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아산? 아산현대? 오염수 선동글 올린 의사... 전문가들 “정치 지망생이시군”
“배출 오염수의 농도와 분량을 누락해 선동”
“의사도 원자력 전문가 많지만 그분은…”
야권 정치인들이 어느 내과 의사의 페이스북 글로 만들어진 ‘일본 오염수 방류 반대 포스터’를 유포하고 있다.
글 내용은 오염수 내 위험 물질의 일반적인 인체 유해성만을 적어놓은 것으로, 여러 원자력 전문가들은 “방류 오염수의 농도와 분량 등 구체적인 수치를 누락한 선동성 글”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일부 물질의 반감기 등 팩트 자체가 틀렸다는 지적도 나왔다.
해당 의사는 공개적으로 민주당 지지·후원 활동을 벌여온 인물이다.
병원명이 착각을 일으키기도 한다. 인터넷에서 해당 의사는 ‘아산 현대병원장’으로 소개되고 있는데, 충남 아산에 있는 개인병원이다. 현대그룹이 만든 ‘서울아산병원’과는 무관한 곳이다.
◇野 열혈 지지 내과의사의 글 돌려보는 민주당 인사들
최근 정태호 민주당 의원, 남영희 민주연구원 부원장, 코인 논란으로 민주당을 탈당한 무소속 김남국 의원 등 다수의 야권 인사들은 지난 6월 27일 박현서 현대병원장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소셜미디어에 공유하고 있다.
야권 지지자로 추정되는 네티즌들은 글을 포스터 형식으로도 제작했다.
박현서 원장은 해당 글에서 “핵오염수에서 가장 인체에 위험한 물질은 세슘-137이라는 방사성 동위원소이다. 반감기가 무려 37년으로 길어서 사람이 죽을 때까지 방사선이 방출된다” “인체에 위험한 방사성물질은 대개 무거우므로 연안의 바닥에 가라앉고, 큰 해양생물 체내에는 어마어마한 양의 방사성 세슘 등이 농축된다” 등의 주장을 했다.
◇“반감기 수치부터 틀려… 전문성 없는 글”
무엇보다 글 내용에 대해, 원자력 전문가들은 의문을 표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2일 조선닷컴 통화에서 “박현서 원장은 해당 주장을 하면서 일본 오염수를 통해 배출되는 방사성 물질의 양을 말하지 않았다”고 했다. 정 교수는 원자력 분야 국내 최고 권위 단체인 한국원자력학회의 수석부회장을 맡고 있다.
정 교수는 “양념도 조금 넣으면 무슨 맛인지도 모르지 않나. 인체에 영향을 미치려면 상당한 양의 방사성 물질이 배출되어야 하는데 일본 오염수를 통해 배출되는 방사성 물질의 양이 적다는 것은 말하지 않고 해당 주장을 하는 것은 선동”이라고 했다.
백원필 한국원자력학회 회장도 조선닷컴과의 통화에서 “박현서 원장이라는 분의 글은 저도 봤다. 전체적으로 아무런 과학적 근거 없이 위험하다고 주장하는 것”이라며 “세슘-137의 반감기는 37년이 아니라 30년이다. 이것만 봐도 그분이 얼마나 전문성이 없는지 알 수 있다”고 했다.
백원필 회장은 “세슘-137은 일본이 알프스(ALPS)라는 다핵종 제거 설비로 충분히 정화 처리한 후 내보내겠다고 밝혔다. 그런 부분을 자꾸 문제 삼으면 어떻게 하나”라며 “제대로 정화가 되는지 그걸 우리가 확인하면 된다”고 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조선닷컴과의 통화에서 “세슘-137이 위험하다는 주장을 하려면 먼저 ‘양’을 말해야 한다”며 “예를 들어 보톡스는 치명적인 독성물질이지만 소량만 사용하면 기적의 치료제가 된다”고 했다.
이덕환 교수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오염수가 바다로 들어갔지만 우리나라 해양생물에서 방사성 물질이 발견됐느냐”며 “해양 생물의 수명이 대체로 길지 않은데 앞으로 문제가 있을 거라고 하는 것은 그냥 공포감을 조성하기 위한 것이다. 근거는 전혀 없는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했다.
◇“2011년 사고 당시 유출된 오염수의 0.05%도 안되는데…”
상세 내용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조목조목 근거를 대며 반박했다.
정범진 교수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오염수 300톤이 바다에 흘러들어 갔지만 지금까지도 그 영향이 한국에 나타나지 않았다”며 “현재 일본이 처리한 오염수는 방사성 물질이 2011년 당시의 0.05%도 안 된다”고 했다.
세슘-137의 반감기가 길어서 사람이 죽을 때까지 방사선이 방출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인체에 방사성 물질이 들어오면 제거되는 메커니즘은 2가지다. 하나는 방사성적인 반감기 때문에 없어지는 것. 두 번째는 생물학적 반감기로 소변이나 땀, 대변으로 배출이 된다. 두 가지를 합쳐서 유효 반감기라고 정의한다. 인체에 방사성물질이 들어오면 그 분 주장보다 훨씬 빠른 시간 내에 빠져나간다는 뜻이다”라고 했다.
정범진 교수는 “이런 반감기까지 고려해서 배출기준을 정하는 것”이라며 “일본이 배출기준 이내로 오염수를 배출한다고 하면 야권에서 제기하는 모든 우려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방사성 물질 해양 생물 축적 가능성에 대해서도 “기준치를 초과해 대규모 방류했을 때 그런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며 “일본이 배출하는 처리수는 알갱이로 되어 있는 것은 다 걸러낸다. 미세하게 걸러진 방사성 물질은 바다에 가라앉기 보단 바닷물 흐름에 따라 왔다갔다 한다”고 설명했다.
◇해당 의사, 수시로 정치글 “윤석열씨” “왜놈들”
아산 현대병원 홈페이지에 따르면, 박현서 원장은 순천향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했고 현재 내과 진료를 맡고 있다.
박현서 원장 페이스북엔 수시로 의학과는 무관한 정치적인 글이 올라왔는데, 민주당 지지를 공개 표명해왔다.
박 원장은 2022년 2월 9일 대선을 앞두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저는 대한민국 의사이자 국민입니다”라며 “이재명 후보를 지지합니다!”라고 했다. 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두고는 민주당 시의원 후보의 후원회장을 맡았다는 사실을 알리며 페이스북을 통해 선거운동을 하기도 했다.
지난 3월엔 일본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문제를 언급하며 “윤석열씨와 그 무리들은 피해자인 우리 국민을 스스로 왜놈들에 무릎 꿇으라 한다”고 적었다.
정범진 교수는 “의사 중에서도 원자력 전문가들이 많이 계시지만, 박현서 원장은 원자력계에 알려진 전문가가 아니다”며 “전문가들이 민주당에 유리한 발언을 해주지 않으니 어쩔 수 없이 비전문가들 발언을 빌리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분은 비전문가일 뿐만 아니라 그분 소셜미디어 등을 보니 정치지망생으로 보인다”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