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 문항’ 잡으면 끝? 의대·서울대 반수생 몰린 사교육 ‘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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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수능에서 공교육 범위 밖 '킬러 문항'을 배제하겠다고 밝히면서, 박근혜 정부 시기 사교육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내세운 '쉬운 수능' 기조가 외려 반수생을 늘렸던 풍경이 재현될 조짐이 엿보인다.
"특히 상위권 반수생이 늘었다", "킬러 문항 때문에 의대 못 간 상위권 학생들이 늘어나는 건 확실해 보인다" 등의 댓글도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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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학원 서울대-의대 목표 ‘반수’ 문의 증가
“재학생에 직장인까지…시장 더 활성화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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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진학을 목표로 대학 등록 뒤 반수를 시작한 고려대 공대생 ㄱ(19)씨는 요즘 주변 친구들로부터 관련 질문을 자주 받는다. 지난달 19일 정부와 여당이 이른바 ‘킬러 문항’을 배제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은 뒤부터다.
ㄱ씨는 2일 “같은 학교 다니는 친구들이 서울대나 의대를 목표로 ‘반수나 해볼까’하며 학원 비용이 얼마냐고 묻는다”고 말했다. ㄱ씨 어머니는 “의대 입시는 ‘오수’를 하는 경우도 있는데, 쉬운 시험 기조라면 대학 내내 수능을 다시 봐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가 수능에서 공교육 범위 밖 ‘킬러 문항’을 배제하겠다고 밝히면서, 박근혜 정부 시기 사교육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내세운 ‘쉬운 수능’ 기조가 외려 반수생을 늘렸던 풍경이 재현될 조짐이 엿보인다. 사교육 업계는 ‘이번 물수능이 기회다. 반수를 시작하자’며 관련 강좌를 개설하는 등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다.
가입자 300만명이 넘는 한 입시 관련 온라인 카페엔 상위권 반수생의 진입 증가를 우려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커뮤니티의 한 이용자는 “재종(재수종합학원) 다니고 있는데 실제로 반수생이 늘었다. 킬러 문항 (관련 정책이) 발표된 이후 반수생이 우수수 더 들어왔다”는 글을 올렸다. “특히 상위권 반수생이 늘었다”, “킬러 문항 때문에 의대 못 간 상위권 학생들이 늘어나는 건 확실해 보인다” 등의 댓글도 달렸다.
재수생 자녀를 둔 학부모 ㄴ씨는 <한겨레>에 “아이가 이번 수능 기조를 보고 삼수도 각오한다고 했다”며 “과탐1을 선택했는데 만점자가 많아질 것 같다며, 삼수를 하면 표준점수가 높아지는 과목(과탐2)을 선택할 거라고 한다”고 토로했다. 표준점수는 원점수 대신 시험의 난이도를 반영한 점수로, 표준점수가 높을수록 시험이 어려웠다는 뜻이다. 상위권 학생이라면 표준점수가 높은 과목을 선택하는 게 유리하다.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교차하는 기대와 우려에는 근거가 있다. ‘물수능’이 예상됐던 2015학년도 수능을 보면 졸업생(재수생+반수생) 응시자 비율이 1년 전보다 1.5%포인트 증가한 바 있다. 당시 교육부는 “수능 난이도 조절로 사교육 비용을 절감하고 공교육을 정상화하겠다”고 사실상 ‘물수능’을 예고했고, 1~2점 차로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한 이들이 재수나 반수에 도전하는 경우가 늘었다.
학원들은 대학 기말고사가 끝나는 시점에 맞춰 반수생 맞춤형 강좌 패키지를 내놓고 있다. 몇몇 학원들은 ‘4∼5개월 단기 집중’ 등 문구를 내걸었다. 목동의 한 입시학원 관계자는 “반수생뿐 아니라 성적이 좋지 않아 재수를 각오하고 있던 재학생들, 심지어 직장인까지 문의가 폭발적으로 들어온다. (입시) 시장이 더욱 활성화된 느낌”이라고 전했다. 지방의 한 입시학원 관계자도 “최근 반수생 학부모들이 ‘이번에 킬러 문항이 사라진다고 하는데 유리한지, 불리한지’ 등을 상담한다”고 전했다.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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