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시게 아름다운 화면에 담은 외로운 인간
스토리 뒤엉켜 이해 안가지만
미장센 대가다운 명장면 가득
톰 행크스·스칼릿 조핸슨 출연
이 영화는 사막에 모여 소행성을 관찰하려는 사람들 이야기일까, 연극을 만들기 위해 모인 사람들 이야기일까. 정답을 얻지 못한다 해도 상관은 없다. 감독 특유의 파스텔톤 색감으로 그려낸 푸른 하늘과 그 아래 사막 위 집을 보는 것만으로도 눈은 즐거워진다.
'비주얼 마스터'이자 '미장센의 대가'라 불리는 웨스 앤더슨 감독의 신작 '애스터로이드 시티'가 지난 28일 개봉했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2014) 이후 국내에서도 많은 팬이 생긴 앤더슨 감독은 좌우대칭을 정확히 맞추고 수평·수직을 고려한 구도로 파스텔톤 색감을 펼치는 특유의 장기를 이번에도 유감없이 펼쳐 보인다.
이야기는 독특한 '극중극' 구성으로 돼 있다. 1955년 미국의 한 사막에 자리한 가상의 마을 '애스터로이드 시티'로 사람들이 모여든다. 운석이 떨어진 충돌구를 관광자원 삼아 먹고사는 이 작은 도시에서 청소년 과학 천재들의 발명품에 상을 주는 행사가 열리기 때문이다.
그렇게 사막에 모인 각양각색의 인간 군상 사이에서는 자연스러운 화학 반응도 일어난다. 아내를 잃은 뒤 자녀 4명을 이끌고 사막으로 온 종군 사진기자 오기 스틴벡(제이슨 슈워츠먼)과 똑똑한 딸을 데리고 온 영화 배우 밋지 캠벨(스칼릿 조핸슨)은 서로의 외로움을 이해하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이 와중에 이들은 예기치 못한 사건을 마주하고, 이를 숨기려는 정부에 의해 뜻하지 않게 봉쇄된다.
이처럼 황당한 일이 벌어지는 까닭은 사실 이 모든 것이 극작가 콘래드 어프(에드워드 노턴)가 쓴 연극의 한 장면이기 때문이다. 연극이 시작된 후의 내용은 컬러 화면이지만 연극을 만들어내는 현실은 흑백 장면으로 처리된다. 경직된 말투로 말을 나누는 현실세계의 인물들이 오히려 연극 무대 위의 사람처럼 보이는 느낌도 든다.
애초에 기승전결에 큰 관심을 두고 있지 않기에 스토리를 따라가는 것은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오죽하면 연극의 주연 배우가 컬러 화면을 뛰쳐나와 흑백 화면으로 들어오며 "지금도 이 연극이 이해가 안 된다"고 외치는 장면이 있을 정도다.
하지만 그럼에도 장면마다 인간이 가진 본질적인 외로움을 드러내는 배우들의 열연이 웃음도, 연민도 준다. 게다가 그 배우들이 주연을 맡은 제이슨 슈워츠먼과 스칼릿 조핸슨을 빼고도 톰 행크스, 틸다 스윈턴, 에드워드 노턴, 에이드리언 브로디, 스티브 커렐, 윌럼 더포, 마고 로비 등 할리우드 무대를 주름잡고 있는 대스타라는 점에서 더욱 흥미로워진다.
[이용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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