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와 함께해 오고 함께 갈 ‘실내식물’의 문화사[화제의 책]

엄민용 기자 2023. 7. 2.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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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식물의 문화사 표지



‘식물멍’(식물을 바라보며 생각을 비우는 행위)이 유행하면서 인터넷에서는 초보 ‘식집사’(식물을 키우는 사람)에게 이런저런 실내식물을 추천하는 글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초보 식집사’는 물론 식물멍에 깊이 빠져든 사람 모두의 눈길을 붙들어둘 만한 책이 출간됐다. ‘실내식물의 문화사’(마이크 몬더 지음 / 신봉아 옮김 / 교유서가)다.

이 책은 실내식물이라는 단 하나의 주제로 우리네 삶의 터전과 생활방식의 변화, 문화의 발전, 인간이 생태계에 미칠 수 있는 영향 및 자연과의 공진화, 환경파괴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든다. 그뿐만 아니라 다채롭고 선명한 삽화로 독자의 시선을 끌며 익숙하고도 낯선 식물을 통해 우리가 실내식물이라고 이름 붙인 존재의 경계를 허물고 확장한다.

저자는 첫 문장에서 이 책이 실내식물에 관한 ‘탐험서’라고 밝히며, 실내식물의 역사는 우리의 생활방식이 변해 온 역사와 밀접하게 얽혀 있다고 주장한다. 서론에서는 오늘날 실내식물의 입지와 실내식물 시장의 규모에 대해 소개하며, 실내식물이 지난 수백 년간 지역적인 비주류 작물에서 세계적 수출입품으로 거듭났음을 짚는다.

이어 이국적인 열대식물이 세계 곳곳의 실내로 그 서식지를 넓혀 나간 이야기, 지금의 실내식물을 있게 한 육종가들의 연구와 기술의 발전, 식물을 실내로 들임으로써 인류가 얻을 수 있는 이점 등을 들려준다.

식물과 인류의 공진화도 다룬다. 특히 유전학과 건축학의 절묘한 만남을 통해 독자로 하여금 인류와 식물의 미래 모습을 유기적으로 상상해 볼 수 있게 한다.

저자는 무분별한 채집과 육종, 수출입으로 인해 멸종위기에 놓인 야생종과 생태계 파괴 문제도 놓치지 않는다. 책의 결론부에서는 실내식물과 인간이 공존하기 위해 앞으로 우리가 우려해야 할 문제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며, 이 방대하고도 집약적인 탐험서를 마무리한다.

엄민용 기자 margeu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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