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들..실마리는 ‘이목단’? [김재동의 나무와 숲]
[OSEN=김재동 객원기자] “누가 죽인 걸까? 니 엄마. 나? 아니면 너?”
악귀가 물어왔을 때 염해상(오정세 분)의 눈동자는 흔들렸다. 끔찍한 기억 속의 그 장면. 어머니(박효주 분)의 최후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SBS 금토드라마 '악귀'가 또 하나의 물음표를 던졌다. 구산영의 탈을 쓴 악귀는 도대체 왜 염해상에게 그런 질문을 던졌을까?
드라마가 다시 복기한 그 순간을 보면 배경은 해상 모자가 하룻밤을 보내고자 찾아든 민박집였다. 성마르게 문 두드리는 소리에 어린 해상이 깨었고 엄마는 옆에 없었다. 재촉하듯 두드리는 문소리에 해상이 문을 열었고 “안 돼!” 절규하며 나타난 엄마는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리고 “문을 열었네”란 소녀의 음성과 머리를 풀어 헤친 그림자. 하얗게 질린 표정으로 목을 매는 엄마와 그저 안타깝게 지켜보는 해상. 섬뜩하게도 그런 해상과 이어진 그림자는 머리를 풀어 헤친 채였다.
“누가 죽인 걸까? 니 엄마. 나? 아니면 너?”
해상은 아빠를 좋아했다. 그 아빠가 죽었다.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상을 치르는 중 슬픔에 겨워 앓아 누웠고 엄마는 그런 해상을 차에 태워 어디론가 떠났다. 잠결에 본 엄마는 어느 산 중 땅을 파고 푸른 빛 도는 옹기조각을 파내 새끼줄로 묶고 있었다. 해상이 뒷좌석의 함을 열어보니 붉은 댕기와 검은 고무줄이 들어 있었다. 해상이 댕기를 들어올렸을 때 엄마는 함과 댕기를 차 밖으로 쳐냈다.
해상은 돌아가고 싶었지만 엄마는 완강히 거부했다. 그 밤, 문소리에 잠에서 깼을 때 함 속의 붉은 댕기와 검은 고무줄은 사라져 있었다.
해상은 댕기를 만졌고 문을 열었다. 드라마가 보여준 빙의의 필요충분조건을 달성한 것이다. 그리고 중학생 쯤의 신체를 가지고도 엄마의 그런 죽음을 지켜만 봤다. 그리고 그림자는 해상에게 귀신이 씌었음을 보여주었다.
“누가 죽인 걸까? 니 엄마. 나? 아니면 너?”
해상은 구산영(김태리 분)에게 말한 바 있다. 악귀는 몸주의 소원을 들어주며 힘을 키운다고. 해상은 집에 돌아가기를 원했고 엄마는 거부했다. 그리고 엄마의 죽음으로 해상은 집에 돌아왔다.
여기서 또 발생하는 의문점. 같은 빙의의 순간을 구산영은 기억 못한다. 염해상은 어떻게 기억하는 걸까? 그리고 당시 사건을 수사하던 서문춘(김원해 분)이 확보한 증언 속, 산으로 사라진 용의자는 또 누구일까?
4회를 끌어오면서 드라마는 무수한 질문만을 던져왔다. 왜 구강모(진선규 분)는 한번도 본 적 없는 염해상에게 자기 딸을 부탁한 걸까? 구강모는 자기 딸에게 악귀가 붙을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 또 알면서 왜 붉은 댕기가 구산영에게 전해지길 원했을까?(이 부분은 전적으로 김석란(예수정 분)의 전언일 뿐이다.)
의문의 붉은 댕기는 어떻게 해상모의 손에 들어갔을까? 또 해상모가 모은 붉은 댕기, 푸른 옹기조각, 검은 고무줄은 구강모가 남긴 ‘붉은 댕기, 옥비녀, 흑고무줄, 푸른 옹기조각, 초자병, 악귀는 태자귀’란 메모와 중복된다. 태자귀란 악귀와 이 소품들은 무슨 상관일까?
해상모는 악귀의 존재를 어떻게 알았을까? 해상의 아빠를 죽인 것도 악귀일까? 며느리의 자살과 의지가지 없는 손자에게조차 냉담한 할머니 나병희(김해숙 분)의 정체는 뭘까? 드라마 도입부 구강모의 빈소를 방문하고 금줄을 연상시키는 새끼줄을 들고 있던 의문의 노파 문숙은 또 누구고?
구산영이 붉은 댕기를 받았을 때 “받았다”했던 악귀는 소녀의 음성였다. 하지만 산영모 윤경문(박지영 분)이 할머니가 남긴 유산을 받자고 했을 때 “받어!”한 목소리는 남저음이었다. 악귀 외에 또 다른 존재가 빙의한 건가? 혹시 구강모의 혼령?
산영이 발견한 구강모의 침실 속 달력 2002년 2월 25일에 표시된 출산예정일. 산영이 5살이었던 이 때 동생이 태어날 예정이었던가? 그 아이는 어떻게 됐나?
이상의 무수한 의문들이 주인공과 시청자를 혼란시키는 동안 스토리는 백차골로 넘어갔다. 산영이 “꼭 내 속에 있는 누군가 말해 주는 것 같아요”라며 읊조린 ‘21, 176’이란 숫자가 결국 구강모의 저서 속 페이지 넘버였고 그 176쪽이 염매 얘기를 다루며 백차골 허제비놀이를 언급했기 때문이다.
백차골에서도 의문부호는 계속 찍힌다. 알고보니 서울 출신이라던 산영모 윤경문이 백차골 출신이었다. 면사무소에 다니던 대나무집 딸로 취재차 내려온 구강모와 결혼했다는 사연을 동네 노인이 말한다. 노인은 “그 할머니한테 안좋은 일이 있어서 내가 기억이 나요.”라 설명했다. 무슨 안좋은 일이었을까?
그리고 내막을 따져 묻는 산영에게 경문은 “거기서 나와! 당장 나오라구!” 소리치지만 경문의 이력을 밝혀준 노인이 돌연사하는 바람에 산영의 주의를 돌리지는 못했다.
그리고 객귀가 된 딸을 위해 허제비를 불태운 동네 노인으로 인해 객귀 천지가 된 백차골에서 산영은 아버지 구강모의 귀신을 만난다.
그러니 백차골은 악귀와 또 무슨 상관인가? 악귀의 유력한 정체는 1958년 6월 장진리에서 실종됐다가 미이라처럼 마른 채 손가락이 절단된 상태로 발견된 이목단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이목단을 염매로 만든 것으로 보이는 무속인 최만월도 구강모의 메모에 따르면 1914년생, 주소는 충남 광천군 단곡면 장진리 3-5로 되어있다. 그러니 기본적으로 해당 악귀와 백차골은 무관해 보이는데 윤경문이 자신의 고향에 질색하는 이유는 무얼까?
의문에 의문이 꼬리를 문다. 덕분에 4부까지 서스펜스 넘친 전개가 가능했다. 드라마는 12부작이다. 아직도 의문에 쌓인 나병희와 윤경문의 숨겨진 스토리와 함께 4부까지 제기된 의문부호만 성공적으로 수습해도 드라마는 성공할 것 같다.
“귀신을 쫓으려면 귀신의 이름을 알아야 되고 그 한을 풀어줘야 한다.”는 염해상의 말처럼 마침내 등장한 ‘이목단’이란 이름이 통쾌하게 풀어낼 실마리가 되길 기대하며, 무수한 의문들에 대한 성공적인 수습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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