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교류로 사무국장 임용’ 9개월 된 방침에 대통령실 ‘급제동’···교육부 술렁
대통령실이 교육부의 인사교류를 통한 국립대 사무국장 임용에 급제동을 걸고 타 부처로 파견됐던 고위공무원·부이사관 14명이 하루아침에 복귀하면서 교육부가 술렁이고 있다. 지난해부터 교육부가 공개적으로 추진해온 인사교류 방침을 9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대통령실이 강하게 질타한 셈이라 정부가 스스로 정책 신뢰도 하락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교육부에 따르면 타 부처 인사교류와 공모 등으로 임용된 국립대 14곳의 사무국장 전원은 전날자 인사에서 원 소속부처로 복귀 조치됐다. 국립대에 사무국장을 보낸 부처에 파견을 갔던 교육부 소속 파견 공무원 9명, 공모형 사무국장으로 임명됐던 교육부 공무원 2명, 인사교류 과정에서 교육부에 전입한 타부처 공무원 3명 등 14명은 교육부 운영지원과 지원근무로 우선 배치됐다. 부처의 인사·서무 업무 등을 담당하는 운영지원과에 국·과장급인 고위공무원단 8명, 부이사관 6명이 배속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이들은 대부분 연가를 쓰고 당분간 출근하지 않을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부는 앞으로 이들에게 ‘교육개혁지원 전담팀(가칭)’을 꾸려 유보통합과 규제개혁, 한국어 교육 활성화 등 교육개혁 과제를 맡기겠다는 방침이다. 교육부는 인사적체가 심한 상황이라 이런 상황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각 부서에서 현안 업무에 대한 지원과제를 부여하면 이를 수행해야 할 것 같다”며 “자리가 있는 곳에 (인사발령을) 조금 할 예정이고 여러 교육개혁 수요 등을 고려해 (발령을 낼) 자리를 찾아보고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관행적으로 교육부 직원들을 파견해왔던 국립대 사무국장 자리를 지난해 9월 다른 부처 공무원과 민간에 개방했다. 대학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총장의 인사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국립대 사무국장으로 파견됐던 16명이 한꺼번에 대기발령되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교육부는 당시부터 최근까지 일관되게 국립대 사무국장직을 타 부처에 개방하는 대신 인사교류를 통해 인사적체를 해소하겠다고 밝혀왔다. 이 같은 방침은 언론에도 수차례 보도됐다. 후보자 신분이었던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지난해 10월 인사청문회에서 “타 부처와 인사교류 등을 통해 빠른 시일 내에 적체를 해소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 교육부는 타 부처에서 국립대 파견 지망자를 찾아 사무국장으로 임명하고 해당 부처에 교육부 공무원을 파견보내는 방식으로 인사를 내 왔다. 그런데 9개월 만에 갑자기 대통령실이 이를 ‘자리 나눠먹기’라며 원점으로 되돌린 것이다.
교육부와 대통령실의 엇박자가 노출된 것은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공교육 범위 밖 수능 출제 배제’ 지시를 묵살했다는 이유로 대입 담당 국장이 경질된 데 이어 두 번째다. 당시에도 3월에 윤 대통령이 지시했다는 사항이 수능 시행계획 등에 전혀 드러나지 않았다가 지난달 모의평가가 끝나고서야 불쑥 논란이 됐다. 이번에도 교육부가 공개적으로 추진해왔던 방침을 대통령실이 뒤늦게 질타하는 패턴이 반복되며 교육부와 대통령실 간 소통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부처 간 인사교류는 지금까지 공개적으로 이뤄졌는데 대통령실이 그걸 몰랐다는 것인지 의문”이라며 “대통령실 지시로 갑자기 정책이 폐지된 선례가 만들어진 것이 국립대 발전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립대 사무국장직에서 교육부 공무원을 배제하는 방침이 나왔을 때 직원들이 피켓시위까지 벌였던 교육부는 이번 조치로 다시 술렁이고 있다. 킬러 문항 사태로 대입국장이 경질되자마자 국립대 사무국장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조직의 사기가 크게 떨어졌다는 전언이 곳곳에서 나온다. 한 교육부 직원은 “장·차관이 조직을 보호하는 데 미흡했던 것은 아닌지, 본부 실국장들은 무슨 역할을 했는지 등 현재 교육부의 리더십에 대한 구성원들의 불신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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