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현정은 ‘금강산 방문’ 거부···외무성 나선 남북관계 현실

박광연 기자 2023. 7. 2.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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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9년 10월 금강산 관광지구를 현지 지도하고 금강산에 설치된 남측 시설 철거를 지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남조선의 그 어떤 인사의 입국도 허가할 수 없다는 것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의 방침”이라며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방북을 거부했다. 남측 당국뿐 아니라 민간과의 접촉도 일제히 차단하고 있는 남북관계 경색 현실을 드러낸다.

2일 북한 공식매체 조선중앙통신을 보면 김성일 북한 외무성 국장은 전날 담화에서 “남조선(남한) 언론 보도에 의하면 현대그룹 회장 측이 금강산 관광지구 문제와 관련하여 우리 측 지역을 방문하려는 계획을 괴뢰 당국에 제출하였다고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국장은 “우리는 남조선의 그 어떤 인사의 방문 의향에 대하여 통보받은바 없고 알지도 못하며 또한 검토해볼 의향도 없음을 명백히 밝힌다”며 “금강산 관광지구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영토의 일부분이며 따라서 우리 국가에 입국하는 문제에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위)는 아무러한 권한도 행사할 수 없다”고 밝혔다.

현 회장 측이 지난달 27일 통일부에 대북접촉신고를 제출해 방북을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이 보도된지 하루 만에 북측이 거부 의사를 밝힌 것이다. 현 회장 측은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 20주기 추모식을 위해 금강산에 방문하고자 북한 아태위와 접촉하겠다는 계획을 통일부에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일부가 신고 수리 여부를 결정하기도 전에 북측이 선제적으로 거부한 모양새가 됐다. 통상 대북접촉신고가 수리되면 북측 접촉 대상에게 초청장을 받은 뒤 통일부에 방북 승인을 신청해야 한다.

북한이 밀접한 관계를 맺어온 현 회장 방북까지 거부할 만큼 남북관계가 극도로 경색된 현실을 상징한다. 북한은 지난 4월 남북 통신연락선을 모두 차단하는 등 남한 당국과 소통을 거부하고 있다. 금강산 관광지구 내 남측 건물들을 철거함에 따라 남한 정부가 법적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현 회장은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는 대화 국면이던 2018년 금강산에서 열린 정 회장 15주기 추모식에는 참석했다.

현 회장 방북이 성사되면 민간 차원에서 북한과 소통의 물꼬가 트일 수 있다는 기대는 무색해졌다. 지난해 12월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올해 초 “사회문화·인도·교역 부분의 민간단체 협력들이 재개될 수 있도록 해서 당국 간 협력 여건을 조성해나갈 생각”이라고 말한 바 있다.

통일부는 “북측이 순수 추모행사를 위한 목적의 방북에 대해 일방적으로 거부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매우 유감”이라며 “현재 현대아산의 북한주민접촉 신청은 관계부처 협의 중에 있으며 북한 발표 내용을 고려해 처리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남한 관련 입장을 외무성을 통해 발표한 것도 현재 남북관계의 특징을 보여준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남북 특수관계에 따라 남측 인사를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아태위에서 처리하는 방식을 폐지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남북관계를 특수관계가 아닌 일반적 국가관계로 보겠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윤석열 정부도 자유민주적 보편 가치를 중심으로 국제사회와 협력해 북한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등 외교적으로 북한을 압박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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