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분만에 사라진 신호...‘타이탄 5명’에게 3가지 시나리오 있다 [박민기의 월드버스]

박민기 기자(mkp@mk.co.kr) 2023. 7. 2.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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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 1시간45분만에 교신 끊기고 사라져
약 4일만에 ‘탑승객 5명 전원 사망’ 발표
잠수정 잔해 발견돼…구체적 원인은 미정
美교통안전위원회 주도로 진상조사 예정
심해 실종으로 시신 수습은 어려울 듯
1912년 침몰한 초호화 여객선 ‘타이타닉호’ 잔해 일부 [AP = 연합뉴스]
111년 전인 1912년 침몰한 초호화 여객선 ‘타이타닉호’ 관광을 위해 떠났던 잠수정이 결국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며칠에 걸친 대규모 수색을 주도한 미국 해안경비대는 실종 4일 만인 지난 22일(현지시간) 잠수정 ‘타이탄’에 탑승한 5명이 전원 사망했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수색대가 이틀 연속 심해 속에서 소음을 감지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탑승자들이 아직 생존해 있을 수 있다는 희망이 나왔지만 현실은 영화 속 ‘해피 엔딩’과는 달랐습니다.

해안경비대는 타이타닉호 침몰 지점 인근에서 발견된 잠수정 잔해 등을 근거로 높은 압력으로 인한 잠수정 폭발을 가장 유력한 사망 원인으로 지목했습니다. 그러나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심해 4000m 칠흑 같은 어둠 속으로 내려간 잠수정에서 그날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요. 전문가들은 가장 유력한 3가지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침몰한 타이타닉호 잔해 관광을 위한 여정은 지난 18일 시작됐습니다. 이번에 사용된 잠수정을 제작한 업체 ‘오션게이트’에 따르면 타이탄호에는 조종사 등을 포함해 총 5명이 탑승할 수 있습니다. 티타늄과 필라멘트 등이 포함된 탄소섬유로 만들어진 타이탄호는 6.7m 길이로 무게는 1만432㎏입니다. 이는 보통 크기의 승용차 6대와 맞먹는 무게입니다. 타이탄호 운영에는 4개의 전기 추진기가 사용되고, 심해 환경 탐험을 위한 카메라·조명·스캐너 배터리 등이 탑재됩니다. 이와 함께 대략 96시간 동안 사용할 수있는 산소도 싣고 있습니다. 이 같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심해 4000m까지 ‘여유롭게’ 탐험할 수 있다는 것이 오션게이트의 설명입니다.

이번 관광에 참여한 타이탄호 탑승객 5명의 신원이 알려지면서 잠수정 실종은 더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잠수정에는 스톡턴 러시 오션게이트 익스페디션 최고경영자(CEO), 영국 국적 억만장자 해미쉬 하딩, 파키스탄계 재벌 샤자다 다우드와 그의 아들 술레만, 프랑스 해양 전문가 폴 앙리 나졸레 등이 탑승했습니다. 타이탄호 조종은 나졸레가 담당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하딩은 2002년 영국과 두바이에 본사를 둔 사모펀드 회사 ‘액션 그룹’을 설립한 사업가로 다양한 세계 신기록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지난 2021년 3월에는 마리아나 해구의 가장 깊은 지점인 ‘챌린저 딥’으로 향하는 2인 잠수정에 탑승해 1만930m까지 내려가는 데 성공했습니다. 지난해에는 미국 회사 ‘블루 오리진 LCC’가 운영하는 유인 우주관광선 ‘뉴셰퍼드’에 올라 우주 관광을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이들이 이번 심해 관광을 위해 지불한 금액은 인당 25만달러(약 3억2500만 원)입니다.

이들이 탑승한 타이탄호는 지난 18일 출발 이후 약 1시간45분 만에 교신이 끊기면서 실종됐습니다. 이후 대대적인 수색이 진행됐지만 결국 탑승자들이나 잠수정을 발견하지는 못했습니다. 미국 해안경비대는 4일 뒤인 22일 ‘탑승자 전원 사망’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현재 전문가들 사이에서 꼽히는 가장 유력한 사고 원인은 ‘높은 압력 등으로 인한 잠수정 폭발’입니다. 미처 발견되지 않았던 잠수정 내·외부의 균열이나 흠집 등이 심해 속 높은 압력과 만나 뚫리면서 폭발로 이어졌을 수 있다는 추측입니다. 이 밖에도 균열 등으로 인한 내부 화재나 전자시스템 손상 가능성 등이 제기됩니다. 스티븐 윌리엄스 호주 시드니대 해양공학 교수는 “만약 폭발이 있었다면 순식간에 발생했을 것이고 이후의 생존 확률은 매우 적다”며 “잠수정 폭발이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미국 경제매체 인사이더에 전했습니다.

이번 타이타닉호 탐사관광에 사용된 잠수정 ‘타이탄호’ [사진 출처 = 오션게이트]
또 다른 사고 원인으로는 ‘타이타닉 잔해와의 충돌로 인한 파손’이 지목됩니다. 깊은 바닷속으로 내려간 타이탄호가 잔해와 부딪혀 파손돼 바닥으로 가라앉았을 수 있다는 추측입니다. 해당 가설은 가능성이 낮은 편이지만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 입장입니다. 호주 해군에서 은퇴하고 잠수함 탈출 및 구조 등 프로젝트 책임을 맡고 있는 프랭크 오웬은 “침몰한 타이타닉호 주변에는 여전히 100여년 전의 잔해들이 떠돌아다니고 있다”며 “잠수정이 가까이 진입하기 매우 위험한 환경”이라고 말했습니다.

가장 희망적이지만 동시에 가장 가능성이 낮은 가설은 ‘수면 위 부상론’입니다. 교신이 끊긴 잠수정이 부력의 도움을 받아 수면 위로 떠올라 수색대에 발견되길 기다리고 있을 수 있다는 추측입니다. 그러나 이미 타이타닉호 인근에서 잠수정 파편 일부가 발견됐고, 수면 위로 떠올랐다면 벌써 수색대에 의해 발견됐을 거란 추측에 무게가 실리면서 이 가설은 힘을 잃었습니다. 만약 잠수정이 수면 위로 부상했더라도 내부에서는 문을 개방할 수 없는 구조 특성상 산소 부족으로 이미 탑승객 전원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들에 대한 공식 사망 발표가 나왔지만 구체적 사망 원인 규명과 시신 수습 등을 위한 조사는 계속될 예정입니다. 사망자 유족들 사이에서도 ‘진상 규명 조사’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 탐사관광을 책임졌던 오션게이트가 이 같은 사고 예방을 위해 안전에 만전을 기했어야 한다는 원성이 쏟아집니다. 조사는 미국 교통안전위원회(NTSB)와 해안경비대 주도로 진행될 계획입니다. 조사단은 타이탄호가 폭발한 것이 사실인지, 그렇다면 언제 어디서 어떻게 발생한 것인지 등을 중점적으로 들여다본다는 방침입니다. 다만 심해에서 사고가 발생한 만큼 시신 수습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쉽지 않은 조사 환경이지만 그날 심해 속 잠수정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밝혀져 유족들에게 조금이라도 위로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매일 쫓기는 바쁜 일상 속에서도 알면 알수록 더 좋은 국제사회 소식. 전 세계가 주목하는 한 주의 가장 핫한 이슈만 골라 전해드립니다. 단 5분 투자로 그 주의 대화를 주도하는 ‘인싸’가 될 수 있습니다. 읽기만 하세요. 정리는 제가 해드릴게요. 박민기의 월드버스(World+Universe)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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