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민 고통 겪는데 민주당 역할 미흡”···‘이재명 체제’ 당에 쓴소리
“이제 당에도 할 말 하겠다는 뜻” 해석 나와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2일 “민주당이 국민 눈높이에 맞는 혁신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얻어서 필요한 역할을 해주는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 총리는 귀국 후 첫 지역 일정으로 자신의 정치적 기반인 호남을 2박3일간 방문하면서 당 혁신 문제를 본격적으로 언급했다. 앞으로 민주당 내부 문제에 할 말은 하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 전 총리는 이날 광주 국립5·18민주묘역을 참배한 뒤 기자들과 만나 “대한민국이 안팎의 위기에 부닥치고 국민은 몹시 고통을 겪고 계신다. 이런 때 제가 몸담은 민주당이 중요한 역할을 해줘야 할 텐데 국민의 기대에 많이 미흡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전 총리는 “혁신의 핵심은 도덕성 회복과 당내 민주주의 활성화”라며 “혁신은 민주당의 눈높이가 아니라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혁신이 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민주당이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등을 거치면서 ‘방탄 정당’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지적한 것이다.
이 전 총리는 호남 민심에 대해서는 “지역민들이 몹시 절망하고 화가 나 있는 것으로 느꼈다”며 “정부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고 기대를 걸었던 민주당에 대해서도 많이 실망하고 계시는 것 같다”고 밝혔다. 정부와 국회를 향해서는 “불행하게도 정부는 무능한 데다 폭주하고 있고 국회는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전 총리가 호남 민심까지 거론하면서 당에 쓴소리한 것은 이재명 대표 체제가 들어선 지난해 8월 이후 처음이다. 이 전 총리는 민주당이 지난해 대선과 지방선거 패배로 내홍에 휩싸이자 1년간 미국 유학을 떠나면서 당 내부 문제 언급을 최대한 자제해왔다. 한 친이낙연계 의원은 이 전 총리의 이날 발언을 두고 “당을 분열시킨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어 그동안 언행에 신중해왔지만, 이제는 당에도 제대로 할 말을 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전 총리는 기자들이 앞으로 역할을 묻자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것이 현 단계로서는 저의 역할이라고 판단한다”면서 말을 아꼈다.
이 전 총리의 역할을 두고 당내 의견은 엇갈린다. 친이재명(친명)계 의원들은 “이 전 총리가 이 대표와 함께 윤석열 정부의 폭주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친명계 좌장 정성호 의원은 지난달 29일 MBC 라디오에서 이 전 총리에게 “당의 분열이 아니라 당의 통합과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서 민주당 의원들, 지지자들의 단합을 촉진하는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비이재명(비명)계 의원들은 이 전 총리가 이 대표와 갈등을 감수하더라도 당 혁신에 기여해야 한다고 맞섰다. 비명계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전날 CBS 라디오에서 “(이 전 총리가) 민주당이 가진 모순과 부조리를 정면으로 돌파해야 한다. ‘손에 피를 묻히고 내가 상처를 입더라도 해야 할 일을 한다’는 각오로 해야 한다”면서 “이 전 총리가 각각의 지분 어느 정도 하고 내년 총선 공천에서 적절하게 타협한다면 국민이 다 알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전 총리와 이 대표의 만남에도 관심이 쏠린다. 친이낙연계 의원들은 이 대표가 당 통합을 위해 이 전 총리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친명계 의원들은 “이 전 총리가 이 대표부터 만나라”고 촉구했다. 이 전 총리는 이번 주중에 경남 양산 평산마을 사저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을 먼저 만난 다음 이 대표와 만남 일정을 조율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총리는 이날 국립5·18민주묘역 방명록에 ‘오월 영령들이시어 지혜와 용기를 주소서. 힘겨운 국민들을 굽어 살피소서’라고 적었다. 참배에는 이개호 민주당 의원 등 100여명이 함께했다. 이 전 총리는 전날에는 전남 영광군의 선친 묘소를 성묘하고 종교계 인사를 만났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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