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인터뷰] 황근순 대한건설협회 경기도회장

이은진 기자 2023. 7. 2.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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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주제도 정상화 온힘… 도내 건설산업 재도약 돕겠다”
황근순 대한건설협회 경기도회장이 경기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취임 소감과 포부를 밝히고 있다. 홍기웅기자

“건설 산업 발주제도의 비정상을 정상으로 회복하기 위해 목소리를 내겠습니다.” 

지난달 취임한 황근순 제24대 대한건설협회 경기도회장의 포부다. 정부의 SOC 예산 및 주택건설 수요 감소부터 난립하는 건설사들의 치열한 수주 경쟁까지 경기도 건설업계는 ‘진퇴양난’에 놓여 있다. 낙찰을 받아도 제값을 받지 못하는 등 역경을 헤매는 도내 건설사들의 ‘구원투수’로 등판한 황근순 신임 회장에게 경기도 건설산업의 재도약을 위한 구상을 들어봤다.

Q. 지난달 제24대 건협 경기도회장으로 취임했다. 소감은.

A. 무겁다. 우리 회원사들이 힘들어하고 있어 마음이 무거울 따름이다. 정부와 지자체의 재정이 부족해 정상 발주를 하지 않고 있다. 과거 정부에서 건설 선진화를 위해 발주 제도에 최저가를 도입시켰다. 합리적으로 추진이 됐어야 했지만 예산 절감에 포커스를 맞췄고, 결국 건설사에게 불합리한 제도가 정착되고 말았다.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는 상황에서 경기도에 있는 중소 건설사들은 발주를 따내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심지어 공사를 따도 예산에 맞춰서 발주된 공사를 집행하다 보니 오히려 손실이 나는 가슴 아픈 상황이다. 건물이라는 것은 수요에 의해 면적이 정해지는 것인데, 부족한 예산으로 설계된 건물을 수주해 공사에 임하다 보니 오히려 내 돈으로 메꿔서 공사를 완성해야 하는 것이다.

휴식, 근무, 수면 등 인간의 모든 행위는 건축물 안에서 이뤄진다. 건축물은 생명을 담는 공간인 만큼 매우 중요하지만, 과거 건설업이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뀌면서 건설사가 난립하게 됐다. 그러다 보니 역량이 부족한 회사들이 우후죽순 늘면서 안전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건설산업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 예전 같지 않다는 점 역시 건설업계가 극복해야 할 문제 중 하나다.

Q. 당선 때부터 ‘적정공사비 확보 및 회원사 수주 여건 개선’을 강조해왔는데, 이를 위해 방점을 찍고 있는 부분은.

A. 정부에 지속적으로 발주제도의 정상화를 요청해왔지만, 돈과 직결되는 문제다 보니 정부의 재정 부족으로 모든 것이 막혔다. 그래서 300억원까지는 표준시장단가가 아닌 표준품셈으로 내역 적용을 하는 등의 내용을 다시 시도하려고 한다. 

표준품셈은 공종별로 소요되는 자재, 인력, 장비 등의 원가분석을 통해 공사비 산출에 폭넓게 쓰기 위해 만든 방식이다. 반면 표준시장단가는 100억원 이상 공사의 공종별 단가를 실제 조사한 것으로, 쉽게 말해 표준품셈은 설계를 기준으로 원가를 분석해 산출된 가격이고,  표준시장단가는 규모의 경제가 적용된 대형공사의 준공단가를 의미한다.

발주처에서 실거래가격을 적용한 내역서에서 20% 낮은 금액으로 발주하다 보니, 건설사들은 공사를 따는 순간 20%의 손해를 안고 시작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표준품셈으로 발주할 경우 건설사의 손해를 최소화함으로써 적정공사비 확보, 회원사 수주 여건 개선을 이끌어낼 계획이다.

Q. 취임사에서 “발주제도의 비정상을 정상으로 회복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있는 청사진이 있다면.

A. 발주제도의 정상화를 위한 ▲중소건설사업자 일감 창출 및 업역 수호 ▲적정공사비 확보 및 불공정 유발 제도 개선 ▲미래경영 지원 및 회원사 애로 해소 ▲회원과 소통하는 협회 등 네 가지를 회원들에게 약속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정책을 쏟아낸다고 한들, 한 번에 모든 정책을 적용하려고 하면 그걸 받아들이고 소화시키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 마찬가지로 우리 회원사들이 갑작스럽게 많은 것들을 받아들이고 습관화·생활화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회원사들의 의식 함양에 먼저 힘을 쏟고자 한다. 그 방법은 바로 ‘공부’다. CEO는 회사를 성장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산업에 대한 흐름을 읽고 공부를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경기도회만 2천100여개 회원사가 있는데, 거기서 100명의 대표들만 참여해도 5% 아닌가. 도내 각지에 자리 잡고 있는 CEO들이 독서모임, 스터디 등을 통해 약 5년 뒤엔 회사가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협회를 향한 신뢰가 커지지 않을까.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협회의 문화와 환경을 바꾸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독서모임부터 시작해 간담회, 세미나 등을 통해 CEO들의 의식을 혁신적으로 바꾸는 게 1차적인 목표다.

Q. 최근 경기도내 건설산업의 주요 현안은 무엇이라고 보는지.

A. 불합리한 발주제도 개선이 가장 큰 현안이다. 현재 경기도에서 발주하는 공사를 보면 110%의 실행률이 나온다. 이 말은 즉, 건설사들이 공사를 따낼 때마다 손해를 본다는 의미다. 그것을 바로잡는 것이 경기도회장으로서 첫 번째 목표다. 

두 번째는 건설산업 기본법을 바로잡기 위해 도내 건설업계가 가진 어려움에 대해 본회에 어필하는 일이다. 이를 통해 국토부를 움직이고 기재부, 조달청 뿐만 아니라 LH, 도로공사 등 국토부 산하의 많은 공기업들을 움직여서 정상적인 발주 문화를 만드는 것이 제 소망이자 소명이다.

Q. 불안정한 경제 상황에 어려움 겪고 있는 회원사들을 위한 협회 차원의 노력은.

A. 회원사들에게 바라는 것은 회원사들의 깨어 있는 조직적인 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저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절대 불가능하다. 그래서 회원사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저 사람이면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신뢰를 회원사들에게 심어줘야 한다.

한 번에 바로 큰 성과를 내긴 어렵겠지만 회원 한 명, 한 명의 마음을 이끌어낸다면 우리 협회의 힘이 솜사탕만큼 커질 날이 올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 날이 오면 불합리한 제도가 바로잡히는 시간이 당겨질 것이다.

Q. 임기 내 목표는.

A. 회장직 임기가 4년인데, 우리 회원사들이 4년 후에는 더 나은, 더 좋은 회사로 변해 있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회장으로서 좋은 방향으로 회원사들을 이끌어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회원사들이 협회가 하는 일에 수용하는 마음을 갖고 협회가 이끄는 방향 대로 잘 따라와 주길 바라는 마음 뿐이다.

끝으로 경기도회장으로서 가장 궁극적인 목표가 있다면 회원사들이 사랑하는 협회, 회원사들의 경영에 활력을 불어넣는 협회, 무엇보다 회원사들이 협회를 떠나지 않는 협회를 만들고 싶다.

이은진 기자 ej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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