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지자체 3곳 중 2곳, 갑질 방지 조례 제정 안했다

정부가 공공분야 갑질 근절 종합 대책을 마련한 지 5년이 지났지만, 직장 내 괴롭힘 방지 조례를 제정한 기초지자체는 3곳 중 1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2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전국 기초지자체 226곳을 전수 조사한 결과, 이 중 63.3％인 143곳이 직장 내 괴롭힘과 갑질 방지 조례를 제정하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조례가 마련된 83곳 중 45곳은 상시 신고·상담 가능 지원센터 설치·운영 조항이나, 외부 전문가 위촉 등 대책이 빠져있어 미흡하다는 평가다.

아울러 83곳 중 25곳만 시·군, 소속기관, 투자·출연·출자기관에 근무하는 모든 인력에게 조례가 적용됐다. 27곳은 소속 공무원에게만, 2곳은 적용 범위를 명시돼 있지 않았다.

반면 '허위 신고자 처벌' 조항을 둔 기초단체는 43곳이나 있었다.

직장갑질119는 "폐쇄적인 공직사회 특성상 허위신고 처벌 조항이 있으면 실제 괴롭힘을 당하고 있어도 신고할 용기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18년 갑질 방지를 위한 '공공분야 갑질 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대책에서 제시한 △실태 조사 △예방 교육 △전담 직원 등을 모두 포함해 조례를 제정한 곳은 경기 광주시, 전남 신안군, 전남 여수시 단 3곳뿐이었다.

정부 차원의 대책에도 지자체가 조례 제정을 미루는 동안 공공 기관 내 갑질은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월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중앙·공공기관 근무자 124명 중 22.6％(28명)가 직장에서 괴롭힘을 당했다고 답했다.

직장갑질119 관계자는 "종합대책 시행이 5년이 돼가고 있지만, 아직도 공공부문 갑질에 대한 예방과 대응 체계가 미흡한 부분이 많다"며 "근로기준법은 영세사업장이 사각지대인 것처럼, 정부 갑질 종합 대책은 기초지자체가 사각지대"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