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38년 독재’ 훈센, 재집권·아들 세습 공식화···총선 준비 돌입

김서영 기자 2023. 7. 2.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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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센 캄보디아 총리가 1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캄보디아인민당(CPP) 선거 운동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캄보디아가 총선을 위한 공식 선거운동에 돌입했다. 이번 총선은 훈센 총리의 사실상 종신집권과 부자 세습을 위한 수단이 될 전망이다.

2일 현지 매체 크메르타임스 등에 따르면, 캄보디아에서 총선을 위한 공식 선거운동이 전날 시작했다. 여당인 캄보디아인민당(CPP)을 비롯해 18개 정당이 총선에 출마했으며, 유권자 약 970만명이 국회의원 125명을 선출한다. 선거 운동은 21일까지 이어지며 선거일은 23일이다.

이번 총선은 38년 동안 집권한 훈센 총리(70)의 집권 연장 및 2대 권력 세습의 장이 될 전망이다. 훈센 총리는 1일 연설에서 “캄보디아가 평화, 독립, 단결성, 주권과 영토적 통합성에서 발전하는 것을 이미 목격한 나의 동포들이 CPP와 내가 7번째로 나라를 이끄는 데에 표를 던지리라 자신한다”고 말했다.

훈센 총리는 2021년부터 자신의 장남 훈 마넷(45)을 후임으로 점찍은 바 있다. 그는 자신이 총선을 거쳐 2028년까지 총리로 집권한 다음, 훈 마넷이 총리 자리를 계승하길 바란다며 명시적 지지를 이어왔다. CPP는 지난 총선에서 의석 125석을 독점한 이후 만장일치로 훈 마넷을 차기 총리 후보로 선출했다.

훈 마넷은 1999년 미국 웨스트포인트를 캄보디아인 최초로 졸업했으며, 2002년 뉴욕대에서 경제학 석사를 거쳐 2008년 영국 브리스톨대에서 경제학 박사를 땄다. 2018년부턴 CPP 중앙위원회 내 주요 의사결정 기구인 상임위원회에 소속돼 사실상 훈센의 정치적 핵심집단에 속해 있다. 현재 캄보디아왕립육군 사령관을 겸하고 있다.

훈센 총리는 집권 연장을 위한 사전 작업도 속속 완료했다. 지난달 캄보디아 선거관리위원회는 훈센 반대파인 캄보디아촛불당(CP)이 총선 참여 자격이 없다고 발표했다. 선관위는 CP가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으나, 훈센 총리가 반대 세력을 탄압한다는 의혹이 곧바로 일었다. CP는 2017년 11월 해산된 야당 캄보디아구국당(CNRP) 출신들이 만든 정당이다. 훈센은 당시 55석을 가진 CNRP를 반역 혐의로 강제 해산했으며 당 지도자들은 망명 신세가 됐다. 이어진 2018년 총선에서 훈센이 이끄는 CPP가 전체 의석을 모두 가져가면서 ‘일당 지배’ 체제를 구축했다.

또한 지난주 캄보디아 국회는 투표를 하지 않은 사람의 선거 출마를 금지하는 내용의 선거법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이를 두고 야당이 선거 거부 운동을 주도하는 것을 어렵게 함으로써 반대 세력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편 훈센 총리는 최근 페이스북과 마찰을 빚고 있다. 지난달 29일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의 콘텐츠 감독위원회는 훈센 총리의 계정을 6개월 이상 정지시키고 지난 1월 게시된 영상을 삭제하라고 권고했다. 해당 영상에서 훈센 총리는 이달 총선이 부정선거가 되리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두고 “사법처리하고 몽둥이로 때릴 것”이라고 발언해 논란이 됐다. 콘텐츠 감독위원회는 “훈센의 인권 침해와 정적 탄압 등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훈센 총리는 페이스북을 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페이스북 대신 텔레그램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고, 틱톡에서 젊은이들과 소통하겠다”고 했다. 이어 2일엔 페이스북 직원들의 현지 체류를 제한하겠다고 맞대응했다. 캄보디아 통신부는 “(페이스북이) 내정에 간섭했다”고 이번 조치의 배경을 설명했다.

훈센 총리는 1970년대 크메르 루즈의 중간 간부급이었으나, 1979년 베트남이 크메르 루즈를 몰아내고 세운 캄보디아 정부에서 빠르게 고위직으로 올라섰다. 1985년 총리에 취임해 38년간 캄보디아를 통치하고 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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