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독립유공자’ 서훈 박탈 추진…손혜원·김원웅 부친 재검토할듯
국가보훈부가 2일 친북 논란이 있는 독립유공자의 공적을 다시 검증해 ‘가짜 유공자’의 서훈을 박탈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정부에서 진행하다 공정성 시비가 불거지며 중단됐던 가짜 유공자 검증에 다시 속도를 내겠다는 것이다. 조선공산당 활동 이력으로 6차례나 보훈심사에서 탈락했다가 문재인 정부 때 독립유공자가 된 손혜원 전 국회의원의 부친 손용우(1923∼1999년)씨 등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출생지 등이 엇갈려 공훈 기록 허위 조작 논란이 일었던 고(故) 김원웅 전 광복회장의 부모인 김근수(1912∼1992년)·전월순(1923∼2009년) 씨 사례 등도 재검증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어보인다.
검증 결과 공적이 허위로 판명되면 법적 절차를 거쳐 서훈이 취소된다.
국가보훈부는 2일 보도자료를 내고 “친북 논란이 있음에도 독립유공자로 포상돼 사회적 갈등을 야기한 부분에 대해 기준을 명확히 하겠다”고 밝혔다.
공적 재검토 대상에는 손혜원 전 국회의원의 부친 손용우 씨가 포함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용우 씨는 광복 후 조선공산당에서 활동한 이력 때문에 과거 보훈심사에서 6차례 탈락했다. 그러다가 2018년 변경된 심사 기준을 적용받아 7번째 신청 만에 독립유공자로 선정됐다. 손 전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마포 을 지역구 국회의원을 지내다가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탈당한 인물이다.
정부 관계자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사회주의 운동을 판단하는 기준이 달라지거나 규정이 모호해졌다”며 “독립운동이 오늘날 대한민국 건국에 기여한 것이었는지, 공산주의국가 건립을 위한 것이었는지 기준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허위 논란’이 제기된 유공자도 들여다본다. 1970년대 이전에는 보훈처가 아닌 문교부와 총무처 등에서 중복 포상이나 부실한 심사로 ‘부적격자’가 서훈을 받은 사례가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보훈부는 고(故) 김원웅 전 광복회장의 부모인 김근수(1912∼1992년)·전월순(1923∼2009년) 씨 사례 등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회장의 부친 김근수 씨는 1963년 대통령 표창을 받은 데 이어 1977년에 건국포장, 1990년엔 건국훈장 애국장을 받았다. 모친인 전 씨는 1990년 건국훈장 애족장을 받았다. 그러나 두 사람의 공적조서에 나온 출신지, 이름, 활동 시기 등이 달라 공훈 기록이 허위일 수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21년 1월 국가보훈처(현 보훈부)는 이들을 조사한다고 취재진에 브리핑했다가 뒤늦게 “착오였다. 서훈 자격에 문제가 없다”고 번복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보훈부는 “대국민 공개검증 절차에 국민 참여를 보장할 것”이라며 “중복·허위공적 등 공적 이상자에 대해 서훈 취소 절차를 조속히 진행해 가짜 독립유공자 논란을 종식시킬 계획”이라고 했다.
공개검증 결과 공적이 거짓으로 밝혀지면 관련 법에 따라 공적심사위 및 국무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서훈이 취소된다.
보훈부는 “공과(功過)가 함께 있는 독립운동가에 대해서도 정책연구와 토론회 등을 거쳐 재평가 방안이 있는지 찾아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한민국 초대 농림부 장관이자 좌익 계열 독립운동가였던 죽산 조봉암(1898∼1959)과 구한말 문신이자 임시정부 고문을 지낸 독립운동가 동농 김가진(1846∼1922)에 대해 서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봉암 선생의 유족들은 그를 독립유공자로 인정해 달라며 보훈부에 세 차례 요청했지만, 보훈처는 친일 흔적이 있다는 이유로 유족의 요청을 반려해왔다.
김가진 선생의 장례는 중국 상하이에서 대한민국임시정부장으로 치러졌으나 100년이 지나도록 유해는 돌아오지 못했고 서훈도 시행되지 않고 있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역사적인 인물에게 그림자가 있더라도 빛이 훨씬 크면 후손들이 존중하고 교훈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런 측면에서 누구든지 예외 없이 접근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보훈부는 선교사·의사·교사 신분으로 독립운동에 기여한 외국인과 신사참배 거부로 투옥돼 옥중 순국한 이들에 대한 심사 기준을 새롭게 마련할 방침이다. 독립운동 자금 지원 활동에 기여한 이들도 독립유공자로 포상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앞서 보훈부는 친일 행적 등이 있으면서도 독립유공자 서훈을 받은 사람을 가려내기 위해 2019년부터 독립유공자 공적 전수조사 사업을 진행해왔다.
애초 2019년 7월까지 초기 서훈자 1500여 명에 대한 1차 조사를 마무리할 예정이었으나, 전수조사에 대한 객관성과 공정성 시비가 불거지면서 일정이 크게 지연됐다.
보훈부는 심사에 속도를 내기 위해 연내 ‘특별분과위원회’를 신설해 쟁점 안건을 판단한다는 계획이다.
지금은 예비심사 격인 제1공적심사위원회와 제2공적심사위원회가 2심 체제로 심사하는데, 여기에 심층 논의가 필요한 사안만 다루는 특별분과위를 추가해 사실상 3심제로 가면서 예비심사 단계의 과중한 업무량도 덜어낼 예정이다.
신설되는 특별분과위원회와 본심 격인 제2공적심사위원회 당연직 위원 운영규정을 정비해 역사 전공자뿐만 아니라 정치, 사회, 법률 전문가들도 참여토록 한다.
박민식 장관은 “그동안 논란이 된 독립유공자 포상의 적절성 및 부실 심사 등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독립유공자의 공적이 온전하게 평가받고 서훈의 영예성이 담보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