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큐브미술관에서 만난 ‘정은별: 불발이 연속된 시간’
정해진 논리와 속도로 흘러가는 현대사회 속 개개인의 미약한 움직임에 주목해 그 개인의 내면을 세상과 연결하는 작업을 이어가는 이가 있다.
지난달 23일부터 성남 큐브미술관 반달갤러리에서 만날 수 있는 올해 두 번째 성남청년작가전 ‘정은별: 불발이 연속된 시간’은 정은별 작가의 내면에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면서 관람객들과 소통하는 데 집중한다.
이번 기획전은 성남에 거주하면서 작업을 이어가는 정 작가가 지역민들과 더 긴밀한 소통의 연결고리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을 함께하는 여정의 일부다.
전시는 한 개인에서 출발한다. 모두가 같은 목표물을 쏘지만 군중 가운데 쏘지 않는 한 사람이 있다. 의문을 품고 다른 이들의 행동을 따라 하지 않는 개인을 통해 작가는 사회의 법칙과 논리에서 벗어난 개개인의 감정에 귀 기울일 수 있다고 말한다. 1층에는 올해 작업한 신작들이, 2층에는 지난날 작가의 사유를 돌아볼 수 있는 작품들이 자리해 있다.
정은별 작가의 눈은 그저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대상들에 머물 뿐이다. 하지만 그의 시선이 작품으로 구체화되는 과정은 단순한 변형이나 변환에 그치지 않고 섬세한 표현에 따라 매체를 오가면서 공간에 스며든다. 그에게 일상생활 속 사물을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일은 우리가 평소 응시하고 인식하는 것들에 대한 점검의 시간이다.
마구 접힌 채로 바닥에 무심코 놓여 있는 상자, 골목 곳곳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잡동사니들, 바람에 날리는 검은 비닐봉지 따위의 것들이 그대로 인식되지 않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까. 작가는 부유하는 비닐봉지에서 움직이는 쥐의 형태를 포착해 캔버스로 옮긴다. 그렇게 대상을 인식하는 과정에서 피어오르는 정체불명의 불안은 그 대상에 가까이 다가가서야 비로소 소멸한다.
1층 전시장을 수놓는 정 작가의 캔버스는 손바닥만 하지만 그가 인식한 대상은 내면을 뒤흔드는 불안감을 증폭하기에, 그의 캔버스가 좁아지면서도 그 속의 여유 공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 아이러니를 만든다.
2층에 올라서면 다소 낯선 광경이 펼쳐진다. 전시장 우측 벽에 캔버스가 다닥다닥 붙어있지만, 관람객이 바라보게 되는 건 캔버스의 뒷면이다. 이 역시 작가가 캔버스에 옮겨놓은 대상을 관람객들이 인식하는 데 영향을 주는 방식의 전시 구성이다. 신작들로 구성된 1층과 달리 작가의 지난날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는 이곳은 대상에 대한 인식을 토대로 작품을 만들어온 작가의 내면이 어떤 변화를 겪었는지 어렴풋이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정은별 작가 역시 “불안과 공포 같은 감정이 어떻게 시각화되면서 화면과 매체를 넘나들고 있는지 집중해서 관람할 때 각자에게 와 닿는 감상의 깊이가 더욱 풍부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시를 기획한 김태은 성남문화재단 전시기획팀 큐레이터는 “정 작가는 원래 사회 시스템 속에서 한 개인이 받는 영향에 관해서 이야기를 지속해왔다”며 “그는 난폭하게 화면을 채우는 대신 서정적이고 섬세한 표현으로 작품을 구축해오면서 독자적인 세계를 이어가는 중이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작가의 작업 방식과 더불어 사유 흐름을 종합해서 바라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8월20일까지.
송상호 기자 ssh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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