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가 아마존인가요?"... 악어·표범 목격담에 시민들은 '황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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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북 영주시 일대에 악어가 출몰하고 표범 발자국이 발견됐다는 신고가 잇따라 주민들을 긴장케 했다.
영주시는 신고 다음날 현장에서 15㎝ 크기의 동물발자국 여러개를 확인, 사진을 환경부에 보내 표범 여부를 확인했다.
영주시 환경보호과 관계자는 "상식적으로도 악어나 표범이 나타날 리는 없지만, 저희 입장에선 목격 신고가 들어왔으니 정확한 사실 확인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며 "다만 너무 부풀려져서 보도되는 바람에 영주가 엉뚱한 유명세를 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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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까지 띄웠지만 발견은 못해
"여긴 동물의 왕국?" 냉소적 반응도
"영주에 악어, 표범이 나타났다고요? 여기가 아마존 밀림이나 아프리카 초원 같은 동물의 왕국인가요?"
최근 경북 영주시 일대에 악어가 출몰하고 표범 발자국이 발견됐다는 신고가 잇따라 주민들을 긴장케 했다. 하지만 모두 오인신고로 드러나면서 소동으로 확인됐다. 주민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도 "처음부터 아닐 가능성이 높았는데 지나친 부풀리기로 불안감만 부추겼다"며 편치 않은 반응을 보였다.
먼저 악어 소동은 지난달 13일 오후 7시 쯤 영주시 문수면 무섬마을 앞 내성천에서 악어 목격 신고가 접수되면서 시작됐다. 주민 1명과 필리핀 계절근로자 4명이 무섬교를 걷던 중 1m 크기의 악어가 하천 풀숲에서 물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봤다는 게 신고 내용이다.
신고를 받은 영주시는 다음날 경북도와 대구지방환경청에 보고하고 직원 6명을 현장에 보내 수색작업에 나섰다. 그 사이 언론에는 '영주 악어 출몰, 포획 작업 중'이라고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무섬은 영주의 대표적 관광지의 한 곳인데, 악어 목격담 이후 시는 주민 및 관광객의 하천 접근을 막았다.
하지만 공무원들이 23일까지 10일 동안 무섬교 상하류 54㎞ 구간을 샅샅이 뒤지고, 드론과 무인감시카메라까지 동원했지만 악어는커녕 악어 발자국조차 발견하지 못했다. 무인카메라에는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인 수달과 고라니, 너구리 등 다른 야생 동물들만이 발견됐다. 영주시 관계자는 악어 목격 현장 근처를 다니는 삵을 직접 촬영하기도 했다. 내성천 생태계가 그 만큼 건강하다는 점을 확인하는 의외의 소득을 올린 셈이다. 환경부와 영주시는 수달 등 다른 동물을 잘못보고 신고했다는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아 악어 수색을 마무리했다.
악어 소동이 마무리 될 즈음인 24일. 이번에는 표범 발자국 목격담이 접수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후 9시45분쯤 영주시 상망동 영광고등학교 앞에 사는 50대 여성이 "표범이 마당 앞까지 내려왔고, 발자국이 보인다"고 신고했다. 자신의 집 뒤에 있는 밭에서 큰 동물의 발자국을 봤고 야생동물협회에 확인해 보니 표범으로 추정된다는 답변을 받았다는 것이다.
영주시는 신고 다음날 현장에서 15㎝ 크기의 동물발자국 여러개를 확인, 사진을 환경부에 보내 표범 여부를 확인했다.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은 25, 26일 현장조사를 한 뒤 들개 발자국이라고 결론 냈다. 발톱이 드러나 있고, 좌우 대칭인 것으로 봐서 표범(고양이과 동물)이 아닌 개과 동물이라는 것이다.
영주에서는 2000년 3월 소백산 자락의 단산면 마락리 이장이 호랑이 목격담을 전하기도 했다. 이장이 키우는 새끼 풍산개가 한밤중 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집안으로 뛰어 들어와 죽었고, 이장은 개가 뛰어들어올 때 호랑이나 표범으로 보이는 큰 짐승이 어슬렁 거리는 걸 봤다는 주장이다. 이 역시 한바탕 소동으로 끝났다. 또 2013년에도 표범 발자국 목격 신고가 접수됐으나 다른 동물의 발자국으로 확인됐다.
악어와 표범 출몰담으로 영주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자 주민들은 신기해하면서도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지역의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대체로 잘못 본 것이라는 반응 속에 "지금 영주는 동물의 왕국"이라거나 "여기가 아마존인가" 같은 반응이 쏟아졌다. "곧 호랑이나 아나콘다도 나오겠다"거나 "다음번엔 기린?"이라는 언급도 이어지고 있다.
영주시 환경보호과 관계자는 "상식적으로도 악어나 표범이 나타날 리는 없지만, 저희 입장에선 목격 신고가 들어왔으니 정확한 사실 확인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며 "다만 너무 부풀려져서 보도되는 바람에 영주가 엉뚱한 유명세를 탔다"고 말했다.
영주= 이용호 기자 ly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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