측 인사는 머니투데이 the300(더300)과의 통화에서 "인사드릴 분들을 찾아뵙는 것을 우선으로 하고 있다"고만 답했다. 이낙연 전 대표 본인도 기자들이 이재명 대표와의 회동 시기를 수차례 물었으나 입을 열지 않고 있다.
물밑에서의 신경전은 고조되고 있다. 친명계는 총선을 9개월가량 앞둔 상태에서 민주당이 통합한다는 메시지를 내기 위해 두 사람의 회동이 가능한 한 빠르게 성사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이낙연 전 대표를 향해 하루라도 빨리 회동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친명계 좌장인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9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 집중'에서 이낙연 전 대표의 역할론에 대해 "이재명 당 대표와 빨리 만나서 당 대표 중심으로 결속하는 방향으로 힘을 실어주는 게 좋다"며 "당의 단합과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민주당 의원들과 지지자들의 단합을 촉진하는 역할을 기대한다"고 했다.
한 친명계 의원도 머니투데이 더300에 "이낙연 전 대표가 이재명 대표와의 회동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은 채로 민주당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과거에 대선 경선이나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나타났던 계파 갈등을 본 다수의 국민들이 두 사람을 경쟁자로 보고 있기 때문에 빠르게 회동해 단합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친낙계에서는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먼저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재명 대표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이낙연 전 대표 때문에 대선에서 패배했다'는 인식이 팽배한 상황에서 이재명 대표가 선제적으로 이 문제를 풀기 위한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대표적 친낙계로 꼽히는 윤영찬 민주당 의원은 지난 30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양자 회동까지는 시일이 조금 걸릴 것"이라며 "이재명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 사이의 신뢰가 우선 복원돼야 한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이낙연 전 대표의 귀국 이후 일정 대부분에 동행하고 있다.
윤 의원은 "대선이 끝난 뒤 '이낙연 대표가 협조하지 않아서 이재명 후보가 졌다'는 엄청난 비판을 받았는데 그 부분이 굉장히 황당하다. (선거) 결과가 나쁘게 나오니까 이낙연이 안 도와줬었다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들이 나오기 시작했다"며 "당이 강해지려면 우리 당에 여러 가지 씌워진 오명들을 벗어야 한다"고 말했다.
친낙계인 신경민 전 의원도 최근 MBC라디오에서 "이재명 대표가 이낙연 전 대표를 최대 라이벌로 생각하고, 이낙연 악마화에 무관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결국 대선 패배의 책임은 이낙연이다, 이렇게 보는 논리가 개딸(이재명 대표 강성 지지층)들 중심으로 계속 1년 이상을 확장해 왔다"고 했다.
다만 두 사람 간 회동이 늦춰지는 것을 갈등으로 해석하는 데 대한 경계심도 당내에서 감지된다. 친명계로 분류되는 한 재선의원은 통화에서 "정치인이 개인 활동은 당연히 하는 것이고, 당의 혁신에 대한 본인의 생각도 충분히 밝힐 수 있다"며 "각각의 일정이 있기 때문에 회동 날짜 조율이 쉽지 않을 수 있고, (이 전 대표가) 또 당의 고문을 맡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만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오문영 기자 omy072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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