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PTSD 치료에 ‘마약류 환각물질’ 쓰인다...호주, 세계 첫 허용

문세영 기자 2023. 7. 2.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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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류에 속하는 '환각버섯'과 '엑스터시(MDMA)'가 호주에서 정신질환 치료에 쓰이게 됐다.

대부분 국가들이 법률로 엄격하게 제한하는 두 물질이 전 세계 최초로 정식 의약품 허가를 받은 것이다.

호주 식품의약품안전청(TGA)은 지난 2월 환각버섯 성분 '사일로사이빈'을 우울증 치료제로, MDMA를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치료제로 각각 승인했다.

두 물질 모두 심각한 환각을 유발하기 때문에 호주에서도 전문가의 엄격한 통제 하에서만 사용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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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식품의약품안전청 승인...장기 효과·부작용 검증 안 돼
환각물질인 사일로사이빈을 함유한 환각버섯. Yarygin/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마약류에 속하는 ‘환각버섯’과 ‘엑스터시(MDMA)’가 호주에서 정신질환 치료에 쓰이게 됐다. 대부분 국가들이 법률로 엄격하게 제한하는 두 물질이 전 세계 최초로 정식 의약품 허가를 받은 것이다. 

호주 식품의약품안전청(TGA)은 지난 2월 환각버섯 성분 ‘사일로사이빈’을 우울증 치료제로, MDMA를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치료제로 각각 승인했다. 이번 달 1일부터 두 물질은 호주에서 법적으로 처방이 가능하다. 

사일로사이빈은 강력한 환각제인 LSD와 비슷한 환각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는 환각버섯 사용이 불법이며 소지·사용·유통 시에는 마약사범으로 기소된다. 한국 국적을 가진 사람은 해외에서 이를 사용해도 처벌 대상이 된다. 

MDMA도 마찬가지다. 복용 후 환각 효과가 나타나는 이 마약류를 투약하거나 매매하는 등의 행위를 하면 형사처벌을 피할 수 없다. 이 물질에 알레르기가 있거나, 과용하거나, 알코올과 동시에 사용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위험한 마약류다.

하지만 두 성분은 정신질환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논문들이 발표되고 있는 물질들이기도 하다. 지난해 미국정신의학회 연례회의에서는 사일로사이빈의 우울증 치료 효과를 살핀 논문이 발표됐다. 치료저항성 우울증 환자를 대상으로 사일로사이빈 25mg을 투여한 결과, 즉각적인 우울증 개선 효과가 나타났다. 25mg 복용군은 1mg 복용군 대비 우울증 개선 효과가 2배 이상 컸다.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신’에는 MDMA가 PTSD 환자의 치료를 돕는다는 논문이 실렸다. 해당 연구에 참여한 PTSD 환자의 90% 이상은 극단적인 선택을 고려한 경험이 있을 정도로 증상이 심각했지만 MDMA 투여 후 과반수가 더 이상 PTSD로 분류되지 않을 만큼 증상 개선 효과를 보였다. 연구팀은 이 성분이 환자의 고통스러운 기억을 줄이는 근본적인 치유 효과를 일으킨다고 발표했다. 

단, 두 물질의 치료 효과를 확인하는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다. 장기적인 치료 효과나 부작용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아있다. 두 물질 모두 심각한 환각을 유발하기 때문에 호주에서도 전문가의 엄격한 통제 하에서만 사용 가능하다. 호주 정부는 정신과 전문의의 감시가 가능한 임상 환경에서 제한적으로 해당 물질들을 사용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이 약을 처방하고자 하는 의사는 호주 약물규제기관 TGA의 윤리 심사 및 서비스 제공자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하고 사용 승인을 받아야 한다. 또, 해당 물질로 치료를 받은 환자는 부작용 등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치료 후 일정 시간 병원에 머물러야 한다.  

치료 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BBC 등 외신은 정신과 전문의 진료부터 약물 처방, 다학제 진료 등 모든 비용을 고려하면 대략 3만 호주 달러(약 2635만 원)의 비용이 들 것으로 추산했다. 

[문세영 기자 moon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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