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닷새째 격렬한 시위…주말 새 천5백여 명 체포

프랑스에서 알제리계 10대 소년이 경찰 총격에 숨진 가운데, 반발 시위가 폭동으로 번지면서 닷새째 사그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프랑스 정부는 2일(현지 시각) 새벽 1시 반까지 프랑스 전역에서 불법 시위 가담자 322명을 체포했다고 AFP 통신 등이 보도했습니다.

수도 파리 일대에서 126명이 체포됐고, 남부 도시 마르세유에서 56명, 리옹에서 21명이 각각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전날에도 1,311명이 프랑스 전역에서 체포돼, 이번 주말 사이에만 1,500여 명이 붙잡혔습니다.

프랑스 정부는 시위 발생 닷새째인 1일 밤 전국 주요 도시에 경찰 4만 5천 명을 배치하고 불법 시위 차단에 나섰습니다.

마르세유 도심부에 모인 대규모 시위대가 진압 경찰과 격렬한 대치를 벌였고, 소셜 미디어에서는 현지 경찰이 시위대 해산을 위해 최루가스를 사용했다는 영상이 퍼졌습니다.

북부 도시 릴에서는 경찰특공대가 시위 진압에 나서는 장면과 소방관들이 차량 화재를 진압하는 영상이 소셜미디어에 공유됐습니다.

프랑스 정부는 시위 나흘째인 30∼1일 밤 사이 자동차 1,350대와 건물 234채가 불에 탔고, 화재 2,560건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앞서 알제리계 17살 나엘 군이 지난달 27일 오전 파리 서부 외곽 낭테르에서 교통 검문을 피하려다 경찰관이 쏜 총에 맞아 차 안에서 숨졌습니다.

근거리 총격 장면을 담은 영상이 소셜미디어에 퍼지면서, 사망 당일인 지난달 27일부터 시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달 2∼4일 독일을 국빈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시위가 격해지면서 일정을 미뤘습니다.

우파 공화당과 극우 성향의 국민연합에서는 정부가 비상사태를 선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시위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정부에 또 다른 위기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앞서 마크롱 정부는 연금개혁을 추진하며 대규모 반발에 부딪힌 바 있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시위가 한창이던 지난달 28일 밤 가수 엘튼 존의 공연을 보러 간 모습이 포착돼 비판받기도 했습니다.

이코노미스트는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소수 중도파 정부는 극좌파와 민족주의 강경 우파 사이에 껴 있다"며, "그는 인기 없는 연금개혁으로 촉발된 오랜 정치 투쟁에서 이제 막 벗어났는데 이번 폭동으로 두 야당이 마크롱을 다시 한번 약화시킬 기회를 얻었다"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이코노미스트는 "앞선 두 차례의 폭동은 정부 정책과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었지만, 이번 사태는 마크롱과는 관련이 적다"며, "교통단속에서 치명적인 총기 사용을 허용하는 치안 정책 본연과 맞닿아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도 "위기가 커지면서 마크롱 대통령을 시험대 위에 올릴 것"이라며 "소년의 죽음이 인종과 정체성, 경찰에 대한 논쟁을 다시 불러일으키면서 프랑스는 고통스러운 결정의 순간에 놓이게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사진 출처 :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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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경주 기자 (race@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