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노예가 아니다” 보츠와나, 영국 기업과 다이아몬드 원석 지분 25%→30% 재계약

손우성 기자 2023. 7. 2. 14:5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보츠와나, 영국 드비어스와 계약 갱신
2033년까지 원석 지분 50%로 확장
영국 식민 지배 잔재 청산 의미
보츠와나 사회 불평등은 풀어야 할 숙제
영국 다이아몬드 회사 드비어스가 2015년 11월 보츠와나 수도 가보로네에서 개최한 판촉 행사에서 한 방문객이 다이아몬드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인구 240만명의 아프리카 작은 국가 보츠와나가 영국 다이아몬드 회사 드비어스와의 다이아몬드 채굴 계약을 갱신하며 자국에 배당되는 원석 할당량을 현행 25%에서 30%로 늘리는 데 성공했다.

영국의 오랜 식민 지배를 받은 보츠와나는 “우리는 노예가 되지 않겠다”는 구호를 앞세워 합당한 다이아몬드 채굴 계약을 주장해왔고 이를 관철했다. 하지만 보츠와나 정부와 다이아몬드 채굴 노동자 간의 갈등과 소득 불평등은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았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1일(현지시간) 보츠와나 정부와 드비어스는 새로운 다이아몬드 채굴 계약을 맺었다. 보츠와나 몫의 다이아몬드 원석 할당 지분을 25%에서 30%로 즉시 늘리고, 2033년까지 이를 50%로 확장하는 내용이 골자다.

여기에 드비어스는 향후 10년간 보츠와나 경제 발전 명목으로 8억2500만달러(약 1조900억원)를 투자하고, 보츠와나 현지인을 위해 다이아몬드 채굴·가공·판매 등의 각종 기술을 교육할 기관을 설립하기로 했다. 대신 드비어스는 2054년까지 보츠와나에서의 채굴 면허를 연장했다.

보츠와나 정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이번 재계약은 보츠와나의 대승”이라며 “남아프리카 국가들의 장기적인 성장을 가능하도록 해줄 것”이라고 밝혔다.

보츠와나는 드비어스와의 다이아몬드 채굴 계약 종료일이었던 지난달 30일까지 “더는 불평등한 계약을 유지할 수 없다”면서 드비어스를 압박했다. 특히 모크위치 마시시 보츠와나 대통령은 “우리는 노예가 되기를 거부해야 한다”며 드비어스가 다이아몬드 채굴로 챙겨가는 이득을 보츠와나에 더 넘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NYT에 따르면 드비어스는 보츠와나를 식민 지배하던 영국 정부를 등에 업고 1938년 다이아몬드 탐사권을 독점했고, 1966년 다이아몬드 원석을 발견했다. 이후 드비어스는 채굴한 원석 100%를 전 세계에 내다 팔았다. 보츠와나는 세금과 약간의 배당금만 받는 불평등한 구조였다. 2004년이 돼서야 드비어스는 보츠와나에 원석 지분 15%를 할당했다.

물론 드비어스는 보츠와나 경제에 버팀목 역할을 했다. NYT는 “보츠와나는 포장도로가 7.5마일(12km)에 불과할 정도로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였으나 1966년 다이아몬드 원석 발견 이후 기대 수명은 37세에서 61세로 늘었고,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아프리카 국가 가운데 6위를 차지하는 등 중상위 소득국가로 거듭났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보츠와나는 드비어스와의 채굴 계약으로만 28억달러(3조7000억원)를 벌어들였다.

모크위치 마시시 보츠와나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하지만 자신들의 땅에서 나오는 광물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소유권을 주장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함께 어깨너머로 배운 다이아몬드 채굴·가공 자체 기술이 발전하면서 보츠와나는 드비어스를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보츠와나 정부는 “우리도 충분히 기술을 익혔다. 이제는 스스로 일어날 수 있다”고 독려했고, 탄자니아·우간다 등 비슷한 처지에 놓인 아프리카 국가와의 연대를 시도했다.

드비어스는 결국 보츠와나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한 계약서에 서명했다. 알 쿡 드비어스 최고경영자(CEO)는 “보츠와나 국민을 최우선으로 생각했다”며 “우리가 합의한 거래가 그 모든 가치를 포함하고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다만 다이아몬드 채굴로 얻는 수익이 늘어날수록 보츠와나 사회의 불평등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전히 소수만이 다이아몬드 채굴·가공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가 기술자들 또한 합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

한 채굴 노동자는 NYT에 “가족 7명이 한 달에 11달러50센트(1만6000원)짜리 좁은 집에 살고 있다”며 “보츠와나엔 다른 일자리가 거의 없어서 이 일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44세 실업자 케필웨 틸레도 “다이아몬드는 대통령을 위해서만 사용되고 있다. 일반인이 받는 혜택은 없다”고 비판했다. NYT는 “드비어스를 향한 마시시 대통령의 도전을 ‘정치적 가식’이라고 보는 시각도 많다”고 꼬집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