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 옆에서 TV 보는 아내도 혹시? '이생잘'에 전이된 유쾌한 착각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3. 7. 2.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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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토일드라마 <이번 생도 잘 부탁해> 에서 윤초원(하윤경)은 반지음(신혜선)에게서 죽은 언니 윤주원이 느껴진다.

<이번 생도 잘 부탁해> 는 전생을 기억하는 반지음이라는 인물을 통해, 전생과 이생을 엮어내는 인연과 관계의 다른 밀도를 그려낸다.

<이번 생도 잘 부탁해> 는 반지음과 문서하(안보현)의 전생과 이생을 뛰어넘는 관계를 그리는 드라마지만, 여기 등장하는 이들 모두 전생에는 어떤 인연으로 얽혀 있는가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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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생잘’이 깨워 놓은 인연의 소중함, 이젠 모두의 전생이 궁금해

[엔터미디어=정덕현] "나는요 심지어 반지음씨가 우리 언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했다고요. 왜 낯선 사람한테서 언니의 느낌이 나는 걸까. 왜 자꾸 이 사람한테서 언니가 겹쳐 보이는 걸까? 도대체 왜 말한 적도 없는 우리 집을 어떻게 알고 찾아간 걸까? 별장에 있던 언니와 나만의 추억을 어떻게 알고 찾아냈던 걸까? 왜 그렇게 애틋하게 내 머리를 쓰다듬어 줬던 걸까?"

tvN 토일드라마 <이번 생도 잘 부탁해>에서 윤초원(하윤경)은 반지음(신혜선)에게서 죽은 언니 윤주원이 느껴진다. 자신의 집에 온 반지음이 어린 시절 자신과 놀면서 시계 안쪽에 숨겨뒀던 못난이 인형을 꺼내는 걸 보고 깜짝 놀라고, 가구 뒤편 벽에 자신의 키를 기록했던 표식을 찾아낸 걸 보고 또 놀란다.

그리고 술에 취해 또 잠에 취해 있을 때 꿈인 듯 현실인 듯 반지음이 자신을 "초원아"라고 부르는 모습이 떠오르고, 그에게 기대 잠들었을 때 자신의 머리를 애틋한 손길로 쓰다듬었던 걸 기억한다. 그건 마치 '호접지몽(胡蝶之夢)'처럼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다. 분명 언니는 이미 죽었으니까.

혼돈스러운 초원은 지음에게 말한다. "말도 안되죠? 근데 이 이상한 게 반지음씨가 우리 언니라면 말이 되거든요. 나는요 반지음씨가 우리 언니처럼 느껴질 때마다 내가... 내가 미친 거 같고 너무너무, 너무 이상한 기분이 들면서도 언니였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는데... 그런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반지음씨 진짜진짜 못된 사람이예요. 왜 우리 언니처럼 굴었던 거예요?"

언니처럼 굴었던 게 아니라, 진짜 언니다. 반지음은 자신의 전생이 그의 언니인 윤주원이었다는 사실을 밝히고 싶다. 물론 그건 또 다른 혼란을 불러일으킬 테지만, 그럼에도 이토록 언니를 그리워하고 잊지 못하는 동생의 아픔을 한 순간이라도 덜어주고 싶어진다. 어린 시절 아이처럼 똑같은 표정으로 울고 있는 동생을.

"초원아. 언니 봐 봐. 초원아. 내가 윤주원이야. 나는 전생을 기억해요. 그리고 내 전생이 윤주원이에요." 드디어 반지음은 자신의 정체를 밝힌다. 그건 초원에게는 어떤 감정을 들게 만들까. 거짓말 같고 충격적이면서도 반가움이 뒤섞인 그런 감정을 불러일으키지 않을까. <이번 생도 잘 부탁해>가 불러일으키는 남다른 애틋한 감정이 그러하듯이.

<이번 생도 잘 부탁해>는 전생을 기억하는 반지음이라는 인물을 통해, 전생과 이생을 엮어내는 인연과 관계의 다른 밀도를 그려낸다. 멜로드라마나 가족드라마 같은 관계를 중심으로 풀어가는 드라마는 누군가를 만나고 가까워지고 어떤 장벽을 마주하지만 그걸 뛰어넘는 관계의 서사가 등장하지만, 이 드라마는 여기에 전생이라는 한 줄을 더함으로써 그 관계들을 더욱 애틋하게 만들어낸다.

그래서일까. <이번 생도 잘 부탁해>는 반지음과 문서하(안보현)의 전생과 이생을 뛰어넘는 관계를 그리는 드라마지만, 여기 등장하는 이들 모두 전생에는 어떤 인연으로 얽혀 있는가가 궁금해진다. 지음과 애경(차청화)이 전생에서 삼촌과 조카 사이의 관계였던 것처럼, 지음과 초원이 전생에 자매였던 관계이고, 또 지음과 초원의 엄마 유선(강명주)이 전생의 모녀 관계였다는 사실이 이 드라마에서는 그 재회에 각별한 의미와 감흥을 만들어낸다.

또 어느 날 갑자기 애경의 식당에 찾아와 아르바이트를 자청한 미스터리한 청년 민기(이채민) 같은 인물이나 길거리에서 반지음을 보고 "주원아? 잘 컸네"라고 말했던 한나(이한나)라는 정체불명의 여자 또한 궁금해진다. 과연 이들은 지음과 전생의 어떤 인연으로 만났던 인물들일까.

그리고 이런 궁금증은 이제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에게도 전이된다. 그저 상상일 뿐이지만, 내 옆에 일상적으로 존재하던 관계들이 혹 전생의 어떤 인연들이 엮어져 지금 또 이어지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 '호접지몽' 같은 상상이지만, 이런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것만으로도 우리가 별로 소중하게 여기지 않았던 관계들이 새롭게 보인다. <이번 생도 잘 부탁해>라는 드라마가 시청자들에게 선사하는 기분 좋은 전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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