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디지털트윈으로 원격제어… 자율운항선박 시대 연다

이준기 2023. 7. 2.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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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t급 시험선 '해양누리호' 활용
레벨3 수준 핵심기술 평가·검증
자율운항선박 시험선으로 건조된 해양누리호 모습. 선박해양연 제공
센터 3층에 위치한 디지털트윈 브릿지·엔진(DTB·E) 모니터링 시스템
울산에 위치한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의 자율운항선박실증연구센터 전경. 선박해양연 제공

울산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자율운항선박성능실증센터'를 가다

지난달 29일 세계 최대 조선회사인 울산 현대중공업을 지나 10분 남짓 차를 타고 해안 길을 더 들어가자 확 트인 바다 옆에 배와 흡사한 모양의 흰색 건물이 등장했다. 해양과학기술원 부설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KRISO)가 지난해 11월 완공한 '자율운항선박성능실증센터'다.

◇'레벨3 자율운항선박' 실증 거점 구축=센터는 자율운항선박의 핵심 기술을 시험·평가·검증하는 곳으로, 선원이 승선하지 않고 원격제어로 운항하는 레벨3 수준의 자율운항 기술개발과 실증을 위해 세워졌다. 지난해에는 실증을 위해 자율운항선박 시험선 '해양누리호'를 건조해 오는 9월부터 시험 운항에 나설 계획이다.

센터는 자율운항선박 핵심 기술 평가를 위한 △시뮬레이션 기반 테스트베드(S-TAS) △디지털트윈 브릿지·엔진(DTB·E) 모니터링 시스템 △통합관제시스템 등을 갖췄다.

센터 3층에는 해양누리호가 시운전 해역에서 운항하는 주요 정보를 실시간 수집·관제하는 '시험 해역 통합관제시스템'이 들어섰다. 이곳에서는 레이더, 선박자동식별장치(AIS) 등 다양한 무선설비를 이용해 센터에서 10㎞ 구간, 면적으로는 약 67㎢ 규모에 달하는 시운전 해역에서 운항하는 해양누리호의 항행 경로를 감시·추적·예측한다. 이를 통해 인근 선박이나 해상 시설물과의 충돌을 예방한다.

통합관제시스템 옆에는 해양누리호의 두뇌에 해당하는 '디지털 트윈 브릿지·엔진 모니터링 시스템'이 자리하고 있었다. 바다를 누비는 해양누리호의 운항 및 기관 상태를 육상에서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대형 모니터들이 벽면을 채우고 있었다.

디지털트윈 브릿지(DTB)를 이용하면 3D 시계, 레이더, 전자해도 표시시스템, 2D 지도, 카메라 등을 통해 자율운항선박의 운항상황을 실시간 모니터링할 수 있다. 디지털트윈 엔진(DTE)은 해양누리호 운항 중 엔진 출력, 온도 등 50개 데이터를 실시간 모니터링해 선박 이상 여부를 감지한다. 유사 시 선박을 육상에서 원격 제어하는 콘솔과 연동된다.

임승현 기술원은 "자율주행차가 다양한 카메라와 센서, 라이다 등을 통해 주변 도로 상황을 실시간 모니터링하듯이 해양누리호 시험선에 탑재된 센서, 카메라, 위치정보, 레이더 등이 보내온 각종 영상과 데이터를 한 곳에서 모니터링하고 통합 제어한다"면서 "미러링 시스템을 통해 대전 본소에서도 운항 상황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센터 2층에는 실해역에서 구현 불가능한 가상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자율운항선박의 운항 성능과 기능을 시험평가하고, 실제 바다에 나가기 전에 다양한 상황을 사전 분석하는 장비를 갖춘 '시뮬레이션 기반 테스트베드'도 마련돼 있었다.

◇조선해양에 부는 '디지털 바람'…자율운항선박 선점한다=전 산업의 디지털화 흐름 속에 조선해양 분야에서도 최신 기술로 무장한 자율운항선박이 부상하고 있다. 자율운항선박은 AI(인공지능), 빅데이터, 첨단센서 등을 활용해 스스로 최적 항로를 탐색함으로써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

임근태 자율운항선박성능실증센터장은 "자율운항선박은 최근 친환경 선박과 함께 조선해양 분야의 패러다임을 바꿀 디지털 융합기술의 총집약체로 각광받고 있다"며 "관련 기술 선점과 국제표준 선도를 위해 기술 역량을 모으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율운항선박을 구현하려면 다양한 해상환경을 스스로 인지하고 판단해 최적의 운항 경로를 찾아 자율 운항하는 기술과, 선박 운항 상황을 실시간 모니터링하면서 원격으로 제어하는 기술이 필수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자율운항선박 1∼3단계는 부분 자율운항선박, 4단계는 완전 자율운항선박으로 구분한다. 임 센터장은 "현재 국내 조선사들은 1∼2단계까지 상용화 가능한 수준의 기술력을 갖고 있다"면서 "자율운항선박은 바다 특성상 자율주행차보다 복잡하고 다양한 변수를 정확하게 감지하고 판단해야 해 상용화까지 적어도 10년 정도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KRISO는 산업통상자원부와 해양수산부의 지원을 받아 2020년부터 자율운항선박 기술개발 사업을 하고 있다. 9월부터 시험 해역에서 시험선을 이용해 운송 충돌과 사고방지를 위한 상황인식시스템, 다양한 항로를 생성하고 결정하는 지능형 자율항해시스템, 운항 중 비상 상황 발생 시 육상제어가 가능한 원격제어시스템 등을 실증할 예정이다.

시험선으로 건조된 69톤급 해양누리호는 시속 22㎞로 운항하며 가상 데이터를 생성해 성능 검증을 하게 된다. GPS, 어라운드 뷰 카메라, LTE 안테나, 라이다, 풍향·풍속계, 광학카메라, 항해용·상황인식용 라이다 등 첨단 장비를 탑재해 선원 개입 없는 3단계 자율운항선박을 실증하게 된다.

홍기용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장은 "시험선을 활용한 성능평가를 통해 자율운항선박 시험평가 실적을 확보하고, 관련 기술 개발과 국제표준화를 주도하겠다"고 말했다.

울산=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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