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7명 중 1명은 빚 갚는 데 ‘소득 70%’ 쓴다
30대 직장인 박모씨는 전세자금 대출 2억원에 대해 매달 100만원 정도의 이자를 내고 있다. 대출 금리가 1년 전 대비 2배가량 오른 탓에 이자도 2배 급증했다. 자신의 월소득(250만원)을 감안하면 부담이 상당하다. 박씨는 “대출 이자가 많이 늘어나는 바람에 살림이 빠듯해졌다”며 “아낄 수 있는 것은 최대한 아끼면서 지출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가계대출 대출을 갚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금리 상승으로 이자 부담이 급증한 영향 등으로 가계대출 차주(대출받은 사람) 6~7명 중 1명은 연 소득 중 최소생계비를 제외한 전액을 원리금 상환에 써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 환경이 장기화하면 연체에 내몰리는 가계가 늘어날 뿐만 아니라, 소비 여력이 없는 가계가 많을수록 경기회복이 지연될 수 있어 우려된다.
한국은행이 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가계대출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 1분기 말 전체 가계대출 차주 1977만명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평균 40.3%로 집계됐다. 전 분기(40.6%)보다는 0.3%포인트 줄었지만 여전히 40%를 웃돌고 있다.
DSR은 차주의 연 소득 대비 연 원리금 상환액의 비율로, 이 수치가 40%이면 연 소득의 40%를 빚 갚는 데 쓰고 있다는 뜻으로 300만원 소득자라면 원리금 지출이 120만원에 이른다. 만약 DSR이 100%이면 모든 소득을 빚 갚는 데 쓰고 있다는 의미다.
정부는 지난해 1월부터 총대출액이 2억원을 초과하는 차주, 7월부터는 총대출액이 1억원을 초과하는 차주에 대해 DSR 40% 이내에서만 대출받도록 규제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규제를 강화하기 전에 무리하게 대출받은 차주나, 40% 규제에 맞춰 대출을 받았지만 이후 금리가 올라 이자가 늘어난 차주는 DSR이 40%를 초과할 수 있다.
한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DSR이 100% 이상인 가계대출 차주는 전체의 8.9%(175만명)에 달했다. 이 수치는 2020년 3분기(7.6%) 이후 2년 6개월간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
DSR이 70% 이상, 100% 미만인 차주는 전체의 6.3%(124만명)으로 집계됐다. DSR 70% 이상인 차주가 전체의 15.2%(299만명)에 이르는 것이다.
DSR이 70% 수준이면 최저생계비를 제외한 거의 모든 소득을 원리금 상환하는 데 쓴다고 보면 된다. 299만명이 빚을 갚기 위해 최소한만 지출하면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셈이다.
3개 이상 금융회사에서 대출받은 다중채무자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1분기 다중채무자의 평균 DSR(62.0%)은 전 분기보다는 0.8%포인트 하락하긴 했으나 가계대출 전체 평균보다는 여전히 높다. 또 다중채무자의 29.1%(129만명)가 DSR 70% 이상에 해당했다.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소득 하위 30%) 또는 저신용(신용점수 664점 이하)인 취약차주의 평균 DSR은 1분기 67.0%로 나타났다. 취약차주의 37.5%(46만명)는 DSR이 70%를 웃돌았고, 이들의 대출은 전체 취약차주 대출액의 68.0%(64조3000억원)에 해당했다.
이처럼 빚 갚느라 허덕이는 차주가 많으면 연체율이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한은이 지난달 공개한 금융안정 보고서에 따르면 가계대출 연체율은 지난 1분기 말 은행 0.30%, 비은행 1.71%로 집계됐다. 은행 연체율은 2019년 11월(0.30%), 비은행 연체율은 2020년 11월(1.72%) 이후 가장 높다.
특히 은행보다 취약차주가 많은 비은행 금융기관의 연체율 상승과 건전성 등이 우려되고 있다. 한은은 “2020년 이후 취급된 대출의 연체율 상승 압력은 비은행 금융기관에서 크게 나타날 것”이라면서 “가계대출 연체가 예상보다 빠르게 늘어날 수 있는 만큼 금융기관은 자본을 확충하고 정부·감독 당국은 신규 연체 채권의 추이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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