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들어 첫 월별 무역흑자..."수출 반등은 아직"
수출 역성장은 9개월째 계속
우리나라의 6월 무역수지가 지난해 2월 이후 16개월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무섭게 치솟았던 에너지 가격이 안정세를 찾고 부진했던 수출이 회복 조짐을 보이면서 윤석열 정부 들어 첫 월별 무역흑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수입액이 수출액보다 줄어 흑자를 낸 데다 수출 감소세가 9개월째 이어지고 있어 보다 수출을 늘릴 수 있는 근본적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산업통상자원부의 6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우리나라는 542억4,000만 달러를 수출하고 531억1,000만 달러를 수입해 11억3,000만 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냈다. 수출액이 전년 대비 6.0% 줄었지만 수입은 이보다 큰 11.7%가 줄었다.
무역 흑자 전환 열쇠는 유가
이번 흑자 전환을 이끈 것은 수출이 아니라 수입이다. 수입으로 쓴 돈이 지난해보다 더 줄어서 수지를 남겼는데 국제 에너지 가격이 내린 영향이 컸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20년 배럴당 45.3달러, 2021년 배럴당 70.5달러였던 원유 국내 도입 단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지난해 102달러까지 치솟았다. 에너지의 90% 이상을 수입하는 우리나라는 전쟁 발발 후인 지난해 3월부터 올해 5월까지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원유 국내 도입 단가는 올해 1~5월 84.9달러 수준으로 내렸고, 6월에는 79.7달러까지 떨어졌다. 그 결과 지난달 원유와 가스, 석탄 등 3대 에너지 수입액은 전년 대비 27.3% 줄었다.
경기 부진 영향으로 철강·컴퓨터·반도체 등 원부자재 품목 수입도 7.1% 감소했다. 수출 감소에도 경기 침체로 수입이 줄며 수지를 남긴 불황형 흑자가 우려되는 대목인데 전문가들은 아직은 단언하기 이르다고 말한다. 장상식 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불황형 흑자는 수출 둔화에도 에너지 가격이 더 하락해서 흑자 규모가 평소와 별 차이가 없는 상황인데 지금은 에너지 가격이 치솟았다가 예년 수준을 회복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은 "불황형 흑자보다는 수출 감소 상황"으로 진단해야 한다는 뜻이다.
상반기 무역수지는 263억 달러 적자
문제는 수출이 지난해 10월부터 9개월째 역성장을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2018년 12월∼2020년 1월 이후 감소 추세가 가장 길다. 산업부는 "①반도체 업황의 회복 지연 ②지난해 6월 수출액이 역대 6월 기준 최고 실적(577억 달러)을 기록한 데 따른 기저 효과 등이 수출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며 "수출 증가율이 6월 연중 최저를 기록한 뒤 저점을 지나 점차 개선되는 추세"라고 밝혔다.
그러나 조업일수 영향을 뺀 일 평균 수출액은 5월보다 줄어든 23억6,000만 달러에 그쳤다. 수출 회복세를 단언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조상현 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지난달 하반기 무역통상환경 전망 발표 간담회에서 "(경기 회복 형태가) 'V자형'보다는 'U자형' 반등에 가까울 것"이라며 "U자 아래 곡선이 옆으로 얼마나 더 길게 갈지도 미지수"라고 말했다.
품목별로는 자동차(58.3%), 일반기계(8.1%), 선박(98.6%), 이차전지(16.3%) 등 7개 품목 수출액이 지난해보다 늘었다. 반도체(-28.0%), 석유제품(-40.9%)·석유화학(-22.0%) 등의 수출은 줄었다. 최대 수출품인 반도체 수출 증가율은 11개월째 마이너스다. 다만 6월 반도체 수출액은 연중 최대 규모인 89억 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전체로 보면 수출은 3,073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2.3% 줄었고, 수입은 3,336억 달러로 7.7% 줄었다. 지역별 상반기 수출 증가율을 보면 중국(-26%), 아세안(-20.4%), 중남미(-14.6%) 수출이 지난해보다 크게 줄었고, 미국(0.3%), 유럽연합(EU·5.7%), 중동(14.3%) 수출이 늘었다.
산업부는 "이번 흑자 흐름을 이어 나가며 하반기 수출 플러스 전환을 달성할 수 있도록 수출 확대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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