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범죄 피해자, 재판 주변인 아닌 ‘주인공’ 돼야”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주요 국가의 범죄 피해자 형사절차 참여 제도 및 참여 강화 방안'을 주제로 형사법 아카데미가 열리고 있다./뉴시스

검찰 수사와 형사재판 절차에서 범죄 피해자의 진술권과 이의신청권 등 참여권을 충분히 보장하는 방안이 마련된다. 관련 학술대회를 통해 법조계 의견을 수렴한 검찰은 ‘범죄 피해자 재판절차 진술권 활성화 방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대검찰청은 지난달 30일 ‘범죄 피해자의 형사절차 참여’를 주제로 제2회 형사법 아카데미를 개최했다고 2일 밝혔다. 형사법 교수와 현직 검사, 변호사, 법학전문대학원생 등 150여 명이 아카데미에 참석해 형사절차에서 피해자의 참여권을 강화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송강 대검 기획조정부장은 “우리의 형사절차는 검사와 피고인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구조로, 피해자는 주로 법정의 방청석에서 재판을 지켜보는 주변인으로만 머물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며 “피해자가 형사절차의 주변인이 아닌 ‘주인공’으로 적극적으로 형사절차에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범죄 피해자의 진술권은 1987년 개헌으로 헌법에 명문화됐지만, 실무적으로 피해자가 형사소송의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재판 등에서 소외돼왔다는 것이다.

발표자로 나선 김혁 부경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형사재판에서 피해자에게 재판 당사자에 준하는 지위를 부여할 것을 제안했다. 김 교수는 “피해자에게 증거 신청권, 상소권까지 부여하기는 어려울 수 있겠지만, 증인·피고인 신문권, 검사의 권한 행사 등에 관한 의견진술권 정도는 충분히 부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이 같은 참여를 통해 피해 회복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강석철 인천지검 국제범죄수사부장은 독일의 사례를 소개했다. 독일에서는 범죄 피해자에게 재판 출석권을 비롯해 법관 기피신청권, 피고인과 증인에 대한 질문권 등을 보장하고 있으며 직접 증거를 신청하거나 상소를 제기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한다. 박상환 인천지검 검사는 “피해자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적극 참석하게 해 피해 사실과 위해 우려를 구두로 소명하는 절차를 마련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대검은 피해자의 재판절차 진술권을 보장할 개선 방안을 마련해 3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살인, 강도, 성범죄 등 중대 범죄의 피해자에게 재판절차 진술권의 자세한 내용을 필수로 안내하고, 사건 결정 결과 통지를 문자메시지로 발송한다. 공판 검사가 피해자에게 ‘피해자 의견 진술서’를 받도록 해 진술권 행사를 활성화할 방침이다. 피해자가 진술서에 심리적·신체적·사회관계적·경제적 피해 등 항목을 세분화해서 자세히 기재할 수 있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