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세대 빠진 여자배구의 현실…세자르호 ‘VNL 24연패’
전무후무한 두 대회 연속 ‘무승·승점 0점’ 성적표
도쿄 4강 신화를 함께 일군 옛 사령탑과의 재회, 경기장을 가득 채운 안방 팬들의 뜨거운 응원…. 드라마를 위한 모든 준비가 끝난 듯 보였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다. 결과는 0-3 완패. 단 한 세트도 따내지 못했다. 2년 연속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전패. 승점 1점 또한 따지 못했다. 세자르 곤살레스 감독이 이끄는 여자배구 대표팀이 마주한 냉정한 현실이다.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은 2일 경기 수원 서수원칠보체육관에서 열린 2023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 3주 차 폴란드와 경기에서 0-3(23:25/18:25/16:25)으로 졌다. 이로써 한국은 이번 대회를 12전 전패로 마무리했다. 2022년 12연패에 이어 2개 대회 연속 전패로, 세자르 감독 부임 이후 발리볼네이션스리그에서 24연패를 기록했다. 2대회 모두 1-3(3번, 3번), 0-3(9번, 9번) 패배만 기록한 터라 승점이 하나도 없다.
참담한 결과다. 물론 여자배구가 하락세를 겪을 것이란 전망은 있었다. 2021년 열렸던 도쿄올림픽을 끝으로 김연경·김수지(이상 흥국생명)·양효진(현대건설)이 동시에 대표팀에서 은퇴하며 세대교체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특히 김연경 의존도가 높았던 대표팀 사정을 생각하면, 어느 정도 부진은 예상돼 있었다. 하지만 이런 점을 고려하더라도 두 대회 동안 1승은 물론 승점 1조차 따내지 못한 건 대회 출범(2018년) 이후 전무후무한 일이다.
선수들은 국제무대 벽이 ‘너무 높다’고 토로한다. 대표팀 에이스 공격수 강소휘(GS칼텍스)는 지난달 27일 불가리아에 1-3으로 패한 뒤 “세계적인 선수들과 실력 차를 많이 느낀다”며 “부끄럽다. 그동안 국내에서 안일하게 하지 않았나 반성하게 된다”고 했다. 국내 정상급 세터 김다인(현대건설) 역시 지난 29일 도미니카공화국에 0-3으로 진 뒤 “국제 대회를 치르면서, 국내에서 하던 플레이가 충분하지 않다고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가장 많이 어려움을 토로하는 부분은 ‘높이’다. 키가 큰 국외 선수들을 상대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역대 최악의 부진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한 측면이 있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 다른 아시아 국가인 일본과 중국은 상위권에 올랐다는 점과 세계순위에서도 중국(6위)과 일본(7위)이 높은 순위를 점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특히 일본 선수들은 대체로 한국보다 키가 작거나 비슷한 수준인데도 특유의 전술로 국제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사령탑의 지도력과 전술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따라온다. 특히 세자르 감독은 국가대표팀과 클럽팀 사령탑(프랑스 낭트)을 동시에 맡고 있다. 배구계에서 흔한 일이기는 하지만, 감독이 국외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다 보니 팀이 제 색깔을 찾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2년이나 팀을 지휘하면서도 여전히 베스트 멤버를 찾지 못하고 실험적인 선수 기용에만 치중한다는 지적도 있다. 대표팀은 이에 한유미를 코치로, 현역 선수인 김연경을 어드바이저로 영입했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는 없다.
세자르 감독은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세자르 감독조차 지난 2년 동안 발리볼네이션스리그에서 24경기를 펼치면서도 어떤 부분에서 대표팀이 성장을 일궜는지 정확히 설명하지 못한다. 세자르 감독은 이날 경기 뒤 ‘2개 대회 동안 발전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를 묻는 말에 “우리가 지난해보다 좋은 배구를 펼치고 있는 것”이라고 추상적으로 답할뿐이었다. 그 근거조차도 스테파노 라바리니 폴란드 감독 등이 “그렇게 말했다”는 것이었다.
대표팀이 뾰족한 출구를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파리올림픽 출전이 어려울뿐더러 다가올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도 성적을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도쿄 4강 효과로 2022년 5월 14위까지 올라갔던 세계순위는 이미 34위로 추락했고, 아시아에서도 중국-일본은 물론 타이(15위)에도 밀려 ‘3강’에도 들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에 세자르 감독은 “어린 선수들이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며 “8월 재소집 때는 우리 배구를 더 잘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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