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흑역사' 지워주세요.." 게시물 삭제 신청 가장 많은 연령은?

디지털 잊힐 권리 시범사업 시행 두 달 '15세' 최다
유튜브 요청 가장 많아.. 이어 페이스북, 네이버 순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 A씨는 몇 년 전 좋아하는 가수의 굿즈를 구매하기 위해 팬 카페에 본인의 전화번호를 포함해 구매 희망 게시물을 작성했습니다. 현재는 그 가수를 좋아하지 않아서 '탈덕'한 상태이며, 카페에서도 탈퇴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포털 사이트에 자신의 아이디를 검색하자 탈퇴한 카페에 작성했던 게시물이 검색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게시물 중에는 전화번호가 포함돼 있는 게시물도 있어 삭제를 하고 싶었지만, 카페를 탈퇴해 게시물을 삭제할 권한이 사라진 터라 곤란했습니다.

# B씨는 초등학교 시절 영상 공유 플랫폼에 자신의 얼굴과 집 내부가 함께 나오는 영상을 게시했습니다. 최근 우연한 계기로 친구들이 해당 영상을 알게 됐고 놀림을 당하게 됐습니다. B씨는 친구들 사이에 영상이 더 퍼지기 전에 과거 영상을 지우고 싶었지만, 초등학교 시절 만들었던 계정의 비밀번호를 찾을 수 없어 낙심했습니다.

어렸을 때 무심코 온라인에 올린 게시물을 삭제하고 싶은 경우가 많을 겁니다.

만 18세 미만 아동·청소년 시기에 온라인에 게시한 글이나 사진, 영상 등에 개인정보를 포함하고 있는 경우 해당 게시물을 삭제하거나 가림 처리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아동·청소년 디지털 잊힐 권리 시범사업' 서비스가 지난 4월 24일부터 시행됐습니다.

만 24세 이하 국민이라면 누구나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데, 시행 두 달 동안 신청자는 15세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진, 개인정보보호위원회)

■ 시행 두 달 만에 3,488건.. 15세→17세→16세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디지털 잊힐 권리 시범사업' 시행 두 달을 맞아 지난달 30일까지 신청된 3,488건(처리 2,763건)을 분석했다고 오늘(2일) 밝혔습니다.

분석 결과 신청자 수가 가장 많았던 연령은 15세(652건)였습니다. 이어 17세(501건), 16세(498건), 14세(478건), 18세(290건) 등 순이었습니다.

연령대별로는 16세 이상 18세 이하 신청 건수가 전체의 37%를 차지한 반면 19세 이상 24세 이하 성인의 신청 비율은 30%로 가장 낮았습니다.

요일별로 보면 일요일, 수요일, 금요일 순으로 신청 비율이 높았습니다.

■ 삭제 요청 가장 많았던 사이트는 '유튜브'

게시물 삭제 요청이 가장 많은 사이트는 유튜브(931건)였고, 페이스북(632건), 네이버(593건), 틱톡(515건), 인스타그램(472건)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접수된 사례는 과거에 본인 사진이나 영상, 전화번호 등을 게시했지만 삭제하지 않은 채 사이트를 탈퇴해 게시글 삭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어린 시절 만든 계정을 분실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런 경우 이번 시범사업을 통해 담당자 상담, 자기 게시물 입증자료 보완, 사업자 요청 등을 거쳐 게시물 삭제와 검색 목록 배제가 이뤄졌습니다.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인 아동·청소년은 미취학 아동 시기부터 영상 공유 플랫폼이나 커뮤니티, SNS 등을 중심으로 온라인 활동을 활발하게 해 왔지만, 개인정보 노출 위험성에 대한 인식은 높지 않기 때문에 무심코 올렸던 게시물에 개인정보가 다수 포함돼 있는 경우가 많이 있었던 것으로 개인정보위는 분석했습니다.

(사진, 개인정보보호위원회)

■ 디지털 잊힘 권리 시범사업 이용은 이렇게

'디지털 잊힐 권리 시범사업'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삭제를 희망하는 게시물 주소(URL)와 자기 게시물임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함께 첨부해야 합니다.

하지만 계정을 분실해 로그인이 어렵고, 신분증도 없는 아동·청소년의 경우 자기 게시물 입증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조사됐는데, 이럴 경우 노출된 개인정보 유형에 따라 입증자료를 준비하면 됩니다.

개인정보위는 주요 사이트별 URL 확인 방법, 주요 SNS의 계정 삭제 방법 등 이용자가 서비스를 더 쉽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개인정보 보호 포털 내 '디지털 잊힐 권리 시범사업' 홈페이지에서 안내할 계획입니다.

개인정보위 관계자는 "아동·청소년 '디지털 잊힐 권리 시범사업'은 국민이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개인정보 통제권 행사 지원사업"이라며 "앞으로도 주기적으로 서비스의 운영 현황과 성과를 살펴보고 보다 많은 아동·청소년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재연(Replaykim@jibs.co.kr)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