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日오키나와와 역사적 관계 강조…"대만 간섭 견제 목적"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중국이 최근 일본 오키나와와의 역사적 관계를 강조하고 나선 것은 대만에 대한 일본과 미국의 간섭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초 국가 보관소를 방문했을 때 자신이 남부 푸젠성에 근무하던 당시 푸젠성과 류큐 제도의 깊은 관계에 대해 알게 됐다고 밝혔다.
류큐 제도는 일본 오키나와현에 속한 섬들로, 오키나와는 1879년 일본에 강제 병합되기 전까지 '류큐 왕국'이라 불린 독립된 왕국이었다. 일본과 구별되는 문화와 언어를 가진 류큐 왕국은 중국 명나라와 청나라에 조공을 바쳤다.
SCMP는 "시 주석이 집권한 이래 류큐에 대해 언급한 것은 처음으로, 이는 대만과 관련한 문제에 일본이 관여하지 않도록 압력을 가하려는 시도로 널리 해석됐다"며 전문가들의 분석을 전했다.
료 히나타 야마구치 도쿄대 부교수는 시 주석의 발언에 대해 중국이 오키나와에서 또다시 여론을 부추기려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는 외국에서 반정부 감정을 결집하기 위한 중국의 심리전, 인지전을 부분적으로 보여준다"며 "이는 오키나와와 일본 정부 간 관계를 악화할 뿐만 아니라 오키나와와 현지 주둔 미군에 관계된 방위 계획을 교란한다"고 지적했다.
오키나와는 대만과 1시간 비행 거리에 있다.
앞서 지난 4월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오키나와 의원들이 일본 정부에 제출한 결의안이 명백히 무시당했다"는 내용의 논평을 게재했다. 해당 결의안은 미사일이나 다른 군사적 수단을 오키나와에 배치하는 것에 반대하는 내용이다.
글로벌타임스는 일본과 미국이 오키나와에 군대를 주둔시켜 평화와 안정을 위협한다면서 "이는 오키나와를 전쟁 그림자의 악몽에 영구적으로 가두려는 시도인가?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 주민들의 불안과 분노에 대해 정말 신경을 쓰고 있나?"라고 지적했다.
조너선 버크셔 밀러 일본 국제문제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중국이 오키나와에서 더 모험적이고 위험한 접근으로 선전전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는 중국과 역사적 관계가 있는 땅에 대한 다른 나라의 주장에 의문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대만의 긴장이 고조되면 중국은 더 회유하는 어조로 일본을 압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덴마크 오르후스대 레이몬드 야마모토 부교수는 시 주석의 발언을 2013년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에 실린 기사의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당시 인민일보는 중국사회과학원 학자들을 인용해 오키나와에 대한 일본의 영유권에 의문을 제기했다.
또 해당 기사가 보도된 며칠 후 인민해방군 장성 뤄위안은 "나는 과거 모든 조공국이 중국에 속한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류큐가 일본에 속하지 않는다고는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 인민일보의 기사는 일본에서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켰으며, 최근 중국은 그러한 접근 대신에 자국과 오키나와의 밀접했던 역사적 관계를 강조하며 오키나와 주민들의 환심을 사겨 한다고 야마모토 부교수는 설명했다.
야마모토 부교수는 "중국은 일본 정부에 무시당하는 오키나와 주민들의 고통에 대해 관심을 갖는 듯 보인다"며 "미군 기지 반대 운동에 공개적으로 공감을 표하는 것은 영리한 움직임"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는 대만에 대한 중국의 잠재적 무력 통일을 막는 데 핵심 요소인 미군의 오키나와 주둔을 둘러싼 일본 내 논쟁을 가열한다"며 "시 주석이 시도하는 그러한 '매력 공세'가 성공한다면 일본은 오키나와 주민들의 우려에 따라 더 큰 양보를 하게 될 것이며 이는 미군의 군사적 역량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관측했다.
다마키 데니 일본 오키나와현 지사는 지난 3월 미국 워싱턴을 찾아 오키나와 주둔 미군을 감축할 것을 촉구했다. 5월 13일에는 오키나와에서 2천명이 미군의 철수를 요구하며 행진에 나섰다.
다마키 지사는 지난달 9일에는 일본 방위성을 방문, 일본 정부가 보유를 선언한 '반격 능력'(적 기지 공격능력)을 위한 장사정 미사일의 오키나와 배치에 반대 의사를 전했다.
이런 가운데 다마키 지사가 이달 중국을 방문해 푸젠성을 중심으로 양측 간 무역과 인적 교류 강화를 추진하고 미군 기지 반대 운동을 홍보할 예정이라고 SCMP는 전했다.
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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