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 ‘더존2’ PD “OTT, 지상파 비해 ‘돈 쓴 티’ 난다”

김소연 스타투데이 기자(ksy70111@mkinternet.com) 2023. 7. 2.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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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존2’ 포스터. 제공| 디즈니+
(인터뷰①에 이어) ‘더 존’ 시리즈는 시뮬레이션 존 곳곳에서 상당한 제작비가 투입된 흔적이 보였다. 건물 구조를 변경해 실내에서 실내로 이어지는 미끄럼틀을 만든다거나, 방 구조가 변경되고 침대가 수륙양용 차량으로 변해 강에 들어가기도 했다. 시뮬레이션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 잠실에 헬기를 띄우기도 했다. 이에 이광수는 “디즈니는 내가 아는 형 중에 제일 돈 많은 형”이라고 말하기도 했고, 권유리는 “이게 디즈니 클래스다 이것들아”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디즈니+에서 제작하면서, 지상파에서 예능 프로그램 제작 당시보다 스케일이 커졌다. 제작비는 얼마나 증가했을까.

조효진 PD는 “제작비가 얼만지 말하면 안되는게 아쉽다”고 너스레를 떨면서 “지상파와 단순 비교할 수 없는게 지상파의 경우 편집실이나 CG, 세트 등은 회사 내부 자신이니까 절약되는 비용이 많다. (OTT 작품을 하면) 세트비나 출연료 등이 더 많지만, (전체로 보면) 한 두 배 정도라고 생각해보면 된다. 생각한 것처럼 엄청 많지 않다. OTT의 장점은 준비할 충분한 시간이 있다는 점이다. 시간을 주면 돈을 더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 급하면 돈을 더 써야하니까. 시간이 충분해서 전략적으로 제작비를 배치할 수 있고, 그래서 돈을 더 많이 쓰는게 아니라 ‘돈 쓴 티를 잘 낸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즌2가 되면서 시즌1 보다 제작비가 조금 올랐다”고 귀띔했다.

조 PD는 OTT 예능이 지상파 예능에 비해 제작 시간이 여유롭다는 걸 강조했다. 어느 정도의 여유가 있는 것일까.

조 PD는 “예전에 지상파 예능을 할 때는 뭘 하고 싶다는 생각은 많았지만 실행으로 옮기는 게 어려워서 포기한 것도 많다. 이걸 촬영하면, 다다음주 방송은 구멍이 나니까”라며 제작 기간은 약 2주 정도라고 밝혔다. 2주 뒤에 나갈 방송을 녹화하면서, 동시에 이번 주에 나갈 방송분의 편집도 해야하는 강행군이다.

이와 달리 조 PD는 “OTT는 좀 여유롭다. 지난해 촬영했다”고 말했다. 제작부터 공개까지, 1년 정도의 시간이 주어진 셈. 그는 “시즌2의 경우 시즌1 촬영 막바지 즈음 확정됐다. 시즌1이 겨울이라 너무 추웠다. 그래서 멤버들이 어디 들어가기만 하면 라면 먹고 안나오려고 하더라. 그래서 가을에라도 찍어야 하지 않을까 해서 빨리 준비했다”고 덧붙였다.

시즌 1과 2의 차별점은 무엇일까. 김동진 PD는 “시즌1을 기획할 땐 코로나 팬데믹 상황이었다. 재난 속에서 버티면서 일상을 이어가던 시절이니 이걸 어떻게 예능에 접목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시즌2를 제작할 때는 엔데믹으로 가고 있던 상황이었다. 일상으로 돌아가는 중이었고. 거기에 맞춰서 버틸 수 있는 상황이 뭔지 고민했다. 시즌 2의 앞 3개 에피소드를 보면 알겠지만 건강검진, 침대 위 등 일상 속에 있는 모습들이었다”고 설명했다.

조 PD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다”면서 “재난이라고만 하면 조심스러운 것도 있을 수 있지 않나. 시즌1에서 아무래도 다른 사람들과 만나는 일이 별로 없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번엔 카이스트에서 사람들을 만나는 등 밖에서 열린 느낌으로 촬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소재 측면에서도 시즌1이 코로나19 시대의 거리두기였다면, 이번엔 환경 문제에 대한 화두를 던지는 내용이나 통신이 끊겼을 때 소통 단절을 어떻게 해결할지 등 다양한 것을 해봤다”고 소개했다.

인류대표 3인방, 수유리 삼남매의 활약도 대단했다. 조 PD는 “세 사람이 인류대표인데, 이제 이 세 사람 라인만 넘으면 다 성공한다는 뜻의 하향 평준화된 인류대표”라고 장난스레 말했다.

이어 “유리의 새로운 면모를 볼 수 있었다. 유재석, 이광수는 어떻게 할지 딱딱 보이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유리가 쥐고 흔들어주길 바랐다. 처음엔 낯설어했지만, 시즌1 막바지부턴 자연스러워지더라. 이광수 뒤통수를 치는 등 찐남매 모습을 보여줬다. ‘유리가 호감이다’라는 말도 많더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더 존2’ 김동진 PD. 제공| 디즈니+
김 PD 역시 “저도 유리가 좋았다. 시즌1의 1화와 시즌2를 비교해보면 확실히 다르더라. 처음엔 약간 어색한게 있었는데 이제는 ‘수유리 삼남매 케미는 걱정할 게 없겠구나’ 싶었다. 들어오는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만 잘하면 되겠더라”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조 PD는 또 “익숙한 그림에 질리진 않을까 하는 부담이 있다. 반복은 어떻게든 벗어나야한다는 부담이 크다. 자가복제는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매주 촬영해야하면 ‘어쩔 수 없지만 뭐라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제 전 직접 연출을 할 나이가 얼마 남지 않았고, 다른 방향으로 조금이라도 발전시키고픈 마음이 있다. 잘하는 것을 해야하지만, 시청자분들이 다양한 것을 보실 수 있도록 해야하지 않나 고민이 있다”고 말했다.

김 PD 역시 “업그레이드를 해야한다. 그래서 고민을 많이 한다. 똑같은 아이디어로 프로그램을 계속 할 순 없다”고 연출에 대한 고민을 드러냈다.

시뮬레이션이다보니 ‘롤’을 정해두는 것도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촬영 중에는 제작진이 전혀 개입할 수 없으니 완성도를 위해 이런 부분을 사전 조율하진 않았을까. 그러나 조 PD는 “세 사람에게 어떻게 해달라고 해도 안할 것”이라면서 “4시간 동안 아예 안만나는데 어떻게 하라고 할 수가 없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를 해봐야 듣지도 않는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어떻게 보면 리얼리티 프로그램보다 훨씬 더 리얼하다”고 덧붙였다.

‘더 존2’ 멤버들은 침대에 앉아 카이스트 학생들을 대상으로 ‘버티면 산다는 것’에 대해 강연까지 했다. 유재석은 “주어진 것을 열심히 하고자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고 말했고, 권유리는 “오늘 하루를 버틴 것 그것만으로도 대단하다. 성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오늘 하루를 버틴 것도 충분히 성장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기의 속도에 맞게 오늘 하루도 파이팅. 잘 살았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제작진이 생각하는 ‘버티는 힘’은 뭘까.

조 PD는 “유재석과 권유리의 이야기가 진솔했다고 생각한다. 유재석의 위기론은 ‘X맨’ 때부터 시청률이 빠지면 매년 나왔던 이야기다. 함께 17년, 18년을 해왔다. 그동안 유재석이 어떻다는 말에 대해 170번은 넘게 들은 것 같다.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 타협하거나,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더라. 그래서 대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관찰예능 유행할 때, 처음으로 유재석 집 공개하면 대박 나는 게 아니었겠냐. 그런 편법 말고도 잘할 수 있는 걸 가지고 주변에서 뭐라고 해도 꿋꿋이 버티면서 나아가서 30년간 최고의 자리에서 버티고 있더라. 계속 그 형하고 일할 것은 아니지만 계속 같이 하고싶긴 하다”고 장난스레 덧붙였다.

또 “유리도 아이돌로서 배우로서 일하면서 예능까지 해야하는데 그 와중에 얼마나 많은 일이 있었겠나. 오늘 하루 버틴 것만 해도, 발전 없이 유지한 것만 해도 대단하다. 언젠간 발전할거다. 그 말에 공감한다”고 했다.

김 PD는 “직업이 PD이니 주어진 일을 열심히 잘 해나가는 게 버티며 산다는 것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면서 “일하는 것 하나하나가 오늘도 하루를 버티며 살아간다는 것이다.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건 굉장히 기쁜 일이다. 하루하루에 만족하면서 평범한 일상을 버티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는 사이 시청자들의 시청 방향성은 매우 달라졌다. 조 PD는 “몇년 전만해도 방송사가 지배적인 위치에 있었는데 지금은 삼국지 같은 느낌이 있더라. 고전적인 방송에 충성하는 분들과 여러가지 선택적으로 좋아하는 걸 보는 OTT 시청자, 짧은 것을 빨리 보고 다른 것을 보는 유튜브 시청자. 이 삼국지가 제법 갈 것 같다”면서 “다변화된 세상에서 다양한 시도를 이리저리 해보면 좋겠다. 많은 후배 PD들이 새로운 형식을 많이 보여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OTT 예능은 다변화하고 있다. 넷플릭스 ‘범인은 바로 너’, ‘신세계에서’ 등으로 OTT 예능을 리드하던 조 PD의 입장에겐 긴장감이 느껴질 수도 있을 듯하다.

조 PD는 “리딩 하고 있다는 생각을 안해봤다. 먼저 해봤을 뿐”이라면서 “여건이 되는 사람들이 하는 거다. 후배들이 도전하는 것이 좋아보인다. 제가 해봐야 1년에 1개 한다. 다양한 색깔을 펼치길 바란다”면서 “‘솔로지옥’이나 ‘환승연애’ 등을 내가 만들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해보기도 한다. 재미있더라. 이렇게 많이 늘어나고 있는게 굉장히 긍정적인 것”이라고 응원했다.

[김소연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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