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사람 ‘독서가’들의 서재가 궁금하다[화제의 책]
책들이 자리하고 있는 곳, 즉 서재는 그 독서가의 취향과 관심사를 엿볼 수 있는 공간이다. 그의 내면과 정신의 풍경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런 만큼 어느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사람들에게 서재는 각별한 장소다. 그들에게 서재는 영혼의 쉼터이자 창작의 공간이다.
이런 까닭에 그동안 서재는 주요한 글감 중 하나가 돼 왔고, ‘서재’를 제목에 넣은 책도 여러 권 출간됐다. 하지만 서재는 여전히 신선하고 책의 모티프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다. 책을 읽고, 생각의 힘을 키우고, 이를 바탕으로 뭔가를 연구하는 서재는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창조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람들은 늘 그런 공간을 엿보고 싶어한다.
‘김언호의 서재 탐험’(한길사)은 생애를 바쳐 책을 기획하고 만들어 온 ‘출판인 김언호’가 우리 시대의 독서가 12명과 함께 책과 독서를 담론한 책이다.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 고유한 자기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독서가 12명을 만나 책의 정신과 책의 힘, 그 내면을 깊이 있게 파고든다.
책 속에서 저자는 독서가들의 오늘을 있게 한 책에 관해 이야기하고, 책의 힘을 되돌아보며, 독서와 삶에 대한 담론을 펼친다. 책과 함께하는 아름다운 삶의 가치를 나누는 ‘체험! 독서의 현장’이다. 무림의 고수라고 할 수 있는 독서가들의 서재가 뿜어내는 지향(知香)과 미향(美香)을 강호의 독자들에게 들려주면서 ‘당신도 그런 서재의 주인이 될 수 있다’고 귀에 소곤거리는 책이기도 하다.
독서가들 덕분에 우리 사회가 아름답게 발전한다고 생각하는 출판인 김언호는 “책 읽는 사람들은 그것만으로도 ‘아름다운 친구’가 된다”고 말한다.
김언호는 저자보다는 출판인으로 우리 사회에 족적을 뚜렷이 남긴 사람이다. 그는 1944년 경남 밀양에서 태어나 중앙대학교 신문학과와 서울대학교 대학원 언론정보학과를 졸업했다. 1968년부터 1975년까지 동아일보 기자로 일했으며, 1976년 한길사를 창립해 지금까지 그 대표로 있다. 1977년부터 ‘오늘의 사상신서’를 펴내기 시작해 지금까지 인문서, 미술서, 어린이 책 등 3500여 권의 책을 펴냈다. 1980년대 ‘해방전후사의 인식’과 ‘우상과 이성’ 등 우리 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문제작들을 펴낸 사람이 김언호다.
1985년부터 한길 역사 강좌, 한길 사회과학 강좌, 한길 역사기행 등을 기획해 독자와 저자·출판인이 함께하는 역사인식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또 여러 출판인들과 더불어 출판문화와 출판의 자유를 인식시키고 신장시키는 운동을 펼치는 한편 1998년 한국출판인회의 창설에 나서 제1대와 제2대 회장을 지냈다.
2005년부터는 한국·중국·일본·대만·홍콩 등 동아시아 인문학 출판인들과 동아시아출판인회의를 조직해 동아시아 차원에서의 출판운동·독서운동에 나섰으며, 2008년부터 제2기 회장을 맡고 있다. 이 밖에 2005년부터 2008년까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1기 위원을 지냈으며, 1980년대 후반부터 파주출판도시를 건설하는 데 앞장서 참여하고 1990년 중반부터는 예술마을 헤이리를 구상하고 건설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저자 김언호’로서는 그동안 9권의 책을 출간했다. 모두 책이나 출판과 관련한 저서들이다. ‘세계서점기행’은 ‘서점론’을, ‘그해 봄날’은 ‘저자론’을, 이번에 출간된 ‘서재 탐험’은 ‘독자론’을 펼친다. 특히 ‘서재 탐험’을 통해 우리 시대 독서가들에게 영향을 준 책, 이 시대 젊은이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들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지난 3월 출간된, 책의 미학을 담은 사진집 ‘지혜의 숲으로’와 함께 ‘책의 4부작’을 끝낸 셈이다.
47년 동안 3500여 권의 책을 펴내고 있는 김언호의 이들 책은 ‘출판인 김언호’가 아니면 써낼 수 없는 체험적 출판문화론이자 출판철학서다.
엄민용 기자 margeu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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