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에 무단퇴근 적발되자…"개인정보 침해" 소송건 직원 [곽용희의 인사노무노트]
되레 "개인정보 침해 당했다" 주장
회사 상대로 위자료 300만원 소송
근로시간·산업안전 위반 처벌 강화추세
기업들은 CCTV 등 객관적 자료 원하지만
노조나 직원들은 '감시 목적' 반대
사진=게티
최근 근로시간과 산업안전 보건의무 준수와 관련해 정부의 엄정한 단속이 이어지면서, 근로자들의 근태 기록이나 안전 의무 준수 여부를 확인하고 싶어하는 사용자들의 '수요'도 증가하는 추세다.
이런 가운데 CCTV로 확인한 근태 기록을 바탕으로 징계를 내린 것이 '불법행위'에 해당하는 지를 두고 법원 판결이 나와 눈길을 끈다.
부산지방법원은 근로자 A씨가 자신이 소속된 사회복지법인을 상대로 300만원의 위자료를 달라고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고 법인 측의 손을 들어줬다.
○상습무단이탈 적발에도...되레 "300만원 내놔라" 손배 청구
노숙인을 지원하는 재단법인이 운영하는 노숙인 센터에서 근무하던 사회복지사 A는 2021년 7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당직 근무 중 다섯차례 근무지 무단 이탈을 한 사실이 적발됐다. A의 무단 이탈 기록은 CCTV로 밝혀졌다. A가 근무하는 센터에는 총 8대의 CCTV가 설치돼 있었는데, 사무실 입구와 노숙인 응급 잠자리의 복도와 출입구, 휴게실 및 격리실 등을 비추고 있었다.
무단이탈에 대해 회사 측은 A에게 '감봉 3개월' 징계를 내렸다. 사규에는 무단외출 3회 이상은 징계, 5회 이상은 해고사유로 정해져 있었다. 이에 불복한 A가 부산지방노동위에 '부당감봉구제신청'을 제기하자, 결국 회사가 징계를 철회하는 동시에 A도 노동위 구제신청을 취하하는 것으로 사건이 마무리지어졌다.
하지만 A는 되레 회사를 상대로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별도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다. A는 "회사가 CCTV를 설치 목적 외의 근태 관리나 근로자 감시 목적으로 사용했다"며 개인정보 보호법 15조, 18조, 25조를 위반해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또 징계 절차를 거치면서 정신적 고통을 겪었으므로 손해배상을 하라고 청구했다.
법원은 "CCTV를 통해 근무지 이탈을 확인한 행위가 불법행위가 된다거나 정신적 손해를 가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A의 주장을 일축했다.
법원은 "회사 측이 다른 직원들로부터 A의 근무지 무단이탈 정황을 확인한 후 CCTV를 통해 근무지 무단이탈을 확인한 것은 개인정보처리자의 정당한 이익을 달성하기 위해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이용한 것"이라며 "이는 회사가 확인한 정보의 범위 등을 고려하면 A의 권리보다 우선하는 것으로, 개인정보법 15조를 위반한 것이라 평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직원들이 근무하는 공간을 직접 촬영하는 CCTV는 없었다"며 "CCTV의 설치 위치와 센터의 설립 목적 등에 비춰 볼 때 CCTV 설치 자체가 개인정보법을 위반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또 "회사가 CCTV를 이용해 상시적으로 근로자를 감시하고 근무 태도 등을 지적하는 용도로 사용했다고 볼 수 없다"며 "특히 A가 센터의 개인정보보호 담당자 지위에 있었고, CCTV 위치 지정에도 관여한 바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대법원은 "개인정보를 정보 주체의 의사에 반해 유출한 경우 정신적 손해가 발생했는지는 △제3자가 유출된 정보를 열람했는지 △유출된 정보가 어느 범위까지 확산됐는지 △유출된 구체적인 경위는 어떤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2011다59834).
이를 바탕으로 부산지법은 "(A의) CCTV 영상은 징계권 있는 임원이 징계과정에서 확인했을 뿐 제3자에 유출하지 않았다"며 "회사가 징계도 철회한 점 등을 고려하면 위자료를 배상할 정신적 손해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사업장 CCTV 설치, 불법일까
CCTV를 두고 사업장에서 노사가 겪는 갈등은 적지 않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2021년 공장 위험 설비 주변에 CCTV를 설치하려다 노조가 “지나친 감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반발하면서 계획을 취소한 바 있다.
사업장에 CCTV를 설치하는 것은 불법일까. 고용노동부가 올해 1월 내놓은 개인정보보호 가이드라인을 보면 "고객 상담실, 출입안내실 등 불특정 다수가 출입할 수 있는 공개 장소에서는 개인정보법 25조·58조에 따라 시설안전 등 목적으로 동의 없이 설치·운영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반면 직원들만 출입할 수 있는 사무실 등 비공개 장소라면 개인정보 보호법 15조 1항에 따라 △정보주체 동의가 있거나 △법령상 의무 준수를 위해 불가피한 경우 △정당한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등으로서 명백하게 정보주체의 권리보다 우선하는 경우 등에 설치할 수 있다고 한다. 다만 이 경우에도 해당 목적 외의 촬영은 금지되며, 특히 근로자 감시 목적으로 촬영하거나 영상을 활용하는 경우엔 개인정보법 위반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근무자들의 책상 및 컴퓨터 화면까지 찍히도록 한 행위는 사업자의 이익이 근로자의 이익보다 높지 않고, 근로자의 동의도 받지 않았으므로 보호법 제15조 제1항 위반에 해당된다"고 보고 있다(개인정보보호위원회 결정 제2022-011-067).
CCTV를 직원 감시 용도로 이용했다면 '직장내 괴롭힘'에 해당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고용부는 직장 내 괴롭힘 판단 및 예방·대응 매뉴얼에서 '일하거나 휴식하는 모습을 감시하는 행위'를 괴롭힘의 예시로 들기도 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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