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1’ 키움 선발진의 화룡점정될까···맥키니의 ‘반전 위크엔드’
첫 등판을 앞두고는 그야말로 베일 속의 투수였다. 소속팀 홍원기 키움 감독도 “영상 자료가 거의 없어 세밀히 보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현장(스카우트)의 판단을 믿는다”고 덧붙였다.
상대팀 두산 또한 ‘초면’인 상대투수의 분석이 쉽지 않았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포털사이트에서 나오는 캐치볼 영상 정도만 볼 수 있었다”고 농담 아닌 농담을 했다.
지난 25일 고척 두산-키움전. 베일을 벗고 나온 새 외국인투수 이안 맥키니(29)는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았다. 4이닝 5안타 3볼넷 2실점을 한 가운데 패스트볼 최고 구속 145㎞, 평균은 142㎞를 찍었는데 커터와 커브, 체인지업 등 어떤 구종도 대단한 경쟁력이 있어 보이지는 않았다.
맥키니는 메이저리그 경력 없이 미국프로야구 마이너리그에서만 9시즌을 보낸 뒤 올해는 독립리그에서 뛰었다. 영입 자금도 18만5000달러에 불과했다. 결국, 그 정도 수준의 선수일 수 있다는 우려감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무엇보다 맥키니는 허벅지 부상으로 팀을 떠난 에릭 요키시의 대체선수로 키움이 선택한 카드다. 요키시는 올해까지 5시즌간 통산 56승을 거두며 외국인 에이스 역할을 했던 투수로, 벤치에서는 ‘선수 교체’의 플러스·마이너스 효과를 계산하지 않을 수 없는 없었다. 각종 선발 지표에서 단연 선두인 키움의 ‘화룡점정’ 계획에 ‘점’이 아닌 ‘짐’이 될까 하는 걱정이 따를 수도 있었다.
맥키니가 2번째 등판에서 본인에 대한 시각을 대폭 바꿔놨다. 지난 1일 고척 SSG전에서 6이닝 3안타 2볼넷 5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구속이나 구위 또는 레퍼토리가 갑자기 달라진 것은 아니었다. 맥키니는 이날도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145㎞로 첫 등판과 같았다. 투구수 96개 중 패스트볼(44개)과 체인지업(23개), 커브(16개), 커터(13개) 순으로 던진 구종 구사율도 첫 등판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당초 기대대로 요키시와 같은 좌완으로, 간결한 투구폼에 수 싸움에 능한 모습이 그대로 경기력에 나타났다. 맥키니는 첫 등판에서도 1회 대량 실점 위기로 몰리는 등 흔들린 뒤 2회부터 점차 자기 페이스를 찾아갔다. 상황별로 타자와 타이밍 싸움을 하면서 영리하게 대처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 이날도 1회부터 내야안타로 내보낸 추신수를 2루 도루 상황에서 잡아내면서부터 안정감을 보였다.
KBO 공인구를 비롯해 리그 환경에도 빠르게 적응하고 있는 것이 다각도로 드러난다. 맥키니는 이날 경기 뒤 인터뷰에서 공인구 차이를 언급했다. 짧은 경험을 토대로 KBO 공인구는 체인지업 구사에 조금 더 유리하다는 답도 얻어가고 있다는 얘기를 담았다. 빅리그 진입 경험이 없듯 구위와 구종에서는 특장점이 없지만, 자신의 모든 구종을 아우르는 지능적인 피칭이 장점일 가능성이 커보인다.
키움은 1일 현재 선발 평균자책 1위(3.08), 시즌 퀄리티스타트 47회(1위) 등으로 선발진을 동력으로 반등을 시작하고 있다. 아직 승패 마진 ‘-2’로 가야할 길이 꽤 멀지만, 6월 이후 승률 0.625(15승2무9패)로 빠르게 일어서고 있다. 맥키니가 희망 사인 하나를 보탰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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