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놓쳐서 땅을 친다고? 시총 1조달러 넘보는 기업 또 있어요 [홍키자의 빅테크]

홍성용 기자(hsygd@mk.co.kr) 2023. 7. 2.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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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에 AI 넣겠다”...생성형AI 경쟁 선언한 저커버그

시가총액 1조 달러.

한화로 하면 1307조입니다. 지난 5월31일 ‘킹비디아’로 불리는 AI반도체 회사 엔비디아가 뉴욕 증시서 5번째로 1조달러 시가총액을 달성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죠.

이 돈이 얼마나 큰 돈이냐면요. 대한민국의 2023년 예산이 638조원입니다. 대한민국의 2년치 예산을 합해도, 1조 달러에 못미치는 겁니다. 가장 포멀한 국가 지표인 ‘글로벌 GDP 순위’로 지난해 기준 대한민국이 12위입니다. 2021년에 10위였고요. 전 세계 10위권 정도의 국가의 2년치 예산을 합해도 1조 달러가 안된다는 겁니다. 그만큼 큰 숫자입니다.

엔비디아가 1조 달러 시가총액을 만들어내면서, 여섯번째로 1조 달러를 돌파할 회사가 누구일지 관심이 쏠립니다. 참고로, 미국 증시에서 1조 달러를 돌파한 회사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알파벳), 아마존, 엔비디아 이렇게 다섯 곳입니다.

시가총액은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대표적인 지표죠. 시가총액이 크다는 것은 일단 회사의 미래 성장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것을 의미하니까요. 주가는 늘 선반영됩니다. 경기가 침체되는 시기엔 실적이 좋다는 것을 의미할 테고요.

시가총액 순위로 지금 당장 주식 어플 켜고 줄세우기 해보면 엔비디아 다음 순번은 전기차의 대들보 테슬라네요. 그런데, 테슬라가 아닐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그래서 어디냐고, 각설하고 썰 풀어보겠습니다.

미 TV 토크쇼 진행자로 출연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사진=AP연합>
1조 달러 다음 순번은 메타...“상승할 주가 여력 아직 꽤 된다”
투자전문지 모틀리풀(The Motley Fool)이 이달 초 전망 자료를 하나 냈습니다. 모틀리풀은 엔비디아 다음으로 시총 1조달러를 돌파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기업으로 바로 메타를 꼽았습니다. 메타의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이 인공지능(AI)기술로 고도화되면 기업가치 상승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얘기죠.

모틀리풀은 “메타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은 여전히 전 세계적 30억 명의 사람들이 매일 사용하고 있다”며 메타가 지닌 플랫폼 파워가 크다고 분석했습니다.

메타 로고. <사진=매경DB>
“원래도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등 플랫폼은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거 아니었어?” 라고 생각한다면 맞습니다. 다만 모틀리풀은 AI 기술이 메타 서비스와 결합하면 폭발적인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전망한 것이죠. 챗GPT 기술로 촉발된 ‘생성형 AI’ 기술이 메타 플랫폼의 챗봇 등 기술에 도입되면 또다른 모멘텀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겁니다.

인건비가 가장 큰 비용이 되는 요즘 시대에 메타가 2만여명의 직원을 내보내면서 인건비를 줄인 것도 중장기적 성장에 유리하다고 전망했습니다. 재정 건전성을 확보했다는 것입니다. 경기 침체 시기에 늘상 벌어지는 미국 빅테크의 특징이죠.

모틀리풀이 메타의 1조 달러 돌파 전망을 할 때만해도 6790억달러(9일 종가 기준)였죠. 기사를 집필하는 26일 종가 기준으로 메타의 시가총액은 7399억달러입니다. 이 투자전문지가 예상한대로 견조하게 메타의 시가총액이 커져가고 있습니다. 1조달러를 아직 돌파 못했으니, 아직도 상승할 주가가 남아있다는 겁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사진=매경DB>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이달 초 미국 캘리포니아주 메타 본사에서 수천명의 직원들과의 회의를 진행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처음 열린 대대적 행사였고, 전 세계 수만명의 메타 직원들에게 저커버그의 연설이 생중계됐습니다.

주 내용은 메타가 앞으로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 생성형 AI를 대폭 탑재하겠다는 것이었죠.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가 챗GPT로 촉발된 생성형AI 붐을 주도하고 있는데 따른 비전 제시였습니다.

저커버그는 “AI에 대한 접근을 민주화하는 것은 많은 가치가 있을 것이다. AI는 자신과 아이디어를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을 돕는 AI 조수, 또는 당신에게 조언을 주고 격려하는 코치”라고 밝혔습니다.

저커버그는 또 “우리는 생성형 AI에 대한 놀라운 발전을 봤고, 이는 우리에게 기술을 모든 제품에 구축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며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하지 않는 새로운 방식으로 수십억명의 사람들에게 이런 기능을 제공하는 데 있어 업계에서 중요하고 독특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정리해보면 이런거죠. “우리 생성형AI 본격화할거야. 우리가 AI에 대한 접근을 쉽게해서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의 수십억명이 콘텐츠를 쉽게 만들도록 할거야”

주목해야 하는 것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로, AI에 대한 접근을 민주화하겠다는 것은 무슨 이야기일까?

둘째로, 인스타그램에 어떻게 AI를 탑재하겠다는 것일까? 그것이 미래 판도를 어떻게 바꾸나?

“AI 관련 자료 다 풀어줄게”...AI 전선 구축하는 메타
메타가 출시한 거대 언어모델(LLM) ‘라마’. <사진=벤치마크>
챗GPT나 아숙업(AskUp)과 같은 생성형 AI는 이용자가 AI에게 특정한 상황을 가정하고, 어떤 것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면 그 요구에 맞춰서 결과를 만들어줍니다. “신규 프로젝트 초안을 작성해줘” “이 문장 번역해줘” 등 AI에게 특정 상황을 부여해서 요청을 하면 놀라운 결과값을 주죠.

이때, 생성형 AI가 대답할 수 있도록 하는데는 거대 언어모델(LLM)이 필요합니다. LLM도 일종의 AI인데, 이용자가 자연어로 질문하면, 사람처럼 대답하기 위해 수억개의 뉴스, 위키피디아, 책, 인터넷 자료, 논문 등 데이터를 모조리 학습합니다.

얼마나 많은 양질의 데이터에 기반한 LLM을 갖추었느냐가, AI가 사실과 틀리지 않고 더 올바른 대답을 하는데 영향을 주겠죠. 현재 구글이나 MS는 폐쇄적인 LLM을 갖췄고, 독점적입니다. 구글이나 MS와 직접 계약을 맺고 손잡아야 겨우 영업비밀을 알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메타는 자사의 LLM을 오픈소스로 내놓는다고 밝혔습니다. 누구나 쓸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죠. 심지어 올해 2월 공개한 LLM인 ‘라마(LLaMA)’와 달리 상업적으로도 사용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메타는 앞서 올해 2월 라마라는 LLM 모델을 선보인 바 있습니다. 이 모델도 오픈소스였는데 연구용으로 학계에서 이용할 수 있게 했고, 정부나 시민단체도 연구개발 목적이라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게 했습니다. 통상 LLM은 슈퍼컴퓨팅이 필요한데, 이 모델은 PC에서도 구현할 수 있어 업계서 화제가 됐습니다.

업계에서는 이왕 무료로 공개할거면 상업용으로도 쓸 수 있게 해달라는 요청이 줄을 이었죠. 라마라는 이름에서 본따 ‘라마를 해방하라(Free the LLaMa)’는 문구를 넣은 밈이 온라인 상에서 퍼지기도 했습니다.

메타의 오픈소스 LLM을 상업용으로 쓰게 해달라고 요청했던 개발자들이 ‘라마를 해방하라’ 밈을 퍼뜨렸다. <사진=셔터스톡>
그런데 이제 상업용으로도 쓰일 수 있게 한다는 것은 곧 메타가 내놓을 신규 LLM을 개발자들이 서로 가져다쓰려고 하겠죠. 기업들도 모두 가져다가 AI 개발에 나설것이고요. 그럼 응용프로그램들이 많아진다는 얘기고, 진영이 만들어집니다. 이게 바로 저커버그가 밝혔던 “AI에 대한 접근을 민주화 할 것”의 내용입니다.

구글이나 MS가 챗GPT발 생성형AI 시대를 열었습니다. 그러나 메타의 오픈소스 공개로 전 세계 개발자들이 알아서 메타 AI 엔진의 성능을 높이고, 관련 시장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얘깁니다. 모바일 시데에 구글 안드로이드가 딱 그모습이었죠. 애플과 달리 일찌감치 누구나 앱을 만들 수 있도록 개발의 문을 개방했고, 애플과 함께 구글이 모바일 시대의 반틈을 챙겨갈 기회를 만들어준 것입니다.

이제 시작하면 구글이나 MS를 어떻게 이기냐고요? 메타는 2013년 ‘페이스북 인공지능 연구소’라는 이름으로 시작해 현재 ‘메타 AI’라고 불리는 인공지능 연구소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최소 10년 이상 사실은 그보다 더 이전부터 AI를 파왔다는 겁니다. 메타버스가 미래라고 선언하며 메타라고 이름을 바꾼 것도 AI에 대한 확신이 없었으면 가능하지 못한 일이었죠.

AI가 광고 카피 써준다...광고 시장 메타가 다시 재편할까
메타가 운영중인 인스타그램 릴스 화면. <사진=인스타그램>
전 세계서 절대 없어지지 않을 두 개의 SNS 플랫폼이 있습니다. 저는 단언컨대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라고 믿습니다. 사진은 인스타, 유튜브는 영상. 이 두 회사의 사세가 더 커지면 커졌지 하루아침에 사라질 수가 없다는 확신입니다. 이미 전 세계 셀럽의 각축장으로 변한 이 SNS는 오랫동안 공고히 자신들의 지위를 유지할 가능성이 큽니다.

메타가 운영중인 인스타그램은 지난해 3분기 기준 월간 활성 이용자수가 20억명을 넘어섰죠. “연락주세요”라는 말은 “DM주세요” 가 일상이 된 시대입니다. 심지어 처음 만난 사람들끼리 번호를 주고받지도 않죠. 인스타 아이디를 주고 받는 시대니까요.

여하튼 인스타그램에 AI를 어떻게 넣을까요? 마케팅 툴로 활용하는 겁니다.

메타가 7월부터 사용범위를 확대한다는 ‘AI 샌드박스’가 대표적입니다. 마케터는 AI 샌드박스를 통해 여러 버전의 마케팅 문구를 자동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고객별 타깃에 맞춰서 동일한 문구를 여러 형태로 변형해 생성할 수 있도록 한 것이죠. 배경 생성 기능을 이용하면, 다양한 광고 소재를 메타가 알아서 제공하고요. 수십여개의 광고를 쉽게 만들수 있다는 겁니다.

이미지 자르기 기능도 있습니다. 광고주들은 보통 3분짜리 영상, 1분짜리 짧은 영상 등 각각 콘텐츠별로 화면 비율을 달리하죠. 인스타그램 메인 피드에 올릴 때, 스토리에 올릴 때, 릴스로 만들어 올릴 때 다 다른데요. 영상 하나만 있으면 다 조정할 수 있도록 메타가 이같은 기능들을 도입합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모바일 시대는 안드로이드와 iOS 두 가지 진영으로 양분됐죠. 하나는 완벽한 오픈형, 하나는 완벽한 폐쇄형입니다. 어느 하나가 맞는 방법이다라고 할 수는 없을겁니다. 구글과 애플 둘 다 성공을 거뒀으니까요.

지금 생성형AI를 필두로 한 AI의 시대로 진입하는 중요한 때입니다. 오픈형을 채택한 메타도 과연 모바일 안드로이드 진영을 이끄는 구글처럼 최강 포식자의 자리에 오를 수 있을 지 지켜봐야합니다.

‘홍키자의 빅테크’는 플랫폼, 테크, 유통, 이코노미와 관련된 각종 이슈 뒷얘기를 파헤칩니다. 지금 홍성용 기자의 기자페이지를 ‘구독’하시면 깊이가 다른 콘텐츠를 매주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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