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원지·해수욕장 ‘알박기 텐트’ 더는 못 봐…칼 빼든 전국 지자체

강현석·최승현·백승목·박미라·김현수 기자 2023. 7. 2.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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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전남 보성군 율표해수욕장 솔밭에 장기간 사용하지 않는 텐트를 설치하지 못하도록 하는 펼침막이 설치돼 있다. 보성군은 이번주부터 알박기 텐트를 단속해 철거한다. 강현석 기자

영산강 지류인 전남 나주시 남평읍 지석강에는 삼각주에 형성된 솔밭이 있다. 200여 그루의 노송 숲과 맑은 강물이 어우러진 이곳은 ‘솔밭유원지’로 알려져 있다. 대도시인 광주광역시에서도 가까워 주말이면 캠핑을 하려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하지만 솔밭유원지에서 수도시설 등이 가까운 ‘텐트 명당’을 찾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다. 나주시가 최근 조사를 진행한 결과 9만㎡ 넓이의 유원지에는 텐트와 캠핑카 62동이 장기간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나주시는 “텐트를 설치해 둔 뒤 가끔 별장처럼 사용하는 사람들 때문에 하루 3∼4건 민원이 접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유원지나 해수욕장 등에서 좋은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장기간 설치해 둔 일명 ‘알박기 텐트’에 대해 칼을 빼 들었다. 야영을 하지 못하도록 규정을 바꾸거나 아예 폐쇄한 곳도 있다. 최근 정부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해수욕장에 장기간 설치된 텐트 철거에도 적극 나선다.

2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나주시는 지석강 솔밭유원지 일대를 ‘야영·취사 금지 구역’으로 지정한다. 시는 오는 5일까지 계도기간을 거친 뒤 장기간 자리를 차지한 텐트와 캠핑카를 본격적으로 단속하기로 했다.

야영·취사 금지구역이 되면 낮에는 텐트를 설치할 수 있지만 숙박은 할 수 없다. 야영하다 적발되면 1차 100만원, 2차 200만원, 3차 300만원 이내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다. 나주시는 “유원지는 모든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어야 하는데 알박기 텐트로 선량한 시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밝혔다.

경남 창원시도 이달부터 알박기 텐트 단속을 본격 시행한다. 이를 위해 북면수변생태공원·대산수변체육공원 등 지역내 모든 하천을 ‘국가하천 낙동강 야영·취사 등의 금지 지역’으로 지정했다. 계도기간을 거친 뒤 과태료를 부과하고, 이후에도 철거하지 않으면 행정대집행에 나설 방침이다.

전남 보성군 율포해수욕장 솔밭 그늘에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장기간 설치된 ‘알박기 텐트’ 30여 동이 설치돼 있다. 군은 이번달부터 이 텐트들을 자진 철거하지 않으면 강제로 철거한다. 보성군 제공

경북 영천시는 지난달 야영장을 아예 일시 폐쇄했다. 무료로 운영 중인 임고면 영천댐공원과 임고강변공원 야영장에 알박기 텐트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면서다. 두 공원에는 지난 3월부터 알박기 텐트가 들어서기 시작해 80여개가 난립했다. 시는 지난달 25일 알박기 텐트 철거작업을 마친 뒤 1일부터 야영장을 재개장했다.

전국의 해수욕장도 피서철을 앞두고 알박기 텐트 철거에 나선다. 지난달 20일 해수욕장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해수욕장에서 무단으로 방치된 물건을 해당 지자체가 직접 제거할 수 있게 됐다.

전남 보성군은 30개가 넘는 텐트가 장기간 설치된 율포해수욕장에서 3일부터 본격적인 단속에 나선다. 그동안 텐트마다 ‘철거 안내문’ 등을 붙였던 보성군은 강력하게 조치하겠다는 방침이다. 보성군 관계자는 “해수욕장을 찾는 시민들의 민원이 많았다”고 말했다.

제주시는 협재와 금능해수욕장 야영장에 방치된 텐트를 강제 철거할 예정이다. 제주시는 마을 청년회와 함께 전수조사를 실시해 협재해수욕장 20개, 금능해수욕장 15개 등 모두 35개의 텐트가 오랜 기간 방치된 것으로 확인했다. 제주시는 7~8월 한시적으로 협재·금능해수욕장 야영장을 유료화할 예정이다.

강원 강릉시도 남항진해수욕장에 장기간 방치된 텐트를 자진 철거하지 않으면 강제철거 하기로 했다. 강원도 관계자는 “앞으로 해수욕장 내 장기간 방치된 텐트와 관련된 민원이 제기되면 해당 시·군이 강제 철거조처를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최승현 기자 cshdmz@kyunghyang.com, 백승목 기자 smbaek@kyunghyang.com, 박미라 기자 mrpark@kyunghyang.com,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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