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자 인사에...관객들 ‘빵 터진’ 이유는?
국립국악관현악단 공연에 등장
정확한 박자와 인사로 호평들어
최수열 지휘자와 함께 ‘감’ 연주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 국립국악관현악단의 공연 ‘부재’는 여느 때보다도 더욱 큰 관심을 모았다. 한국 최초로 로봇 지휘자 ‘에버(EveR)6’가 무대 위에 올라 직접 지휘를 펼친 날이었기 때문이다. 에버6가 등장할 때부터 이어진 환호는 연주를 마친 에버6가 몸을 돌려 인사를 하고, 단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관객들에게 인사하라는 신호를 보낼 때마다 더욱 커졌다.
로봇이 사람들을 이끌면서 연주를 한다는 사실 자체가 화제가 된 것이었지만 실제로 에버6의 지휘 능력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 개발한 안드로이드인 에버6는 팔과 목,어깨에 달린 20개의 모터로 기대 이상으로 유연하고 섬세한 지휘를 보여줬다. 이날 앞쪽에 앉아 큰 박수를 보낸 김이정(26) 씨는 “생각보다 로봇이 지휘를 잘한다”며 혀를 내두르더니 “걸어나와서 지휘하는게 아니라 피트 위로 나오는게 조금 아쉽긴 했지만 그 외에는 기대 이상이었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물론 인간의 도움없이 에버6가 지휘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공연을 앞두고 에버6는 문자화된 악보를 사용해 익혔고, 로봇학습지휘자로 나선 정예지 지휘자의 몸동작을 모션 캡처(몸에 센서를 달아 인체 움직임을 디지털로 옮기는 일)를 통해 배웠기에 지휘를 따라할 수 있었다. 이날 1부에 홀로 나온 에버6는 샤라브의 ‘깨어난 초원’과 비르바의 ‘말발굽 소리’를 혼자 지휘하면서 만만치 않은 실력을 보여줬다.
사람과의 교감이 불가능하다고는 하지만 2부에서는 협업도 이뤄졌다. 최수열 지휘자와 함께 무대에 다시 오른 에버6는 이번 공연을 위해 손일훈이 작곡한 ‘감’이라는 곡을 함께 지휘했다. 2명의 지휘자가 앞에 서 있는 독특한 상황이었지만 단원들은 문제없이 연주를 선보였고, 최 지휘자는 지휘봉을 잡은 에버6를 바라보며 손을 휘둘러 느낌을 더하는 방식으로 지휘를 했다. 이후에는 최 지휘자가 황병기의 가야금 협주곡 ‘침향무’와 김성국의 ‘영원한 왕국’을 맡아 아직 로봇보다 더욱 끈끈한 모습으로 지휘를 하며 공연을 마쳤다.
한국 외에 일본과 스위스 등지에서 앞서 로봇 지휘자가 등장한 적은 있지만 아직도 일반적이지는 않다. 무대 위의 돌발 상황에 대처할 수도 없고, 미묘한 차이를 구현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독특한 시도가 쓰일만한 곳을 찾는 것은 이제 인간의 과제일지도 모른다. 이날 시종일관 공연을 즐기는 모습을 보여줬던 국립국악중학교 학생 강하은 양은 “실제로 로봇을 보니 신기하고 기대 이상으로 손을 잡는 모습이 정교하다”고 평가하며 “가야금을 전공하고 있는데 지휘자 선생님 없으실 때 학생들끼리 연습하며 박자맞추기에는 저런 로봇 친구가 있다면 아주 유용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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