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서 10CM 라이브 공연 "모두 소리 질러!"
전국 상영관 돌며 50회차 공연
영화관의 새로운 생존법 찾기
드라마 상영·골프 연습장 변신
非영화 이용객 올해 150만명
"영화관인데 소리 질러도 괜찮겠어요?" "네! 꺄~"
불꺼진 상영관의 데시벨이 이렇게 높았던 적이 있을까. 지난달 29일 오후 8시 서울 CGV영등포 스피어엑스관에서 가수 10CM(십센치) '서머 콘서트 위드 CGV'의 막이 올랐다. 국내 영화관에서 열리는 첫 라이브 콘서트다. 워낙 고요함이 미덕인 장소인지라 380여 관객석이 꽉 차 있음에도 처음엔 간간이 터지는 함성에서 어쩔 수 없는 쭈뼛함이 느껴졌다. 그러나 밴드 세션과 보컬 권정열이 무대에 올라 '새벽 4시' '그라데이션' '폰서트' 등 노래를 이어가자 금세 이곳은 라이브 콘서트장으로 변했다. 팬들은 저마다 팝콘과 콜라를 먹으며 박수와 환호로 90여 분간 공연을 즐겼다.
십센치는 영등포에서 1일까지 3회 차, 7~9일 부산 센텀시티에서 3회 차 등 총 6회 공연을 밴드 라이브로 연다. 이어 9월까지 전국 CGV를 돌며 총 50회 공연으로 투어를 이어간다. 상영관마다 오후 2시, 8시, 9시 등으로 공연 시간과 콘셉트를 다르게 했다.
이번 영화관 콘서트는 전국 각지에 있는 팬들과 만나고 싶다는 십센치의 바람에서 비롯됐다. 가수 입장에선 엔데믹으로 공연장 대관이 붐비는 데다 수도권 외 지역은 공연 인프라스트럭처가 빈약하다는 점, 영화관 입장에선 영화 관객 수 감소로 대체 콘텐츠를 찾아야 한다는 점이 잘 맞물린 결과다.
사실 영화관은 공연장에 썩 적합한 장소가 아니라고 한다. 편안하고 넓은 좌석 등 장점도 있지만, 스크린과 스피커가 영화 상영에 최적화돼 공연용으로 적합하지 않은 등 현실적 제약이 크다. 콘서트를 함께 기획한 권형민 CGV ICECON사업팀 과장은 "아이디어만 있고 선뜻 실현하지 못했던 기획인데, 이번엔 아티스트가 의지를 갖고 직접 음향 장비와 무대 설비를 들여와 성사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에 영화관 자체 설비보다는 무대 위에 설치된 좌우 총 8개의 스피커와 간접 조명 등이 주로 활용됐다.
만족도도 나쁘지 않아 보였다. 십센치는 "무대에서 여러분을 바라봤을 때 보이는 모습이 너무 예쁘다. 이렇게 예쁜 공연장이 없는 것 같다"며 "객석의 여러분을 보자마자 제가 음악 영화의 주인공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 했다. 객석에서 만난 김유림 씨(28)는 "전문 공연장이 아니라 음향이 걱정됐는데 공간 안에서 울리는 느낌이 더 좋게 들렸다"고 말했다. 김빈 씨(21)도 "상영관은 일상적으로 자주 접해본 곳인데 여기서 라이브로 노래를 들으니 새로웠다"며 "단차 덕분에 무대도 가리는 것 없이 잘 보여서 좋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처럼 멀티플렉스 영화관의 공간 활용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특히 대형 스크린과 높은 층고, 수백 명이 한 장소에 모일 수 있다는 특성에 맞는 이색 콘텐츠를 발굴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최근엔 인터넷동영상서비스(OTT) 오리지널 드라마를 영화관에 상영하기도 한다. 웨이브 시리즈 '박하경 여행기'가 CGV에서 특별 상영됐고, 티빙 시리즈 '몸값'도 8부작 중 1~4부를 파트1, 5~8부를 파트2로 묶어 오는 5일부터 CGV와 메가박스에서 상영한다. 무대인사·GV(관객과의 대화) 등 대면 이벤트도 함께 연다.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새로운 공간 사업자로 나아가는 건 불가피한 선택이기도 하다. 공간 임대가 20~30년 장기로 묶여 있거나, 영화관 설비를 원상 복구해야 하는 비용이 더 큰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CGV에 따르면 CGV 극장에서 영화 이외의 콘텐츠를 즐긴 관람객 수는 2021년 21만명에서 지난해 42만명으로 2배 늘었다. 올해는 1분기에만 37만명을 돌파했다. CGV 관계자는 "이 수치는 연말까지 총 150만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영화관이 영화뿐 아니라 또 다른 콘텐츠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공간이라는 개념이 조금씩 입증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CGV는 지난해 상영관의 높은 층고를 활용해 클라이밍짐 '피커스'로 탈바꿈했다. 서울 피카디리1958과 구로, 신촌아트레온점 등 3개 점포를 냈고, 올해 2개 점포를 더 늘린다. 숏게임 골프 스튜디오 '디 어프로치'도 서울 송파에 오픈했다. 스크린 골프장 최소 설치 규격이 2.8m인데, 상영관 층고가 8m에 달해 실내에서도 개방감을 준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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