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은 세계적 수준인데 VNL 27연패…한국 여자배구 현주소
평균연봉 KBO리그보다 높은 여자배구, 연봉에 못 미치는 기량
(수원=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한국배구연맹(KOVO)이 지난달 30일 발표한 2023-2024시즌 V리그 선수 등록 자료에 따르면, 여자부 평균 보수(연봉)는 지난 시즌보다 13% 증가한 1억5천200만원이었다.
이는 2023시즌 KBO리그 선수 평균 연봉인 1억4천648만원보다 많은 액수로, '인기 절정'이라는 V리그 여자부의 돌풍을 실감하게 한다.
실제로 V리그 연봉은 세계 무대로 눈을 돌려봐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배구 전문매체 '발리볼 볼트'는 올해 1월 세계 프로리그별 예상 연봉을 공개했다.
이 매체의 집계에 따르면 여자 프로배구 선수는 평범한 수준일 경우 2만5천달러(약 3천300만원)가량 연봉을 받고, 경험이 많은 노련한 선수는 10만 달러(약 1억3천만원)를 받는다.
물론 과거 김연경(흥국생명)처럼 튀르키예 리그에서 활약하며 100만 달러 이상 받는 극소수의 사례도 있지만,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 출전한 국가대표 주전 선수의 연봉은 10만 달러에서 30만 달러(약 3억9천만원) 사이다.
자연스럽게 이번 VNL에 출전한 한국 선수 가운데 웜업존(교체 선수 대기 장소)을 달구는 선수가 상대 팀 주전 선수보다 많은 연봉을 받는 사례도 나온다.
'연봉이 명함'이라는 프로 무대라지만, 연봉과 기량이 정비례하지 않는다는 건 이번 VNL에서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2일 경기도 수원시 서수원칠보체육관에서 열린 VNL 3주 차 폴란드전에서 세트 점수 0-3으로 패한 한국 여자배구대표팀은 이번 대회를 12전 전패로 마쳤다.
지난해 이 대회를 포함해 2년 연속 승점 1조차 따지 못했고, 2021년 VNL 3연패까지 포함하면 세계 최고 수준의 16개국이 겨루는 VNL에서 한국은 27연패에 빠졌다.
한국 여자배구는 도쿄 올림픽이 끝난 뒤 김연경, 김수지(이상 흥국생명)와 양효진(현대건설)이 대표팀에서 은퇴한 뒤 혹독한 세대교체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들이 태극마크를 반납한 뒤 처음 치른 지난해 VNL에서 부진했던 일은 어느 정도 사정을 봐줄 만해도, 2년째인 올해까지 승점 1조차 얻지 못했다는 건 약팀으로 전락한 한국 여자배구의 현실을 직시하게 한다.
한국 여자 배구대표팀을 이끄는 세사르 에르난데스 곤살레스 감독은 솔직하게 수준 차를 인정했다.
곤살레스 감독은 폴란드전이 끝난 뒤 "VNL 수준에 못 미치는 게 한국 여자배구 현주소다. 국제 배구는 더욱 빨라지는데 거기에 따라가지 못한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감독답게 한국 여자배구의 현실을 짚은 건 좋지만, 2년이 되도록 여전히 '리빌딩(전력 재구축)'만을 반복하며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으로 아시아선수권대회와 파리 올림픽 예선,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남겨 둔 그는 "한국 배구는 은퇴한 베테랑이 있어서 새 선수를 발굴하는 과정"이라고 새롭게 팀을 맡았을 감독이나 할 법한 해명을 내놨다.
그래도 한국 여자배구는 VNL 마지막 2경기인 중국전(1-3 패배), 폴란드전(0-3 패배)에서 희망을 봤다.
중국을 상대로는 한 세트를 따내는 등 치열하게 싸웠고, 대회 1위를 위해 주전급 선수를 모두 투입한 폴란드를 맞아서도 매 세트 접전을 벌였다.
좀처럼 국제대회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던 젊은 선수들에게는 이번 대회가 자극제가 됐다.
몇몇 선수는 어려운 환경에도 해외 진출에 대한 속내를 내비치기도 했다.
대표팀 세터 김다인(현대건설)은 중국전에서 패한 뒤 "팀 동료 이다현 등은 해외 진출을 꿈꾼다. 제 신체 조건과 높이로는 한계가 있지만, 생각은 항상 한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주전급 스타 선수로 많은 연봉을 받다가 해외 무대에 도전하는 건 쉬운 선택이 아니다.
해외로 나간다면 배구 기량은 늘어도, 연봉 등 여러 여건은 포기해야 한다.
더는 '우물 안 개구리'에 머무를 수 없다는 몇몇 선수의 위기감이 실제 해외 진출로 이어진다면, 한국 여자배구 재도약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
4b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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