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무역 거점이었던 네덜란드, 국왕이 첫 공식 사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노예제 기념식에서의 빌럼 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빌럼 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이 17~19세기 동안 노예를 사고 팔았던 자국의 관행에 대해 1일(현지시간) 공식 사과했다.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알렉산더르 왕은 이날 노예제 폐지 16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 연설에서 "오렌지 가문의 군주들과 통치자들은 노예제에 대항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나는 여러분의 왕이자 정부의 일원으로서 여러분 앞에 서 있다"며 "오늘, 저는 명백한 행동 부족에 대해 용서를 구한다"고 밝혔다.

왕은 그가 전체 국가를 대변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했지만 "대다수의 네덜란드 시민들"이 "얼굴 색이나 문화적 배경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들을 위한 평등을 위한 싸움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인정과 사과 후에, 우리는 치유, 화해 그리고 회복을 위해 함께 일할 수 있다"고 알렉산더르 왕은 강조했다.

이 행사에서 왕이 노예제 사과를 할 지 여부는 확실하지 않았었다. 네덜란드에서 노예제 사과 여부는 국민을 분열시켜온 주제여서 2006년이 되어서야 네덜란드 노예제도의 역사가 학교 교육과정에 추가되었다. 그간 몇몇 네덜란드 도시들은 사과한 적이 있지만 왕의 공식 사과는 없었다.

네덜란드는 노예 거래의 중심 국가로서, 노예 무역상들은 17세기 이후 6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을 밀거래했다. 네덜란드 왕가는 이를 막기는 커녕 돈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에 나온 새로운 연구는 네덜란드 통치자들이 1675년과 1770년 사이에 노예제도가 시행된 식민지로부터 오늘날의 돈으로 5억 4500만유로(약 7842억원)에 해당하는 돈을 받았다는 것을 밝혀냈다.

노예 거래는 1863년 금지됐지만 네덜란드는 노예제도를 통해 막대한 부를 쌓았다. 1738년과 1780년 사이의 네덜란드 경제 성장의 40%가 노예 무역에 기인한 것이었다.

ky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