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부도’ 스리랑카, 의회서 부채 구조조정 승인
역대 최악의 경제 위기에 직면한 스리랑카가 국가 채무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1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스리랑카 하원은 이날 중국 등 채권 보유국 및 다른 채권자들과 채무 재조정을 추진하는 내용의 채무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찬성 112명, 반대 62명으로 가결했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는 스리랑카에 구제금융 패키지를 제공하면서 전제조건으로 채무 구조조정을 제안했는데, 의회 문턱을 넘으며 이를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스리랑카의 총 국가 부채는 약 830억달러(약 110조원)에 달한다. 이중 해외 부채와 국내 부채가 각각 절반 가량을 차지한다. 스리랑카 정부 관계자는 국내 부채의 경우 중앙은행과 연금 기금 등이 분담하게 될 것이며, 다른 은행들의 경우 예금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고려해 제외됐다고 전했다. 기존에 은행들이 소유했던 국채를 만기가 더 늘어난 국채로 바꾸는 방향이 검토 중이다. 스리랑카 정부는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을 막기 위해 다음주까지 은행 휴무를 발표했다.
해외 부채의 경우 스리랑카 정부는 인도, 중국 등 채권국과 부채 구조조정을 위한 협의를 이미 시작했다. 대출 조건 재협상, 일부 대출 탕감 또는 축소 등 여러 방안이 가능하다고 AP는 전했다. 채권국에 대한 스리랑카의 채무 규모는 중국이 30억달러(약 4조원)로 가장 많고, 인도 16억달러(약 2조1100억원), 일본 등 그 외 선진국이 24억달러(약 3조1656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라닐 위크레메싱게 스리랑카 대통령은 “국가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해외 부채와 국내 부채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이 프로그램은 은행의 안정성이나 국내 약 5000만 계좌의 예금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리랑카는 코로나19, 외환위기, 과도한 차입 등으로 지난해부터 전례없는 경제위기에 직면했다. 물가가 폭등해 식량, 의료품, 연료, 전기 등이 동났으며 결국 지난해 5월 국가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빠졌다.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 사임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일어나 지난해 7월 위크레메싱게 총리가 대통령직을 이어받았다.
여러 국제기구가 스리랑카 지원에 나섰다. IMF는 지난 3월 약 30억달러(약 4조원)의 구제금융을 승인했고, 아시아개발은행(ADB)도 지난 5월 3억5000만달러(약 4616억원) 규모의 차관을 제공하기로 했다. 최근 세계은행 또한 예산과 복지 용도로 총 7억달러(약 9233억원) 지원에 나섰다.
국제사회 지원에 힘입어 스리랑카 경제는 최근 조금씩 회복하고 있다. 디폴트 이후 한때 74%까지 도달했던 월 물가상승률이 22%대로 내려왔다. 스리랑카 중앙은행(CBSL)는 지난달 1일 정책 기준금리인 대기성 수신 금리(SDFR)와 대기성 대출 금리(SLFR)를 각각 13.0%, 14.0%로 2.5%포인트씩 인하했다. 스리랑카의 금리 인하는 2020년 중반 이후 3년 만이었다.
지난 2월 의회 연설에서 위크레메싱게 대통령은 올해 말 경제가 성장세로 돌아설 수 있지만, 국가부도 상황은 2026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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