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인종차별'…나가려는 마크롱도 붙잡은 佛 거센 시위

정혜인 기자 2023. 7. 2. 16:1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0대 소년 경찰 총격에 사망 후 5일째 시위…
경찰 4만5000명 동원 주말 새 1700명 체포,
쇼핑몰 10곳·은행 250곳 피해 등 폭력성도…
"마크롱 '노란조끼' 후 최악 위기, 외교도 흔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프랑스 낭테르에서 교통경찰의 총격으로 사망한 17세 소년을 추모하고 경찰의 폭력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로이터=뉴스1

지난 3월 '연금개혁 반대 시위'로 진통을 겪었던 프랑스가 3개월여 만에 또 대규모 시위에 직면했다. 프랑스 당국이 전국 주요 지역에 수만 명의 경찰을 배치하고, 강력한 대응을 예고하는 등 시위 진압에 나서고 있지만 폭동은 여전하다.

주요 외신은 이번 시위가 프랑스 경찰의 '인종차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하며, 2018년 말 프랑스 대부분을 마비시킨 '노란조끼' 시위 이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정부가 직면한 최악의 위기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예정된 대통령의 주요 외교 일정에도 차질이 생기면서 마크롱 정권의 영향력도 훼손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弗 전역서 '인종차별' 반대 시위…주말새 1700명이상 체포
2일(현지시간) AFP통신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해보면 북아프리카 알제리계 17세 청년 나엘의 사망 사건으로 지난달 28일부터 시작된 프랑스 내 대규모 폭력시위는 이날까지 닷새째 이어지고 있다.

시위대 규모가 정확하게 집계되지 않은 가운데 나엘의 장례식이 있었던 지난 1일과 2일 새벽 사이 프랑스 전역에서 1700명 이상이 폭력 시위 가담 혐의로 체포됐다. 나엘이 사망한 이후 지금까지 체포된 인원은 약 2800명에 달한다고 폭스뉴스는 전했다. 프랑스 내무부에 따르면 1일에는 1300명가량 체포됐으며, 구금된 이들 중 30%는 18세 미만이었다.

프랑스 낭테르에서 교통경찰의 총격으로 사망한 17세 소년을 추모하고 경찰의 폭력에 항의하는 시위가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시위대는 자동차에 불을 지르고 경찰에 폭죽을 발사하면서 경찰과 대치했다. 2023.6.29 /로이터=뉴스1
1일(현지시간) 프랑스 남부 마르세유에서 '인종차별 반대' 시위대 참여한 10대들이 경찰이 시위 진압용으로 사용한 최루탄을 피해 도망치고 있다. /AFPBBNews=뉴스1

이번 시위는 지난달 27일 파리 인근 교외에서 북아프리카 알제리 출신의 17세 소년 나엘이 현지 경찰의 총격에 사망하면서 시작됐다. 사망한 소년 나엘은 파리 서부 외곽 낭테르에서 교통 검문을 피하려다 경찰관이 쏜 총에 맞아 사망했으며 당시 장면이 담긴 영상은 소셜미디어에 퍼졌다. 이번 일은 미국에서 2020년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사망한 조지 플로이드 사건과 비교되기도 한다.

일부 프랑스인들은 경찰의 '인종차별'이라고 크게 반발하며 대규모 폭력 시위에 나섰다. 나엘의 어머니는 프랑스 5TV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프랑스 경찰 전체에 분노한 게 아니라 아들을 총살한 경찰관에게 화가 난 것이다. 아랍인 같은 용모를 가진 아이라고 해서 당장 죽이려고 한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브루노 르 메르 프랑스 경제·재무부 장관은 "(폭력 시위로) 쇼핑몰 10개, 슈퍼마켓 200개 이상, 은행 지점 250개 등이 공격받거나 약탈당했다. 이처럼 전국에 걸친 폭력과 약탈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프랑스 당국은 갈수록 수위가 높아지는 폭력 시위에 군·경찰 4만5000명을 프랑스 전역에 이미 배치했고, 추가 인원 배치도 고려하고 있다. 또 경장갑차까지 동원했다. 당국은 정부의 강력한 대응에 폭력 시위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고 했지만, 외신들은 프랑스 주요 도시에서의 폭동은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연금개혁 반대 겨우 막았는데…마크롱 또 위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AFPBBNews=뉴스1
외신은 이번 폭력 시위가 마크롱 대통령에 또 다른 정치적 위기이자 외교적으로도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격해진 시위에 2~4일 예정됐던 독일 국빈방문 일정을 연기했다. 그의 이번 독일 국빈방문은 프랑스 대통령으로서 23년 만에 처음 성사된 것으로, 유로존 양대 경제 대국으로 꼽히는 양국 간 갈등 해소를 위해 이전부터 계획된 일정이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수개월간의 연금개혁 반대 시위에서 벗어나려 했던 마크롱 대통령에게 큰 도전이 되고 있다"고 했다. 유엔 인권사무소는 지난달 30일 성명을 통해 "(프랑스 경찰의) 알제리계 10대 소년 살해는 프랑스가 법 집행에서 인종주의와 인종차별의 심각한 문제를 진지하게 해결해야 할 순간(임을 보여준다)"는 입장을 내놨다.

파리정치대학의 브로노 코트레스 연구원은 "연금개혁 위기에서 벗어나 내각 개편으로 이번 여름을 순조롭게 보내려던 마크롱 대통령에게 이번 폭동은 '매우 나쁜 소식'"이라며 이번 폭동이 내년에 예정된 2024년 파리올림픽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나엘에게 총격을 한 경찰관은 현재 자의적인 살인 혐의로 구금됐으며 강력한 처벌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혜인 기자 chimt@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