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가 범죄피해자에 ‘재판 진술권’ 알려준다···‘2차피해’도 진술 가능
앞으로는 검사가 범죄피해자에게 가해자 재판에서 피해를 직접 진술할 권리가 있다고 상세히 알려주고 피해자 의사를 확인하게 된다. 피해자는 보복 위협 등 ‘2차 피해’도 진술할 수 있다.
대검은 변호사단체·한국피해자학회·피해자 국선변호사·연대 활동가들과 논의한 끝에 헌법과 형사소송법에 규정된 범죄피해자의 재판절차 진술권을 충분히 보장하고 이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마련해 오는 3일부터 시행한다고 2일 밝혔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 ‘스토킹 사건’을 계기로 피해자의 형사절차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 데 따른 것이다.
헌법 제27조5항은 “형사피해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당해 사건의 재판절차에서 진술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형사소송법 제294조의1는 더 구체적으로 피해자 진술권의 절차를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검사와 재판부 성향에 따라 권리 보장 정도가 천차만별이었다. 대검은 “현재 검찰 실무상 공소제기 단계에서 피해자를 상대로 재판에서 진술할 의사가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있으나 막상 피해자의 다수는 재판 진술권의 의미나 그 절차에 관해 잘 알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했다.
개선된 방안에서는 살인·강도·성범죄 등 중대범죄를 기소하는 경우 검사가 필수적으로 피해자에게 대면·유선 또는 문자메시지 등으로 재판 진술권의 상세 내용과 절차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진술 의사를 확인하도록 했다. 그 외의 범죄에 대해서도 검사가 피해 내용과 정도에 대해 피해진술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적극적·실질적으로 피해자 의사를 확인하도록 했다. 스토킹이나 인신매매 사건이 대표적인 예다.
검사가 가해자를 기소한 때 피해자에게 발송하는 사건결정 결과 문자메시지에는 재판 진술권에 관한 상세한 안내사항을 포함시키기로 했다. 그동안에는 ‘구공판 결정됐다’는 짤막한 문장만 문자메시지로 전송됐지만, ‘피해자로서 의견을 직접 진술하거나 진술서를 제출할 수 있다’, ‘재판기일에 직접 출석하거나 담당 검사에게 연락해 피해자 진술 신청할 수 있다’고 구체적으로 안내하는 식이다.
재판단계에서 검사는 직접 재판부에 피해자 의견 진술을 신청하거나 피해자에게 ‘피해자 의견 진술서’ 양식을 제공해 피해자의 재판절차 참여와 진술권 행사를 활성화하도록 했다. 진술서에는 피해자가 입은 심리적·신체적·사회관계적·경제적 피해에 관해 세부 피해상황을 적을 수 있도록 했다. 보복 위협 등 ‘2차 피해’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진술할 수 있다. 대검은 “직접 진술이 곤란한 아동·장애인 피해자에 대해서는 피해자 국선변호사 또는 진술조력인 제도를 활용해 재판 진술권이 원활히 행사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했다.
앞서 대검은 지난달 30일 제2회 형사법 아카데미를 열고 피해자의 형사절차 참여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발제를 맡은 김혁 부경대 법학과 교수는 “피해자 중심적 사고를 통해 피해자가 피해감정이나 고통으로부터 벗어나 일상으로의 복귀를 도모할 수 있다”며 “재피해나 보복범죄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피해자는 자신의 신체·생명의 보호를 적극적으로 주장할 수 있는 주체에 해당하므로 가해주 구속 여부 결정에 참여할 권리의 부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피해자에게 증인·피고인 신문권, 검사의 권한행사에 대한 의견 진술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강석철 인천지검 부장검사는 피해자가 주체적으로 공소유지에 참여할 권리를 가지는 독일 사례를 소개했다. 독일에서는 피해자가 재판 출석권은 물론 법관 기피신청권, 피고인·증인 질문권, 재판장 명령에 대한 이의제기권 등을 갖는다. 직접 증거를 신청하거나 상소를 제기할 수도 있다. 안성훈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에 따르면, 일본도 살인·성폭력·상해 범죄의 피해자와 유족에게 재판 출석권, 일정 요건 충족시 피고인·증인 질문권, 의견 진술권을 보장한다. 독일은 2021년 41만2440건의 지방법원 재판 중 6713건(1.62%)에서 피해자가 공소유지에 참여했고, 일본은 같은 기간 1심 종결 피고인 5만26명 중 1523명(3.04%)의 재판에 피해자가 참여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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