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반도체장비 수출 규제에 중국 반발…“미, 패권 수호 위해 협박”
네덜란드가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를 강화하자 중국이 반발하고 나섰다. 중국은 네덜란드가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에 동참하는 것을 막기 위해 노력해 왔으나 설득 작업에 실패했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 1일 홈페이지에 게재한 대변인 담화를 통해 “최근 몇 달 동안 중국과 네덜란드는 반도체 수출 통제 문제에 대해 다층적이고 빈도 높은 소통과 협상을 했으나 네덜란드는 결국 관련 반도체 장비를 통제 목록에 넣었다”며 “중국 측은 이에 대해 불만을 표시한다”고 밝혔다. 네덜란드가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에 동참해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를 강화하자 양국을 싸잡아 비난한 것이다.
중국 상무부는 “최근 몇 년 동안 미국은 세계 패권을 지키기 위해 계속 국가 안보 개념을 확대하고 수출 통제 조치를 남용해 왔다”며 “심지어 동맹의 이익을 희생시키고 대중 반도체 탄압과 봉쇄를 실시하도록 다른 나라를 협박해 세계 반도체 산업 발전을 심각히 손상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네덜란드 측은 시장 원칙과 계약 정신을 존중하고 관련 조치가 양국 반도체 산업의 정상적 협력과 발전을 방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수출 통제 조치를 남용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앞서 네덜란드 정부는 오는 9월부터 자국 반도체 장비 업체들이 특정 장비를 수출할 때 당국의 허가를 받도록 의무화하는 조치를 시행한다고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네덜란드는 2019년부터 자국 반도체 장비 업체 ASML이 생산하는 최첨단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중국에 수출하는 것을 금지해왔다. 여기에 더해 이전 세대 기술 제품인 심자외선(DUV) 노광장비에 대해서도 수출을 규제하기로 한 것이다. 리셔 스흐레이너마허 네덜란드 대외무역·개발협력장관은 이번 조치 배경에 대해 “국가 안보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수출 규제 장비들이 군사적으로 응용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통제되지 않은 제품과 기술 수출은 잠재적으로 국가 안보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네덜란드는 해당 분야에서 주도적인 위치를 갖고 있기 때문에 그와 관련한 추가적인 책임이 있다”며 이번 조치가 특정 국가를 대상으로 하지 않는 ‘국가 중립적’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가 안보를 이유로 한 네덜란드의 반도체 장비 추가 수출 규제는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이미 예고됐던 조치다. 네덜란드 정부는 지난 3월 의회에 보낸 보고서에서 “특정 반도체 생산 장비에 대한 기존 수출 통제 규정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며 관련 규제를 여름 이전에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네덜란드는 지난 1월 일본과 함께 미국의 대중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에 동참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응해 중국은 네덜란드가 수출 통제에 참여하지 않도록 설득 작업을 벌여왔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이다. 한정(韓正) 중국 국가 부주석은 지난 5월 네덜란드를 방문해 마르크 뤼터 총리와 회담을 갖고 전 세계 산업망과 공급망 안정 필요성을 강조하며 대중 수출 통제 불참을 우회적으로 압박했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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