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말 인류 40%는 적응 어려운 기후에 노출···인류 조상의 생존 비결은?[기후적응②]
인류의 역사는 변화무쌍한 지구의 기후 속 적응사이기도 하다. 인류는 약 300만년전 지구에 처음 나타난 이래 간빙기와 빙하기, 슈퍼 화산 분화로 인한 소빙하기 등 극단적으로 변하는 기후 환경에 수시로 노출됐고 살아남았다.
인류가 지금까지 살아남았다고 해서 앞으로도 생존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과학자들은 이번 세기 들어 가속화하고 있는 기후위기에 적응하지 못하면 인류의 지속가능성이 심각하게 위협받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영국, 독일, 중국 등의 공동연구진이 지난달 22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서스테이너빌리티(sustainability·지속가능성)’에 발표한 ‘지구 온난화로 인해 인간이 치러야 할 비용의 정량화’ 논문에 다르면 이미 인류 전체의 9%가량은 기후변화로 인해 적응하기 힘든 기후조건에 노출됐다. 연구진은 또 기후변화로 인해 이번 세기말까지 전 지구 평균 표면 온도가 2.7도가량 상승할 경우 인류의 22~39%가량이 적응하기 힘든 기후에 노출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구체적으로 연평균기온이 29도를 넘어서는 ‘전대미문의 더위’에 인류의 최대 40% 가까이가 노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립기상과학원에 따르면 지난 106년(1912~2017년) 동안 한국의 연평균 기온은 13.2도였다.
연구진은 산업혁명 이후 지구 기온 상승폭을 인류의 목표치인 ‘1.5도’로 제어하면 고온 다습 등 극한조건에 노출되는 인구수는 약 5분의 1로 줄어들 것이라 추산했다. 1.5도는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전 세계가 합의한 목표치다.
기초과학연구원(IBS) 기후물리연구단이 지난달 12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한 ‘과거 300만년 동안 인간의 다양한 환경에 대한 적응’ 논문은 호모종이 살아남은 비결이 바로 기후변화 적응이라고 본다.
연구진은 지난 300만년 동안 인류의 조상이 선호해온 환경 특성을 살펴본 결과, 생물 다양성이 증가한 지역에 거주지가 밀집해 있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인류의 조상이 다양한 생태환경을 가진 지역으로 거주영역을 확장해나간 것이 혹독한 기후변화에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현생 인류의 조상으로 분류되는 호모종은 지난 300만년 동안 여러 차례의 빙하기와 간빙기를 겪으며 진화해 왔는데 초기 인류가 기후변화와 이에 따른 자연환경 변화에 어떻게 적응했는지는 아직 명확히 알려져 있지 않았다.
아프리카에서 최초로 출현한 초창기 호모종은 초원과 건조한 관목지대 등 개방된 환경에서만 살았다. 하지만 약 180만년 전 호모종은 유라시아로 이주하면서 온대림과 냉대림을 포함한 다양한 기후에 대한 적응력을 키웠고, 이 과정에서 다양한 사회적 기술들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또 20만년 전 아프리카에서 출현한 호모 사피엔스는 이동성, 유연성, 그리고 경쟁성 등 다양한 부분에서 이전의 호모종보다 뛰어난 능력을 보였다. 덕분에 호모 사피엔스는 다른 호모종이 개척하지 못했던 사막과 툰드라와 같은 가혹한 환경에도 적응해 살아남았고, 인류의 직계 조상이 될 수 있었다.
악셀 팀머만 기후물리연구단장(부산대 석학교수)은 “초창기 호모종은 한 생태계에서만 생존할 수 있던 ‘스페셜리스트’였지만 점점 진화하면서 여러 기후에 적응할 수 있는 ‘제너럴리스트’로 변해 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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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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