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대선불복, '국영방송'과 '폭스뉴스' '소셜미디어'가 부추겼다
[글로벌팩트10] 허위정보 확산이 폭력사태로 번져… "플랫폼이 수수방관"
[미디어오늘 금준경 기자]
지난 1월 국가기관 점거로 이어진 브라질 대선불복 사태에 브라질 국영방송과 미국의 폭스뉴스, 소셜미디어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왔다.
서울 코엑스에서 지난 30일 열린 '글로벌팩트10' 행사에서 아오스파토스의 타이 나론(Tai Nalon) 최고책임자는 허위정보에 기반한 대선불복 사태의 이면에 '언론과 소셜미디어를 통한 선동' '플랫폼의 방관', '미국 미디어'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아오스파토스는 브라질의 팩트체크 전문매체다.
지난 1월 브라질 대선에서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패배하자 그의 지지자들은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대법원, 연방의회, 대통령궁을 점거했다. 앞서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지난해 7월 2018년 대선 때 전자투표 시스템이 해킹당했다고 주장했고 종이투표로 바꾸지 않는 한 부정개표가 이뤄질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아오스파토스의 타이 나론 최고책임자는 “브라질에서 벌어진 사태는 허위정보가 가져올 수 있는 위험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했다.
타이 나론 최고책임자는 언론과 소셜미디어를 통한 허위정보 유포에 주목했다. 그는 “보우소나루는 국영방송에 거액의 보조금을 주고 자신이 원하는 거짓말을 퍼뜨렸다”며 “정치인들은 인플루언서이기도 했다. 트위터 하나만으로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보우소나루는 매주 소셜미디어에 라이브 스트리밍 방송을 했다”고 했다. 브라질은 소셜미디어를 통한 뉴스 소비 비중이 높다.
타이 나론 최고책임자는 “미국의 영향도 있었다”고 했다. 그는 “터커 칼슨은 브라질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보우소나루 지지자들은 폭스뉴스와 커터칼슨의 주장을 전달하며 브라질 매체가 진실을 은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폭스뉴스가 폭력사태를 일으킨 사람들의 근거로 사용됐다”고 했다.
아오스파토스의 보도에 따르면 유튜브가 브라질 선거부정 음모론 게시물을 금지하기로 하자 터커 칼슨은 방송을 통해 이를 “검열”이라고 부르며 “그 주장이 거짓이라는 걸 유튜브가 어떻게 알 수 있나”라고 했다. 이 영상은 포르투갈어 자막을 붙인 버전이 텔레그램 등을 통해 브라질에 공유됐다. 점거 사태가 일어난 이후 터커 칼슨은 방송을 통해 “구속된 브라질 시위대가 죽었다”고 했지만 이 역시 사실이 아니었다. 터커 칼슨은 극우적 주장을 내보내 인기를 끌었던 폭스뉴스의 간판 진행자다. 폭스뉴스는 지난 4월 미국 대선 개표기가 조작됐다는 허위정보의 책임을 물어 그를 해고했다.
아오스파토스는 지난 1월12일 보도를 통해 “미국에선 도널드 트럼프와 동맹과 같은 관계인 폭스뉴스의 앵커 터커 칼슨과 같은 인물이 선거 결과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반복적으로 퍼뜨리면서 음모론자들의 분노를 더욱 격화시키는 데 일조했다”고 했다.
타이 나론 최고책임자는 플랫폼의 문제도 지적했다. 그는 “폭력사태가 일어날 시기에 여러 플랫폼들이 이러한 콘텐츠에 대해 단속하지 않았다”며 “단속은커녕 플랫폼들은 돈을 벌었다. (폭력사태 당시) 유튜브 라이브 스트리밍을 통해 많은 사람이 돈을 벌었고, 플랫폼도 돈을 벌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플랫폼이 이를 컨트롤 못한다는 게 안타깝다”고 했다.
타이 나론 최고책임자는 “사태 전날 사람들이 '점거하자'는 글들을 올렸고, 라이브 방송을 하는 인플루언서들도 있었다. 꽤 오랫동안 의도적으로 선거를 망치기 위한 시도가 있었는데 플랫폼이 이를 수수방관했다”고 비판했다. 틱톡, 유튜브, 텔레그램 등을 통해 점거 계획을 알리고 이를 선동하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트위터 내부에서 브라질 선거 관련 허위정보의 위험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 사실도 드러났다. 지난해 트위터를 퇴사한 요엘 로스 전 트위터 신뢰·안전 부서 책임자는 지난 30일 '글로벌팩트10' 기조발표를 통해 브라질 선거 위험성에 대한 우려를 내부적으로 공유한 사실을 전한 뒤 “내가 퇴사하고 브라질 선거 위험성에 대한 이야기가 중단됐고, 회사는 (허위정보) 관련 조치를 하는 업무를 중단했다”고 했다.
'글로벌팩트10'은 세계 최대 팩트체크 컨퍼런스로 올해 행사는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 SNU팩트체크센터와 국제팩트체킹연맹(IFCN)이 주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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