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사교육`에 불황 모르는 대형 입시학원 …2700억 매출도

작년 사교육비 26조원에 재수·n수생 학원비는 빠져
영업이익 1000억원 돌파한 곳도
정시 비중 확대, 의대 선호현상 속 재수생 증가도 영향

정부가 '사교육 카르텔'을 겨냥해 집중단속을 시작한 지난 6월 22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학원 앞에 수업 내용과 관련된 광고문구가 적혀있다. 교육부는 '공교육 제고 방안'을 발표하며 최근 논란이 된 수능 킬러문항 등과 관련해 이날부터 2주간 학원 과대·과장 광고 등에 대한 집중 신고 기간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정부가 '사교육 카르텔'을 겨냥해 집중단속을 시작한 지난 6월 22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학원 앞에 수업 내용과 관련된 광고문구가 적혀있다. 교육부는 '공교육 제고 방안'을 발표하며 최근 논란이 된 수능 킬러문항 등과 관련해 이날부터 2주간 학원 과대·과장 광고 등에 대한 집중 신고 기간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사교육 망국론'이 나오는 가운데 지난해 극심한 경기 침체 속에서도 대형 입시학원들은 영업이익 1000억원을 돌파하는 곳도 나타나는 등 '불황 속 호황'을 구가하는 호실적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대형학원의 실적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분이 학생과 학부모 입장에선 사교육비이지만, 정작 정부의 사교육비 통계에 정확히 잡히지 않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서울 강남지역에서 '대치동 신흥 강자'로 떠오른 시대인재 학원을 운영하는 하이컨시의 연결 감사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하이컨시의 매출액은 2747억8000만원으로 1년 전보다 45%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269억9000만원으로 73.6% 늘었다. 영업이익률(매출액 대비 영업이익)은 9.8%로 전년 대비 1.6%포인트 상승했다.

2020년과 비교하면 성장세가 더욱 두드러진다. 2020년 하이컨시의 매출액은 1073억3000만원, 영업이익은 21억5000만원이었다. 매출액은 2년 사이 1.6배, 영업이익은 무려 11.5배로 불어난 셈이다.

수능 온오프라인 강의의 강자인 메가스터디도 역시 가파른 성장 속도를 보였다.

메가스터디의 온오프라인 강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메가스터디교육의 지난해 매출은 1년 전보다 18.8% 증가한 8359억5000만원이다.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36.7% 뛰면서 1353억9000만원으로 1000억원을 가볍게 돌파했다. 영업이익률 역시 14.1%에서 16.2%로 개선됐다.

교육계에서는 이들 학원뿐 아니라 대형 입시학원 상당수의 매출, 영업이익이 개선됐을 것이라고 본다.

교육계에선 이같은 대형 입시학원의 약진에 대해 코로나19 이후 빚어진 등교 차질과 이에 따른 학력 결손을 보완하려는 수요, 수능 '킬러문항' 대비를 위한 수요 등을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여기에 서울 주요 대학의 정시 비중 확대, 의대 선호 현상이 맞물리면서 재수생 등 이른바 n수생이 늘어난 게 실적 개선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다.

재수·n 수생들은 상당수가 학원에 다니거나 인터넷 강의를 수강하면서 수능을 준비한다.

매년 초·중·고 사교육비를 조사해 발표하는 교육부와 통계청의 해당 통계 대상에는 고등학교 졸업생 이후, 즉 재수·n수생 사교육비가 빠져있다.

따라서 지난해 사교육비가 역대 최고인 26조원에 달했다고 하지만, 재수·n수생 사교육비까지 더하면 전체 사교육비 규모가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실제로 대형 입시학원에서 재수·n수를 준비할 경우 1년에 수천만 원이 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도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지난달 26일 사교육 경감 대책을 발표면서 "통계청 등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n수생 사교육 실태 조사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