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건건 충돌하는 이스라엘 내각 인사들…골치 아픈 네타냐후
강경파-온건파 대립 계속돼
네타냐후 취약한 권력 구조 한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내각의 극우 강경파와 온건파가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지구 유대인 정착촌 문제와 사법개편 등 각종 현안을 놓고 사사건건 충돌하고 있다.
자력으로 내각을 유지할 수 없는 네타냐후 총리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감한 상황에 부닥쳤다. 취약한 권력 구조의 한계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1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정착민 폭력 사태가 네타냐후 총리 내각에 새로운 분열을 일으키고 있다”며 “내각 구성원 간의 의견 차이가 상당히 크다”고 보도했다.
이들의 갈등은 지난달 20일 서안지구 남부 투르무스 아야에서 발생한 이스라엘 정착촌 주민들의 난동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정착민들은 앞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조직원이 서안지구 엘리에서 이스라엘인에 총기를 난사해 4명이 숨지자 팔레스타인 민간인이 밀집한 투르무스 아야 마을에 침입, 총을 쏘고 가옥과 차량에 불을 지르는 등 보복을 감행했다. 팔레스타인 보건부는 최소 1명이 사망하고 수십 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이에 온건파로 분류되는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은 폭력을 주도한 이스라엘인 4명을 재판 없이 구금했다.
극우 세력은 격하게 반발했다. 정착촌 확장을 주장하는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민주적이지도, 도덕적이지도 않은 혐오스러운 결정”이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극우 인사인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도 구금된 이스라엘인을 “대부분 상냥한 소년들이었다”고 감싸며 갈란트 장관을 비난했다.
일각에선 갈란트 장관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반기를 든 민간군사기업(PMC) 바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에 비유하기도 했다.
갈란트 장관은 공개적인 맞대응을 피했다. 다만 익명을 요청한 정부 관계자는 WP에 “갈란트 장관은 팔레스타인 테러 용의자를 대할 때와 마찬가지로 민간인에 대한 공격은 불법이라는 결론을 내렸다”며 “이스라엘인에도 같은 잣대가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 모든 시민은 법을 준수할 의무가 있다”며 사실상 갈란트 장관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그는 최근 서안지구 정착촌에 애초 계획보다 약 1000채 많은 5600여채의 주택을 추가로 건설하는 안을 승인하는 등 극우 세력 달래기에도 힘을 쏟고 있다.
사법개편 강행 여부를 놓고도 양측은 갈등을 빚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달 28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정부와 여당이 추천하는 인사가 법관선정위원회 다수를 차지하도록 하는 내용을 수정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여론에 귀 기울이고 있다”며 한발 물러서는 태도를 보였다. 사법개편 자체를 반대했던 갈란트 장관의 설득이 네타냐후 총리를 움직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벤그비르 장관 등은 네타냐후 총리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WP는 “네타냐후 총리가 권력을 잡기 위해 극우 세력과의 연정을 설계했지만, 시종일관 내각 내 분열로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리쿠드당은 지난해 12월 총선에서 총 120석 가운데 32석을 얻는 데 그쳤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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