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가 폐원한 옛 진주의료원 건물…곁방살이 보건소도 떠난다
공간 남아 공공기관 여럿 얼기설기 배치
“경남도청 서부청사에 진주시보건소 신청사 공간을 조건 없이 배려해 주신 홍준표 경남도지사에게 감사드립니다. 보건소 신청사 개청으로 진주시는 시민 모두가 행복한 선진 복지도시로 한 단계 더 발전하게 될 것입니다.”
지난 2016년 1월15일 진주시보건소 개소식에서 이창희 당시 진주시장이 이렇게 말했다고, 같은 달 18일치 진주시 보도자료는 기록하고 있다. 진주시 보도자료는 또 “경남도청 서부청사 개청에 맞추어 신청사에서 본격적으로 업무를 개시한 진주시보건소는 남성동 소재 구 보건소(2130㎡)보다 2배 이상 확대된 4713㎡ 규모에 최신 의료장비와 최상의 공공의료서비스 체제를 구축함으로써 수년 동안 이어져 온 신청사 마련에 대한 해묵은 과제를 깨끗이 해결하였다”고 자화자찬했다.
앞서 경상남도는 홍준표 도지사 시절이던 2013년 5월29일 서부경남 공공의료를 책임지던 경남도립 진주의료원을 강제폐원시키고, 161억원을 들여 수리한 뒤 홍 지사의 선거공약이던 경남도청 서부청사를 2015년말 진주의료원 시설에 설치했다. 이때 진주시보건소도 경남도청 서부청사 1층으로 이전했다. 진주의료원 강제폐원을 비판하는 지역여론을 가라앉히는 데 진주시보건소 확장이전은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채 10년도 지나지 않아 진주시는 진주시보건소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조규일 진주시장은 지난해 재선에 도전하며 ‘진주시보건소 신청사 건립’을 공약했고, 2026년 7월 완공목표로 공약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진주시는 땅값 포함 673억원을 들여 진주시 초전동 초전신도심 1단계 개발사업지에 지하 1층, 지상 4층 단독건물로 보건소를 지을 계획이다. 지난 19일 건축설계공모 당선작도 확정해서 발표했다.
진주시 보건행정과 담당자는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현재 진주시보건소의 위치·규모·시설 모두 많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보건소가 경남도청 서부청사 1층에 있기 때문에 드나드는 도청 직원과 민원인의 코로나19 감염 우려도 컸다. 앞으로 또다시 발생할 감염병에 대비해서라도 단독건물로 서둘러 이전해야 한다”고 진주시보건소 신청사 건립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이 담당자는 또 “경남도청 서부청사 안에 있어서, 보건소가 자체적으로 시설개선이나 사업확대를 하기 곤란했다. 게다가 경남도가 서부청사 1층에 민원실을 추가 설치하면서, 보건소가 더 좁아졌다”고 덧붙였다.
진주시보건소가 신청사를 건립해 이전하면,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가 설치한 경남도청 서부청사에서 떠나는 첫 공공기관이 된다.
옛 진주의료원은 본관, 장례식장, 호스피스병동 등 3개 건물로 이뤄져 있었다. 그런데 경남도청 서부청사가 설치되면서 정작 서부청사는 지하 2층, 지상 8층인 본관의 2층과 3층 등 2개 층만 사용하고 있다.
본관 1층은 진주시보건소, 4~6층은 경남도 공무원 교육기관인 경상남도 인재개발원, 7~8층은 경상남도 보건환경연구원이 옮겨왔다. 장례식장은 보건환경연구원 실험동, 말기암 환자를 치료하던 호스피스병동은 인재개발원 교육생 숙소로 사용한다. 서부청사 기능만으로는 전체 공간을 채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병원 시설을 개조한 것이라서 행정·교육 시설로 사용하기에 부적합하다는 지적이 직원들 사이에 일찌감치 나왔다. 경남도청 서부청사 설치라는 홍준표 도지사의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진주의료원을 강제로 없앴고, 서부청사 건물을 채우기 위해 진주시보건소 등 다른 기관들까지 장기적 고려 없이 무리하게 이전시켰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여러 시·군은 인재개발원 이전에 대비해 벌써부터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에 따라 경남도는 2021년 7월 ‘경남도청 서부청사 공론화위원회’를 발족해 서부청사 축소·확대, 실·국·원 재배치 등 서부청사 기능 효율성 재검토에 나섰다. 올해 들어서는 ‘서부청사 혁신특별팀’을 설치해 ‘서부청사 기능효율화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종합적 검토를 하고 있다.
‘서부청사 혁신특별팀’ 담당자는 “서부청사에서 진주시보건소가 나가면, 그 자리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아직 정하지 않았다. 서부청사 내 기관 이전과 새로운 기관 유치, 직원과 경남도민 편의시설 확충 등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시한은 정해져 있지 않다”고 말했다.
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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