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츠는 선수 판매라도 가능하지만…답 없는 SD의 장기계약 [김한준의 재밌는 야구]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 지난 겨울 큰 돈을 투자한 대표적인 팀은 2곳입니다. 뉴욕 메츠와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입니다.
메츠와 파드레스는 천문학적인 돈을 퍼부으며 스타 플레이어들을 대거 영입했고, 그 결과 페이롤(선수 연봉 총합)이 리그 전체 1위와 3위로 치솟았습니다. 두 팀의 페이롤은 3억 4,415만 달러(메츠), 2억 4,652만 달러(샌디에이고)에 이릅니다.
하지만 올시즌 두 팀의 성적은 처참합니다. 메츠는 37승 46패(승률 0.446), 샌디에이고는 38승 45패(승률0 .458)로 내셔널리그(NL) 동부지구와 서부지구에서 각각 4위로 처져 있습니다. 지구 우승은 언감생심, 가을야구 티켓이 주어지는 와일드카드 3위권과도 8게임 이상 차이가 나, 포스트시즌 진출은 사실상 힘든 분위기입니다.
그런데 메츠와 파드레스는 올 시즌의 실패는 차치하더라도, 처한 사정이 상당히 다릅니다. 하나씩 살펴 보겠습니다.
■ '셀러' 변신 가능성 드러낸 스티브 코헨…리툴링 가능한 구조의 메츠
스티브 코헨 메츠 구단주는 트레이드 데드라인 직전 '셀러(판매자)'가 될 의향도 내비치고 있습니다. 코헨 구단주가 최근 기자회견을 연 자리에서 "지금보다 더 성적이 좋아지지 않으면 트레이드 데드라인에 해야 할 일들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힌 겁니다. 이를 두고 MLB.com은 "확실한 포스트시즌 컨텐더팀으로 보였던 메츠가 이제 트레이드 데드라인에서 판매자가 될 수도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메츠는 올 시즌 우승을 위해 지난 겨울에만 선발 저스틴 벌랜더(2년 8,600만 달러), 외야수 브랜든 니모(8년 1억 6,200만 달러), 마무리 에드윈 디아즈(5년 1억 200만 달러), 선발 센가 코다이(5년 7,500만 달러), 2루수 제프 맥닐(4년 5,000만 달러), 선발 호세 퀸타나(2년 2,600만 달러), 포수 오마 나바에즈(2년 1,500만 달러), 불펜 애덤 오타비노(2년 1,450만 달러), 불펜 데이비드 로버트슨(1년 1,000만 달러) 등을 영입했습니다. 기존 선수들의 재계약도 포함돼 있긴 했지만, 올 시즌을 앞두고 5억 달러 이상을 투자한 것은 분명 사실입니다.
그런데 최근 맺은 모든 계약 중 가장 긴 기간이 보장된 선수는 니모의 8년입니다. 나머지 선수들은 모두 5년 이하의 계약을 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벌랜더와 함께 메츠의 다른 에이스인 맥스 슈어저가 지난해 맺은 계약도 3년 1억 3,000만 달러여서 내년이면 계약이 종료됩니다. 메츠에서 가장 큰 연봉을 차지하는 게 슈어저와 벌랜더임을 감안하면, 이 둘만 '처분'한다면 메츠는 향후 리툴링(일정 이상 성적을 내면서 전력 일부를 교체하는 작업)을 할 수 있는 충분한 여지가 있습니다.
예컨대 1년 전만 해도 리그 최강의 투수로 평가받았던 벌랜더와 슈어저의 막대한 연봉을 메츠가 어느 정도 부담하되 곧 MLB서 뛸 수 있는 유망주를 받는 트레이드도 가능합니다. 벌랜더와 슈어저가 에이징커브로 기량 하락이 오긴 했지만, 가을야구 경험이 많은 선수들이어서 포스트시즌에 승부를 걸려는 팀이라면 충분히 구미가 당길 수 있습니다.
특히 현재의 성적과는 어울리지 않는 연봉을 메츠가 어느정도 보조를 해주면 충분히 트레이드에 응할 수 있는 겁니다. 이들을 데려가는 팀에서도 수년간 함께 하는게 아니라 내년까지만 쓰는 것이어서, 미래에 대한 부담도 덜 수 있습니다.
메츠가 '셀러'로서 처분 가능한 고액 연봉자들을 트레이드 데드라인 때 정리한다면, 내년 이후에는 새로운 전력으로 다시 가을야구에 도전할 수 있습니다. 반전의 여지가 남아 있는 겁니다.
설령 판매에 실패해 노장 원투펀치를 계속 안고 가더라도, 계약이 끝나는 내년 이후라면 훨씬 가벼워진 몸집으로 '새 판'을 짤 수 있습니다.
■ 40세 이상 보장 계약 즐비한 샌디에이고…돌아가기엔 너무 멀리 왔다
문제는 샌디에이고입니다. 샌디에이고가 맺은 계약은 액수도 문제지만 보장기간이 너무 깁니다.
지난 2021년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와 맺은 14년 3억 3,825만 달러 계약은 타티스의 나이가 현재 24살이기 때문에 당분간은 부담이 없지만, 나머지 계약들이 심각한 수준입니다.
유격수 잰더 보가츠 11년 2억 8,000만 달러, 3루수 매니 마차도 11년 3억 5,000만 달러, 선발 다르빗슈 유 6년 1억 800만 달러 계약은 처음 체결할 때부터 논란의 여지가 많았습니다. 각각의 계약으로 샌디에이고는 보가츠와 마차도는 40세까지, 다르빗슈는 41세까지 연봉을 보장해야 합니다.
내야수 제이크 크로넨워스도 7년 8,000만 달러에 계약하며 36세까지 보장해 줬는데, 사실 크로넨워스는 데뷔 해인 2020년 이후 해마다 성적이 하락해 왔습니다. 29살이 된 올해에는 커리어로우로 향하고 있습니다. 이미 에이징커브가 시작됐다는 분석도 적지 않습니다.
각각 34세, 36세까지 보장한 선발 조 머스그러브 5년 1억 달러 계약, 불펜 로베르트 수아레즈 5년 4,600만 달러 계약이 합리적으로 보일 정도입니다.
초장기 계약자들을 트레이드로 넘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연봉도 문제지만, 팀의 로스터 한 자리를 전성기가 지난 노장 선수가 차지하고 있는 것은 팀의 전략을 짜는데 상당한 지장을 주는 만큼, 받으려는 팀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보가츠와 마차도, 다르빗슈, 크로넨워스를 '처분'하는 건 상당히 고난도의 미션이라는 얘기입니다.
때문에 이들이 로스터에 존재하는 한, 샌디에이고는 달려야 합니다. 게다가 팀의 핵심 유망주들을 대거 넘기며 트레이드로 영입한 외야수 후안 소토는 내년 시즌 후 FA를 맞게 됩니다. 현재 페이롤이 엄청난 샌디에이고 입장에서 소토까지 초장기 계약으로 잡는 건 쉽지 않은 결정으로 보입니다.
그렇다고 소토를 올해 트레이드로 넘기는 시나리오도 애매합니다. 이미 30대에 들어선 보가츠와 마차도의 기량이 더 떨어지기 전에, 내년에라도 소토와 함께 승부를 봐야 하는 탓입니다.
결국 샌디에이고는 포스트시즌이 사실상 물 건너갔는데도 팀의 핵심 전력들을 그대로 안고 갈 수밖에 없는 사면초가의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샌디에이고가 일단 올해 할 수 있는 건 올 시즌을 마치고 FA가 되는 선발 블레이크 스넬과 마무리 조시 헤이더를 트레이드해 괜찮은 유망주로 바꾸는 전략으로 보입니다. 이 둘을 잔류시키려면 올시즌 후 또 다시 천문학적인 돈이 필요한데, 샌디에이고가 또 이런 투자를 재차 감행할지는 미지수기 때문입니다. 어차피 시즌 후에 떠나 보낼 것이라면, 대가라도 받고 반 년 먼저 보내는 게 낫다는 분석입니다.
■ 트레이드 가치 높은 김하성이 '유탄' 맞을 수도
돌아가기엔 너무 멀리 온 파드레스, 이런 상황에서 선수를 상식 이상으로 과감히 사고 팔아 '매드맨'이라는 별명이 붙은 AJ 프렐러 샌디에이고 단장이 트레이드 데드라인 전에 어떤 '미친 전략'으로 현재 상황을 타개할 지 주목됩니다.
그리고 이 전략에는 난데없이 김하성이 포함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연봉으로 뛰어난 활약을 보이고 있는데다 내년까지 컨트롤할 수 있는 서비스타임 덕분에 꽤 괜찮은 반대급부를 받아올 수 있어섭니다.
그나마 샌디에이고에서 연봉값을 100% 이상 하는 선수가 김하성인데, 김하성을 파는 게 말이 되냐고 반문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입니다. 상술했듯, 샌디에이고의 단장은 예측 불가능한 딜을 감행하는 '매드맨'이기 때문입니다.
[ 김한준 기자 ]
◆ 김한준 기자는?
=> MBN 문화스포츠부 스포츠팀장
2005년부터 기자 생활을 시작해 정치부, 경제부, 사회부 등에서 일했습니다. 야구는 유일한 취미와 특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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